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 혹은 ‘신기루’…숫자로 본 ‘한동훈 효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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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 후 전국 돌며 ‘광폭 행보’…같은 기간 韓·與지지율 소폭 동반 상승
여전한 ‘정부 심판론’은 숙제…與일각서도 “중도는 언제 잡나” 쓴소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한지 약 3주가 흘렀다. 자당 상황을 ‘9회말 2아웃’으로 규정한 한 위원장은 충청부터 부산, 광주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돌며 ‘민심’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한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이 정치 뉴스를 도배하기 시작하자 여권에선 이른바 ‘한동훈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한 위원장의 등판 이후 발표되는 각종 ‘숫자’를 두고 정치권의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의도 데뷔한 ‘셀럽 장관’…與 ‘반사이익’

한 위원장은 장관 시절부터 튀는 언행과 복장으로 ‘셀럽 장관’이란 별칭을 얻었다. 야권에선 그의 언행이 ‘장관답지 않다’고 비판했지만, 그런 장관답지 않은 언행 덕에 언론의 주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이후 여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직을 바꾼 한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전국을 돌며 ‘광폭 행보’를 선뵈고 있다. 지난 2일 대전‧대구에서 시‧도당 방문을 시작한 위원장은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부산에서), “어릴적 충청인 마음으로 살았다”(충남에서), “군 생활 3년 모두 강릉에 있는 18전투비행단에서 했다”(강원에서), “대구는 저의 정치적 출생지 같은 곳”(대구에서) 등 지역과의 크고, 작은 인연을 강조했다. 이 기간 한 위원장에게 ‘셀카’와 사인 요청 세례가 쏟아지며 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한 위원장의 등판 효과는 실제 ‘숫자’에도 반영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장래 정치 지도자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한 위원장은 22%의 지지를 얻었다. 지난 2022년 6월 선호도(4%) 이후 최고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3%)를 오차범위 내로 바짝 따라잡았다.

여당도 어느 정도 반사이익을 거둔 모양새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8~1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에게 정당 지지도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3.0%p 오른 39.6%, 민주당은 2.1%p 내린 42.4%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서 7.9%포인트였던 양당 간 차이는 2.8%p로 일주일 만에 오차범위(±3.1%p) 내로 좁혀졌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도는 40%에 근접하며 지난해 3월 2주차(41.5%) 이후 가장 높은 지지도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전국 단위 확산적 정치 행보, ‘제2부속실’ 필요성 언급에 관한 보도량 증가, ‘신용사면’과 같은 민생 분야 당정 발표와 맞물려 지지율이 상승했다”며 “민주당은 황운하·노웅래 출마 적격 판정,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비명계 인사 탈당 등 계파 갈등을 위시한 당 내부 잡음으로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10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당원과의 만남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10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당원과의 만남에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수만 열광? 민심은 여전히 ‘정부심판론’

다만 한 위원장의 등판 효과를 두고 상반된 해석도 나온다. 최근 한 위원장과 여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일종의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로, 총선 전 다양한 변수에 의해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는 ‘일회성 상승세’라는 시각이다. 이 같은 지적의 근거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30%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36.3%, 부정 평가는 60.3%로 집계됐다. 지난 조사 대비 긍정 평가가 0.6%p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국민 10명 중 6명이 윤 대통령 국정운영 능력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한 위원장의 등판 이후에도 ‘정부심판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5일 한국갤럽 발표에 따르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올해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어느 주장에 더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여당 다수 당선’인 ‘정부지원’이 35%인 반면, ‘야당 다수 당선’인 ‘정부 심판론’은 51%를 기록해 ‘정부심판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수의 중심지인 대구‧경북(TK)에서는 한달 전에 비해 ‘여당 다수 당선’이 16%p 하락한 반면, ‘야당 다수 당선’은 11%p나 상승했다.

급기야 여권 내에서도 한 위원장 행보를 향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실패한 게 ‘한동훈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이다. 지난 대선 시절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신평 변호사는 14일 SNS를 통해 한 위원장의 정치 행보와 관련, “한 위원장의 ‘셀럽효과’는 보수와 중도 그리고 진보의 대충 비율을 나타내는 3:4:3의 구도에서 원래 국민의힘 강성지지층인 30% 안에서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신 변호사는 한 위원장의 ‘친윤 성향’을 희석할 ‘공동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 위원장을 교체하는 것은 아마도 국민의힘 내부 사정을 보면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한 위원장을 도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공동비대위원장을 내세우거나 아니면 ‘선거대책위원회’를 조속히 발족시켜 여기에 좀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한 위원장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것,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국민의 힘이 선택하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주장했다.

정치 전문가 사이에서도 ‘한동훈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여당의 필승’을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반명(반이재명), 김건희 특검법 반대’만 외쳐서는 보수 결집 외 중도 확장을 노리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한 위원장의 3대 숙제는 ①김건희 특검법 ②이준석 신당의 파괴력 차단 ③중도 확장이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한 위원장의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방어하는 것은 선제적으로 ‘세대교체론’을 제기하면서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중도 확장은 ‘간판 교체’로 인해 보수 결집 효과는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중도 확장 행보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비상한 위기에 여권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비상대책위원장은 과연 총선 전까지 국민이 내준 숙제를 다 끝마칠 수 있을까. 여기에 많은 게 달려있다”고 짚었다.

한편,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의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CATI)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14.3%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포인트 응답률 3.3%이며, 정당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이번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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