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망 받던 광주 ‘청년 정치인’의 몰락…‘뇌물의 덫’ 걸려 철창行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1 15: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 1년 7개월 해외 도피 끝에 자수…스스로 ‘정치 인생’ 마감
경찰, 1일 수천만원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

한때 지역사회의 기대를 모았던 광주의 한 청년 정치인이 수천만원 뇌물의 덫에 결려 스스로 정치 인생을 마감했다. 문제의 정치인은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이다. 그는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광주시의원에 올랐으나 결국 1년 7개월의 도망자 생활을 청산한 뒤 철창 신세를 지게됐다. 청탁성 금품 수수혐의가 불거지자 급히 해외로 도주했던 뒤끝이다.  

1월 31일 오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뇌물수수·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는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현직 의원 시절 사립 유치원을 공립으로 전환하는 사업(매입형 유치원)과 관련해 특정 유치원이 선정되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월 31일 오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뇌물수수·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는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이동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현직 의원 시절 사립 유치원을 공립으로 전환하는 사업(매입형 유치원)과 관련해 특정 유치원이 선정되게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시의원에서 도망자 신세로 추락

광주 서부경찰서는 1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입국한 최 전 의원을 체포해 광주로 압송한 뒤 유치장에 수감했다. 체포 전 변호사를 통해 캐나다 영사관에 자수서를 제출한 그는 필리핀 등을 거쳐 캐나다에서 불법 체류한 것으로 조사됐다. 앓고 있던 지병이 지난해부터 악화했고, 가족들의 회유 등이 자수를 선택한 계기가 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뇌물수수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 최 전 의원은 지역정가에서 전도유망한 청년 정치인이었다. 34세에 정치에 발을 디딘 그는 몸담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한 시의원의 비위가 밝혀지면서 생긴 비례대표 자리를 추천받아 2018년 당선인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부푼 꿈을 지닌 채 시의회에 입성한 최 전 의원은 ‘청년들을 위한 세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광주시의회 청년 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2020년 국회사무처가 주관하는 ‘청년의 날’ 행사에서는 청년 친화 헌정 부문 대상을 받았다.

 

‘전도유망했던’ 청년 정치인

촉망받던 그의 정치 인생은 광주시교육청의 ‘매입형 유치원’ 사업 관련 비위가 드러나면서 몰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경찰은 사립 유치원을 공립으로 전환하는 사업 과정에서 최 전 의원이 한 유치원 원장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업의 선정위원인 그는 지역 한 사립 유치원이 전환 대상 유치원으로 선정되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사업 시행 전 공모 일정·평가 항목 등을 유치원 원장에게 알려줬다. 평가가 끝난 후에도 각 유치원이 항목에 따라 받은 점수·결과를 발표 전에 유출했고, 이에 대한 대가성으로 6000만원을 받았다. 평소 화려했던 청년 정치인의 행보답지 않게 뇌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통화 녹취 등 관련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최 전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요구했다. 경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그는 이튿날인 2022년 6월 2일 필리핀으로 도피했다. 경찰의 요청으로 소지 중인 여권은 무효가 됐고, 인터폴의 적색 수배로 그는 순식간에 불법 체류자 신세로 전락했다.

필리핀과 일본을 거쳐 숨어 들어간 캐나다에서는 건강도 나빠져 도피 행각은 결국 1년 7개월 만에 끝났다. 변호사를 통해 캐나다 영사관에 자수서를 제출한 최 전 의원은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뿌리치지 못한 ‘뇌물의 유혹’  

최 전 의원은 경찰 조사에서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는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경찰은 1일 특정 유치원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청탁성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뇌물수수 등)로 최 전 시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경찰 호송차를 타고 광주지법에 왔으나, 실질 심사 전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최 전 의원의 변호 대리인이 구두로 발언한 내용 등을 토대로 이날 오후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최 전 의원에게 뇌물을 주고 사립유치원을 공립으로 전환하는 사업과 관련해 특혜를 보려 한 유치원장, 브로커, 광주시교육청 간부 등은 별도로 기소돼 이달 2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1~5년과 추징금·벌금 등을 구형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