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없는 ‘무변촌(無辯村)’ 담양군…사상 첫 ‘향촌변호사’ 위촉
  • 정성환·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3.12.0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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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못한 ‘무변촌’ 해소에 팔 걷어붙인 담양군 적극행정 ‘화제’
시댁 연고 김혜인 변호사, 재능 기부로 무료 대면 법률 상담 제공

전남 담양군이 사상 처음으로 향촌변호사를 위촉해 화제다. 담양은 실질적으로 관내에서 변호사를 만날 수 없는 이른바 ‘무변촌’(無辯村)에 다름없다.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법률사무소가 몰려있는 광주에 가깝지만 향촌 주민들이 선뜻 찾기에는 여전히 사법서비스의 문턱은 높다. 되레 최근 담양군의 향촌변호사 위촉 소식이 생경하다. 법적 분쟁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고, 마땅히 모든 국민은 공평하게 사법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도시에서 멀고, 낙후된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소송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 피부로 느껴져서다. 

전국 무변촌(無辯村) 현황 ⓒ대한변호사협회
전국 무변촌(無辯村) 현황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마을인 ‘무변촌’은 전국에 53곳이나 존재한다. 전남의 경우 전국의 1/5이 넘는 12곳에 달한다. 법률사무소는 수도권에만 83%가 몰려 있다. 변호사 1명이 개업한 지역 또한 많다. 전남도 광주와 순천, 목포 등 지방법원이 소재하는 곳은 법률사무소가 넘쳐난다. 기업유치나 의료시설과 함께 법률서비스마저 수도권과 지역 간에, 역내에서조차 중첩적으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의 법률서비스인 마을변호사 제도, 법률홈닥터 등이 있지만 담양 주민의 경우 대면상담을 위해서는 인근 광주시의 법률사무소 등을 방문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물론 군청 소속 고문변호사가 있지만 군 소송 수행과 법률 조언을 하고, 주민 무료 법률상담은 하지 않는다. 게다가 군 소속 변호사 채용공고에도 현실적으로 지원자가 없어 찾아가는 법률상담은 엄두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담양군은 중앙정부가 아닌 군 차원의 적극 행정으로 군민들의 법률적 애로 해소에 팔을 걷어 붙였다. 때마침 운 좋게 담양에 연고가 있는(담양읍이 시댁) 변호사가 재능기부를 하겠다는 뜻을 전해와 향촌 변호사로 위촉할 수 있었다. 김 변호사의 남편은 관내에서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양군은 전날 주민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하는 역할인 ‘향촌 변호사’에 김혜인(33) 변호사를 위촉했다고 7일 밝혔다. 김 변호사는 오는 11일부터 본격적인 대면 법률상담을 제공한다. 이렇듯 제도적 한계 등 법률서비스 공급이 열악한 상태에서 군민들은 향촌변호사를 통해 전화 상담만이 아닌 ‘대면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담양군은 6일 주민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하는 역할인 ‘향촌 변호사’에 김혜인(33) 변호사를 위촉했다. 왼쪽부터 이병노 담양군수, 전혜인 변호사 ⓒ담양군​
​담양군은 6일 주민들에게 무료 법률상담을 하는 역할인 ‘향촌 변호사’에 김혜인(33) 변호사를 위촉했다. 왼쪽 두번째부터 이병노 담양군수, 전혜인 변호사 ⓒ담양군​

법무부는 2013년부터 변협·행정안전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마을변호사’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마을변호사는 담당 지역에 ‘상주’하지 않는다. 전화·팩스·이메일 등 비대면 원격상담이 원칙이다. 대면상담은 희망자 수와 마을변호사의 일정 등을 조정해야만 가능여부가 결정된다. 또 법률상담에만 그치며 소송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소송 지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공단)에서 주로 진행된다. 공단의 경우 무변촌 해소를 위해 2009년부터 각 지역 시·군 법원 소재지에 지소를 설치해 왔다. 시·군 법원은 가장 작은 단위의 법원으로 소액심판, 협의이혼, 화해·독촉 등 사건을 다룬다. 그나마 담양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출장소와 지소가 없다. 

향촌 변호사는 군 고문변호사와 달리 소정의 수당은 지급되지 않는다. 상담은 담양군이면 누구나 가능하고 민사, 형사, 가사 등 생활 전 분야에서 1대 1 대면 무료 법률상담이 가능하다. 상담을 원하는 주민은 해당 읍면사무소에서 방문해 간단한 신청서만 쓰면 사전일정에 따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군은 주민들에게 무료 법률상담 기회를 갖도록 공문을 통해 향촌 변호사 위촉 내용을 읍·면에 알렸다. 김 변호사는 “법률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담양군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병노 담양군수는 “중앙정부가 아닌 군 차원의 적극 행정으로 부족한 대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며 “재능기부에 뜻이 있는 변호사와 행정간 공익적 협력 체계 구축에 큰 의미가 있는 만큼 법률문제에 애로를 겪는 주민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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