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부위 갑작스러운 통증 ‘삼차신경통’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2.11 12:05
  • 호수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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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에 의한 압박이 주요 원인…방치하면 삶의 질 떨어져 

58세 여성 환자가 최근 몇 주 동안 오른쪽 얼굴 부위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 통증은 보통 몇 초에서 몇 분 정도 지속되고, 이를 닦거나 음식을 씹을 때 유발되는 양상이었다. 진단 결과는 삼차신경통이었다. 이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했으며 일상에서 통증을 조절하는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삼차신경이란 얼굴의 감각을 담당하는 뇌신경의 하나다. 그 끝이 세 갈래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갈래는 이마와 눈 주변, 두 번째 갈래는 광대뼈 주변, 세 번째 갈래는 턱 주변 감각을 맡고 있다. 삼차신경통은 이러한 안면부에 분포하는 삼차신경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갈래를 따라 발생하는 만성적인 신경병증성 통증 질환이다.

이 통증은 사소한 외부 자극에 의해 순간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안면에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들은 전기가 통한 것 같다거나 송곳이나 칼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표현한다. 특히 얼굴 한쪽의 특정 부위에 반복적인 통증이 생기고, 이를 닦거나 얼굴을 만지거나 음식을 씹을 때 갑작스러운 통증이 심하게 유발된다. 따라서 적절한 관리가 없을 경우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삼차신경통은 연간 발병률이 10만 명당 4~29명 정도로, 평생 유병률은 0.16%에서 0.3%에 이른다. 여성과 남성 비율은 3대 2 정도이고, 40세 미만에서는 드물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적으로 삼차신경통이 발병하는 연령은 53~57세다. 다발성 경화증을 가지고 있는 젊은 사람에게는 그 발병 위험이 더 크게 나타난다. 

삼차신경통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일반적으로 삼차신경이 뇌혈관에 의해 압박을 받아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외상이나 대상포진 같은 감염 질환으로도 생길 수 있다. 그 외에도 뇌 바닥 부위의 종양성 병변이 삼차신경을 압박하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원인이 다양하므로 삼차신경통 진단을 받으면 원인 질환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 다른 뇌 질환이 없는지 영상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MRI와 같은 영상 검사는 혈관 압박이나 종양 같은 잠재적 원인을 식별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삼차신경통 진단을 받으면, 치료법으로 진통제를 우선 사용해볼 수 있다. 일반적인 진통소염제는 그다지 효과가 없고, 카바마제핀이나 옥스카바제핀 같은 약제를 삼차신경통의 원인과 상관없이 통증 조절을 위해 먼저 사용해볼 수 있다. 삼환계(세 개의 원자 고리) 항우울제도 만성적인 통증 조절을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예방법 따로 없어 조기 진단과 치료 중요

약물 치료로 통증이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으로 약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환자의 경우는 수술적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미세혈관 감압술이나 삼차신경절에 대한 국소적인 파괴술, 감마나이프 수술법 등이 있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귀 뒤쪽의 피부를 절개해 두개골을 개방하고, 삼차신경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뇌혈관과 신경 사이에 적절한 장치(테플론)를 삽입해 압박 증상을 해소하는 수술법이다. 국소 신경 파괴술은 주사제나 고주파를 이용해 삼차신경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방사선으로 삼차신경의 일부를 파괴하는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삼차신경통은 명확한 예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질병이므로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치할 경우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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