야심 찬 광주시 ‘영산강 Y프로젝트’ 한달만에 휘청…과속으로 표적 자초?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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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0억대 민선 8기 핵심공약 졸속추진 논란…시의회 문턱에 예산 삭감 굴욕
절차 위반·사업성 부족·부서 간 엇박자…사업 추진 부서 예산 증가율 ‘1600%’

민선 8기 광주시의 최대 핵심사업 중 하나인 ‘영산강 100리 길 Y 프로젝트’가 발표 한 달여만에 휘청거리고 있다. 광주시의회에서 졸속 추진 논란에 휩싸이고, 해당 상임위에선 내년도 일부 예산이 삭감당했기 때문이다. 특히 IMF 외환 위기 이후 광주시가 최대 재정난에 처한 상황에서 Y프로젝트 사업 추진 부서의 예산 증감률이 무려 1600%대에 달한 것으로 드러나 시의회 예산 심사의 표적이 된 모습이다. 이처럼 광주시가 야심차게 발표한 Y 프로젝트가 잇따라 시의회 문턱에 걸리면서 사업 추진에 적지 않은 흠집이 났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광주시의 사업 추진 ‘과속’이 부른 자충수라는 따가운 시선도 나온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0월 26일 오전 광주시청 소회의실에서 '영산강 Y프로젝트' 대시민 발표를 하고 있다. ⓒ광주시
강기정 광주시장이 10월 26일 오전 광주시청 소회의실에서 '영산강 Y프로젝트' 대시민 발표를 하고 있다. ⓒ광주시

“투자심사 절차 위반” vs “절차 문제없다”

우선 지방재정투자심사 절차 위반이 도마 위에 올랐다. 채은지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은 11월 30일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2024년 광주시 본예산 심사에서 “3700억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심사 절차를 건너뛰어 예산을 먼저 편성했으며 체험시설과 물놀이시설의 사업성 부족도 우려된다”고 졸속 추진을 지적했다.

채 의원은 “주요 투자사업은 먼저 지방재정 투자심사를 통해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증해야 하는데 Y 프로젝트는 지난 6일 예산 편성부터 하고 예산안 의회 제출은 11월 9일, 지방재정 투자심사는 지난 13일에야 이뤄졌다”며 “절차를 위반한 것인데 이렇게까지 졸속으로 재정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까지 위반해가면서 사업 추진을 해야 하냐”고 따졌다.

Y 프로젝트 보고서에 대한 신뢰성도 문제다. 채 의원은 “Y프로젝트 기본구상 등 타당성조사 보고서 최초 제출본에는 ‘아시아 물·역사 테마체험관’과 ‘어등산 스카이라인’ 사업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측면을 보더라도 ‘레드존’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었다“고 말했다.

채은지 광주시의원 ⓒ광주시의회
채은지 광주시의원 ⓒ광주시의회

이어 “그런데 신활력추진본부는 ‘그레이존’에 해당한다는 해명자료를 낸 후 보고서 내용을 수정해, 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다”며 “영산강 자연형 물놀이 시설의 경우에도 보고서상에는 계획홍수위 아래 조성될 예정이라고 나와 있어 입지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질, 수량 문제를 둘러싼 담당 부서들의 엇박자도 거론됐다. 채 의원은 “신활력추진본부는 하상여과공법을 내세웠으나 기후환경국에서 최근 시장 결재를 받은 ‘물관리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하상 여과수가 아닌 강변여과수를 활용하는 수자원 확보 계획을 수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관련 부서 간 불협화음이 여전한 상황이라는 방증이라는 게 채 의원의 시각이다. 

역대급 재정난 속에 주무 부서의 예산 증감률이 1600%에 달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박필순 시의원은 “(시청)친수공간과의 내년도 예상 증감률은 1601.8%로 시 전체 부서 중 최고로 높은 비율이지 않을까 싶다”며 “Y 프로젝트 예산 9개 중 8개가 신규 사업으로 시는 열악한 재정환경 속에서 모든 신규 사업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Y프로젝트 신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공감대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김준영 신활력추진본부장은 “영산강 수질개선과 관련해 전반적으로 신활력추진본부와 기후환경국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어 “지방재정투자심사는 해당 사업계획 수립 후 기본설계 용역 전에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면서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의 심사와 예산안 의회제출일은 병행해 절차상 하자없이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예산심사 표적된 Y프로젝트…상임위, 내년 예산 22억 ‘싹둑’ 

Y 프로젝트 일부 예산은 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삭감됐다. Y 프로젝트 전체 예산 중 광주시가 내년에 편성한 항목은 영산강 유역 맑은물 순환형 공급체계구축(10억원), 아시아 물역사 테마 체험관(12억원), 자연형 물놀이 체험시설 조성(12억원) 등 총 76억원이다.

영산강 Y프로젝트 ⓒ광주시
'영산강 Y프로젝트' 구상도 ⓒ광주시

이 가운데 시의회 행자위는 전날 열린 내년도 광주시 본예산 심의에서 22억원을 깎았다. 삭감된 예산은 9개 항목 중 영산강황룡강 Y브릿지 조성(8억원), 서봉 수상레저 기반 조성(3억원), 송산섬 어린이 테마정원 조성(5억원), 영산강 도심 생태숲길 조성(6억원) 등 4개 사업이다. 아시아 물역사 테마 체험관(12억원)과 자연형 물놀이 체험시설(12억원) 예산도 사업성과 홍수 대비 부족 등이 우려됐으나 국비 매칭 사업인 점 등을 고려해 삭감하지 않았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사업의 주요 목표인 맑은 물 순환형 공급체계 구축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한 연구 용역(10억원)을 먼저 검토한 뒤 부대 편의시설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광주시가 시의회 예산 심사 문턱에서 휘청거린 것은 변심에 따른 ‘과속’ 질주 때문으로 보인다. 애초 광주시는 지난 10월 발표 당시 내년에 먼저 57억원을 투입해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당초 계획보다 22억원을 늘려 편성했다. 

광주시의회는 오는 11∼1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한다. 만약 상임위의 예산 삭감이 확정되면 Y프로젝트의 정상적인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 사업 추진 동력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갈길 먼 영산강~황룡강 잇는 ‘Y 프로젝트’

Y 프로젝트는 영산강과 황룡강 합류 지점의 모양(Y)에서 착안해 영산강을 중심으로 지역의 미래를 그리겠다는 것으로, 민선 8기 강기정 시장의 핵심 공약 사업이다.

Y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이 숨 쉬고 매력과 활력이 넘치는 상생의 영산강 시대를 열어 3000만 도시이용인구, 다양한 꿀잼도시 광주를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총사업비는 3785억원으로 추산된다. 시는 2030년까지 투입할 계획이다. 맑은 물 사업 1239억원, 익사이팅 1019억원, 에코랜드 604억원, 100리길 923억원 등이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영산강과 황룡강을 잇는 100리 길을 광주 생태관광 거점으로 개발하는 게 핵심인데, 최악인 영산강 수질 개선과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 대책, 막대한 사업비 확보 등이 관건이다.  

Y 프로젝트는 영산강을 중심으로 ‘새로운 미래 광주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한 광주시의 야심찬 청사진이다.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면 수질과 수량, 꿀잼 등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회의 제동으로 일정 부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 향후 사업이 얼마나 탄력을 받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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