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군청 신청사 ‘190억 예산증액’ 의혹…‘감사원 심판대’에 올랐다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2.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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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일까지…주민공익감사 청구 석달만에 본감사 착수
핵심 쟁점은?…부당 설계변경·과다 예산증액 의혹 확인
턴키입찰 지자체 설계변경·예산증액 적법성도 ‘도마 위’

감사원이 전남 곡성군 신축 청사 건립을 둘러싼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본감사에 착수했다. 곡성군 주민들이 공익감사를 청구한지 3개월 만이다. 신청사 건립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놓고 지자체와 주민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고 결국 감사원의 감사대상에 올랐다. 감사 핵심은 부당한 설계변경 여부와 과다 예산 증액 의혹 등이다. 특히 주민들이 제기한 신청사 건립을 설계·시공일괄입찰(턴키입찰)로 발주한 곡성군이 스스로 설계변경하고 막대한 예산을 증액한 것이 적법한 지와 업체에 대한 특혜 제공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전남 곡성군 신축 청사 부당 설계변경, 과당 예산 증액 등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본감사에 착수했다. 곡성군 주민들이 공익감사를 청구한지 3개월 만이다. 곡성군청 신축 청사 조감도 ⓒ곡성군
감사원이 전남 곡성군 신축 청사 부당 설계변경, 과당 예산 증액 등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본감사에 착수했다. 곡성군 주민들이 공익감사를 청구한지 3개월 만이다. 곡성군청 신축 청사 조감도 ⓒ곡성군

‘감사의 시간’…곡성군 vs 주민, 뚜렷한 입장 차

2일 곡성군과 주민 단체 등에 따르면 공익감사 청구를 받아들인 감사원은 전날부터 곡성군을 방문해 본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는 설 연휴를 제외하고 오는 2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발단은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서 비롯됐다. 곡성군 주민 690명은 지난해 10월 신축 군청사 설계변경과 예산 증액에 문제가 있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주민들은 주차장과 편의시설 확보를 명분으로 기존 설계를 변경하고, 청사 신축예산이 428억6100만원에서 189억3900만원을 증액한 610억원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곡성군이 청사 신축을 위해 지난 2021년 컨소시엄 업체와 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에 착수했다”며 “하지만 곡성군이 기존의 설계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공이 가능하도록 설계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턴키입찰 방식은 시공사가 입찰가격 이내에서 모든 비용을 책임지며 완공 기일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고 설계변경과 예산증액도 자체 부담하게 돼 있다”며 “그러나 곡성군은 주차장·편의시설 확보라는 이유로 스스로 설계변경을 하고 막대한 예산을 증액했다”고 강조했다.

 

주민들 “추가 예산증액 없다더니”

또 “곡성군이 ‘설계·시공일괄입찰 방법이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추가 예산 증액이 없다’고 주민들에게 설명했다”며 “무엇보다 신청사를 지은 뒤 구청사를 해체하고 그 자리에 나머지 건물을 짓고 서로 이어 붙이는 ‘이음공법’이 적용되는 기술적 장점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공익감사 청구를 받은 감사원은 100여일 간 서면조사와 실지조사를 진행한 후 본감사에 착수했다. 박웅두 청구인대표는 “감사원이 청구를 기각하지 않고 감사 개시를 결정한 것은 설계변경 과정이나 과다예산 증액 의혹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세밀한 감사를 통해 설계변경과 과도한 예산 증액에 따른 의혹을 규명해 지역사회의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고 청사신축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예의주시하며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웅두 곡성군 주민 공익감사 청구 추진모임 대표가 지난 10월 23일 곡성군의 청사 부당 설계변경, 과당 예산 증액 등 의혹을 규명해 달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모습. ⓒ곡성군 주민 공익감사 추진모임
박웅두 곡성군 주민 공익감사 청구 추진모임 대표가 지난 10월 23일 곡성군의 청사 부당 설계변경, 과당 예산 증액 등 의혹을 규명해 달라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모습. ⓒ곡성군 주민 공익감사 추진모임

군 “편의시설·지하주차장 확보차원 설계변경 불가피”

곡성군은 관련 의혹에 대해 주민 편의를 위한 설계 변경으로 예산증액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사업비가 최근 청사를 건립한 고흥군 538억 원(2018년), 해남군 687억 원(2021년)과 비슷하며 지난 2018년 이후 물가 상승률 35%를 감안하면 결코 호화청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하던 중 주민설명회 등에서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 지하주차장 100면을 추가 확보하고 사무 공간 확충, 편의시설 설치 등을 위해 설계 변경한 것으로 예산증액이 불가피했다”며 “설계변경으로 연면적이 기존 대비 48%가량 늘어나게 돼 예산 증액이 과다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설계변경이 의회 승인사항이 아니지만 지난해 5월에 설계변경으로 추가된 90억 원을 비롯해 두 차례 증액된 189억여 원에 대해 군 의회에 보고와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곡성군은 지난 1977년에 건립된 청사의 노후화와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민선 7기인 2018년부터 신청사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지하 1층, 지상 5층, 건축 연면적 1만3240㎡로 건립하려는 계획을 변경해 지하 2층, 지상 5층, 건축 연면적 1만9699㎡으로 늘려 신청사를 짓고 있다. 지난 2022년 6월 착공한 신청사 건립은 올해 4월 준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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