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3》 새로운 스타들이 뜬다 
  • 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2 13:00
  • 호수 1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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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3인방’ 빈예서·오유진·정서주, 최상위권 올라 주목
김소연·배아현·미스김·복지은 등 포함해 7강 형성

TV조선 《미스트롯3》가 전국 시청률 1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 최고 19.1%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6회 기준). 폭발적인 신드롬까진 아니지만, 일반적인 프로그램들에 비하면 압도적인 위상이다. 한국갤럽 조사 TV·OTT 포함 ‘1월 한국인이 가장 즐겨 보는 방송영상 프로그램’ 1위, 5주 연속 주간 예능 전체 1위, 6주 연속 목요일 전체 프로그램 1위에 올랐다. 

성공한 오디션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스타 배출 여부가 중요하다. 일각에서는 임영웅, 송가인을 거론하며 《미스트롯3》가 저조하다고 하는데, 임영웅이나 송가인 같은 극히 이례적 존재와 비교하면 그 어느 오디션도 실패작일 수밖에 없다. 그처럼 특수한 존재는 당연히 없지만 《미스트롯3》에선 트로트 상위권 스타가 될 만한 출연자가 잇따라 등장했다. 

(왼쪽부터)오유진, 빈예서, 정서주, 김소연 ⓒTV조선 제공

시청자 투표 통해 Top7 윤곽 드러나 

‘미스-미스터 트롯’ 시리즈에선 인기가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드러난다. 많은 국민이 참여한 시청자 투표 결과가 매주 공개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투표 결과가 그대로 순위에 영향을 미쳤고, 많은 표를 받은 출연자가 나중에 실제로 스타로 자리 잡기도 했다. 전유진이 《미스트롯2》 당시 많은 표를 받았음에도 아주 이례적으로 중도 탈락했는데, 그렇게 탈락했어도 최종 순위에 오른 출연자들 이상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이 투표가 스타 등극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정확한 시금석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1월25일 방영된 3주 차 투표현황에선 놀랍게도 최상위권에 미성년자 3인방이 올랐다. 1위 빈예서, 2위 오유진, 3위 정서주다. 이 중에서 빈예서는 《미스트롯3》 측이 그의 데스매치 무대를 2주에 걸쳐 내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두 번이나 방송했다는 것은 빈예서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그만큼 압도적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빈예서는 2012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올해 12세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 2022년 10세의 나이로 KBS 《전국노래자랑》 남해군 편 최우수상을 받았고, 그해 《전국노래자랑》 연말결선에서 대상까지 받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재능의 소유자인 것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해 어머니와 떨어져 살았다고 한다. 주로 할머니와 함께 지냈는데, 할머니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트로트를 접했다. 정동원의 성장배경과 유사하다. 

정동원이 《미스터트롯》에 등장했을 때 아이 같지 않은 깊은 감정표현으로 충격을 안겼던 것처럼, 빈예서도 《미스트롯3》 첫 등장 때 시청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당시 기준으로 11세였던 아이가 최신 퓨전 트로트가 아닌 이미자의 정통 트로트 《모정》을 선보였다. 자식을 그리는 어머니의 애달픈 마음을 그린 노래인데, 그걸 이 아이가 내레이션까지 해가며 애절하게 표현했다. 심사위원들이 일제히 경악했다. ‘《미스트롯3》 판’ 정동원이 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한 서린 감성으로 파장을 일으키더니 3라운드 1대1 데스매치에선 정반대로 경쾌한 분위기의 《도련님》을 선곡해 팔색조 매력을 선보였다. 대결자인 지나유가 《이 사람을 지켜주세요》로 큰 울림을 안겼지만 빈예서가 승리했다. 이찬원은 “빈예서는 《미스트롯3》의 ‘세상을 꺾고 뒤집어라’ 슬로건과 가장 어울리는 참가자”라면서 “어린 친구가 가질 수 없는 딴딴한 성대와 성량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연우는 “괴물이다. 천재다”라고 했다. 

2위를 차지한 오유진은 빈예서와 1위를 다투며 인기 투톱을 형성하고 있다. 2009년 경남 진주시에서 태어나 올해 15세가 되는 중학생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했는데, 어머니가 일을 해 돈을 벌었기 때문에 할머니와 지냈다고 한다. 오유진은 “(트로트 신동으로 활동할 때) 방송을 하다 보면 제 또래 친구들은 다 엄마랑 같이 다니는데 저 혼자만 할머니랑 같이 다니니까 ‘왜 쟤는 부모님이랑 안 다니냐’는 소리도 조금 들어봤다. 엄마는 일로 항상 바빴으니까”라고 했다. 

(왼쪽부터)배아현, 미스김, 복지은 ⓒTV조선 제공
(왼쪽부터)배아현, 미스김, 복지은 ⓒTV조선 제공

뛰어난 출연자 많아 판세 요동 

데스매치에서 놀라운 발성과 가창력을 선보인 배아현을 꺾어 파란을 일으켰다. 그때 오유진은 “엄마가 지어준 밥을 먹고 싶고, 엄마를 그리워하는 노래”라면서 유지나의 《모란》을 선보였다. 그 전까지 발랄한 노래로 귀여움을 받았는데 《모란》으로 깊은 감성까지 표현해 냈다. MC 김성주가 그 노래에 울컥하는 모습이 비쳤다. 과거 KBS 《트롯 전국체전》에서 《오늘이 젊은 날》로 큰 사랑을 받으며 3위에 오른 바 있다. 《미스트롯3》 2라운드 팀미션에선 리더로서 팀을 이끌고 또 자신의 파트를 완벽하게 소화하기까지 해 격찬을 받으며 2라운드 진에 올랐다.  

3위인 정서주는 2008년 부산에서 태어나 올해 16세가 되는 중학생이다. 정동원을 보고 노래를 시작한 ‘정동원 키즈’다. 유튜브 채널 ‘트로트 샛별 정서주’에 노래 커버 영상들을 업로드해 화제를 모았다. 그걸 바탕으로 2022년에 이미 데뷔했고, 예능 프로그램 《장윤정의 도장깨기》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이미자의 노래를 잘 불러 ‘리틀 이미자’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미스트롯3》 1라운드에서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를 선보였다.  

깨끗하고 청아하면서도 애조 띤 음색에 심사위원들이 놀랐고, 최종 진선미 안에 들어갈 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팬덤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시청자 투표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4위 김소연은 가장 유명한 출연자다. 2004년 서울에서 태어나 올해 20세가 된다. 4위까지 젊은 피 신드롬인 셈이다. 고등학생 때인 2020년 MBC 《트로트의 민족》에 출연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앳된 용모의 청소년이 《나이야 가라》를 상큼하게 소화해내자 큰 반향이 일었고, ‘트로트계의 아이유’라는 별명을 얻으며 팬덤이 형성됐다. 

그렇게 이미 스타덤에 올랐지만, 트로트 오디션계에선 ‘미스-미스터 트롯’이 일종의 끝판왕적 지위에 있다 보니, 타 방송 오디션 수상자라도 ‘미스-미스터 트롯’에서 인정받아야 최고의 스타로 확정되는 분위기여서 여기에 재차 도전했다. 

너무 큰 기대가 모여 부담이 컸을 것이다. 1라운드 때 《해바라기꽃》으로 기대에 확실히 부응하며 놀라운 무대를 선보였다. 왕관의 무게를 견딘 셈이다. 전주가 나올 때부터 상큼미가 터지며 안정감이 느껴지는 몸짓을 보고 장민호가 “벌써 잘한다”며 감탄했다. 클래스가 다르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 무대였다. 당연히 결승까지 순항할 것 같았는데, 데스매치에서 ‘트로트 임수정’이란 별명을 얻은 염유리에게 덜미를 잡혔다. 충격적 이변이었다. 《미스트롯3》 출연자들의 실력이 확실히 상향 평준화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김소연도 앞으로의 재도약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5위부터 드디어 본격적으로 성인이 등장한다. 현역 트로트 가수 배아현이다. 1996년 완주에서 태어나 2015년 데뷔했다. 그해에 《히든싱어2》 주현미 편에 모창 능력자로 출연했고, 같은 해에 제1회 이호섭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20년엔 SBS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에서 TOP5에 진입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무명가수다.  

1라운드에서 《조약돌 사랑》을 불렀는데 ‘어떻게 이런 사람이 지금까지 무명이었지?’라는 놀라움을 줄 만큼 완벽한 무대였다. 송가인, 임영웅, 영탁 같은 무명 현역가수의 인생역전 신화를 이룰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1라운드 때 구성지고 간드러진 꺾기의 화신 같은 가창으로 일약 진에 올랐다. 3라운드 데스매치 땐 《모란동백》을 꺾기 트로트와 전혀 다른 분위기로 불러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마치 1970~80년대 국제가요제가 유행할 당시 그 무대에 선 대형 가수 같은 모습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반전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는 출연자다. 

 

이변 연속인 Top7의 선두권 다툼

6위 미스김은 《미스트롯3》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다. 전남 해남에서 여름엔 꿀벌을 기르고 겨울엔 배추 농사를 짓는 22세 처녀 농부라고 소개됐다. 1라운드 때 이미자의 《님이라 부르리까》를 불렀는데 어려운 이미자의 곡을 놀랍도록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도저히 농사만 짓던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운, 프로 가수 같은 가창과 분위기였다. 장민호는 “찐 강자가 나타났다”고 했고, 알고 보니 혼수상태는 “송가인 누나 무대를 봤을 때의 그런 느낌이 들었다”며 “우승 우보가 나타났다”고 했다. 이 신흥 강자가 데스매치에서 《하늬바람》을 부른 윤서령에게 꺾여 또 충격을 안겼다. 《미스트롯3》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7위 복지은은 성악 전공자의 트로트 도전으로 김호중을 떠올리게 하면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1992년 충남 보령 출생에 한양대 성악과 출신으로 알려졌는데, 1라운드 때 서울대 성악과 출신이자 뮤지컬 《팬텀》 등 여러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엘리트를 꺾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김호중이 《미스터트롯》에 처음 등장했을 때 성악가임에도 《태클을 걸지마》를 가요 느낌으로 불러 충격을 준 것처럼, 복지은도 1라운드 때 《배 띄워라》를 가요 느낌으로 불러 기분 좋은 충격을 줬다. 데스매치 때 복지은이 부른 《내 이름 아시죠》에 붐이 오열하기도 했다. 

이렇게 시청자 투표 7강이 형성됐다. 아직 프로그램 중반이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판세가 요동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출연자들의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라서 언제든 역전 드라마, 대이변이 가능하다. 김소연을 꺾은 염유리는 트로트 오디션에 도전한 역대 성악가 중 대중가요 발성에 가장 가깝게 노래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선천적으로 한쪽 귀가 안 들린다는 나영은 젊은 나이에도 깊은 감성표현을 선보였다. 천가연의 파워 가창, 지나유의 감성 가창도 돋보인다. 윤서령, 곽지은도 데스매치에서 깜짝 레전드를 찍었다. 이 밖에 다른 출연자들도 고루 뛰어나서 예측 불가 상황이다. 앞으로 다수의 각본 없는 명승부 드라마가 펼쳐져 국민을 웃고 울게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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