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여자)아이들 논란과 공자님들의 나라
  • 하재근 국제사이버대 특임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7 15:00
  • 호수 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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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Love wins all》 표절 및 장애인 비하 논란
(여자)아이들 《Wife》도 잡음…순수 음악으로 보는 노력 필요해

얼마 전, 아이유의 노래가 논란에 휩싸였다. 아이유는 2월20일 새 앨범 공개를 앞두고 《러브 윈즈 올(Love wins all)》을 선공개했다. 음원 발매와 함께 공개된 뮤직비디오엔 아이유와 방탄소년단의 뷔가 함께 등장했다.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2주 만에 4500만 뷰를 돌파했다. 1억 뷰 돌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이 노래에 찬사가 쏟아졌다. 뮤직비디오의 작품성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해외 유튜버들이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눈물 흘리는 반응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그럴 정도로 아이유가 감동적인 노래와 영상을 또다시 만들어냈다. 최고의 뮤직비디오 중 하나로 손꼽힐 만하다. 아이유가 또 아이유한 셈이다. 

아이유의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의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의 새 앨범이 논란 된 이유 

그런 《Love wins all》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먼저 제기된 건 제목 문제였다. 이 곡의 원제는 ‘러브 윈즈(Love wins)’였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소수자의 언어를 점용했다는 지적이었다. 2015년에 미국 연방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결정을 내렸을 당시 성소수자들이 내건 슬로건이 ‘Love wins’였다고 한다. “아이유의 새 노래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을 보니 이성애 이야기인데, 어떻게 동성애자들의 슬로건을 가져다 쓰냐”는 비난이 나왔다. 

아이유는 결국 노래 공개 직전에 제목을 ‘Love wins all’로 바꿨다. 제목을 바꾸면 관련 제작물들도 모두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손해와 진통을 감수했을 것이다. 뮤직비디오 공개 이후엔 장애인 비하 논란이 터졌다. 이 뮤직비디오엔 아이유와 뷔가 연인으로 등장한다. 아이유는 말을 못 하고, 뷔는 한쪽 눈이 안 보인다는 설정이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피폐한 모습으로 서로 의지하는 둘을 어떤 상자가 추적한다. 몸을 피한 둘은 캠코더를 발견한다. 그 캠코더를 통해 상대를 바라보면, 이상적이고 결핍 없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들의 장애도 사라진다. 캠코더의 환상을 통해 작은 행복에 빠져있던 그들을 마침내 상자가 발견해 위협한다. 두 사람은 상자 앞에서 쓰러지고 만다. 온 도시에 상자가 떠다니고, 그 상자에 의해 증발된 사람들의 옷가지가 산처럼 쌓였다. 

장면 가운데 캠코더를 통해 이상적인 모습이 되는 순간, 장애가 사라지는 게 문제가 됐다. 즉 장애는 불행이고, 그걸 극복해야 이상적인 상태가 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꼭 장애인 비하라고만 규정해야 할까 의문스럽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주인공들은 소수자, 소외된 사람들, 약자 등을 상징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을 추적하는 상자는 세상의 차별, 표준적 질서에 맞추려는 억압, 사회 그 자체 등일 것이다. 현실은 비록 폐허지만, 결국 사랑이 그 억압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줄 거라는 믿음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캠코더를 통하면 이상적인 판타지가 펼쳐지기 때문에 남루한 부분, 상처, 장애 등이 모두 사라졌다. 

이건 전형적인 표현방식이다. 우리가 천국을 이상적인 판타지로 상상할 때, 그곳에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을 보통 장애, 질병 등이 없는 모습으로 그린다. 천사의 모습도 그렇다. 그런 표현방식을 두고 장애인 비하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일반적인 표현이다. 이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들은 장애인을 비하하는 관점을 갖게 되는 게 아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입장에 더 공감하게 될 것이다. 비판이 부당하다는 건 아니다. 장애인 단체 같은 곳에선 비판할 수 있는 설정이다. 애초에 뮤직비디오에 장애 설정을 아예 넣지 않는 게 바람직했다. 이 부분은 뮤직비디오 제작자가 반성할 지점이다. 전형적인, 일반적인 표현이라고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지만 비판의 정도가 문제다. 일반 인터넷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매도하며 ‘장애인 차별 뮤직비디오’라고 낙인을 찍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 사안까지 크게 비난하면, 그런 비난을 하는 쪽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생긴다. 그게 오히려 소수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소수자 권익을 외치는 이들이 지나친 공격을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반발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Love wins’ 제목 논란 때도 그렇다. 이건 그냥 영어 문장인데, 크게 비난해 한국의 한 가수가 제목을 바꾸는 지경이 되도록 압박했다. 그런 비판에 화답해 제목을 바꾼 아이유는 위신이 올라갔다. 반대로 그렇게 되도록 압력을 가한 쪽의 평판은 하락했다. 이런 일들이 결국 ‘다양성주의’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다. 누군가에게 공격을 가할 땐 상대가 그에 상응하는 큰 잘못을 했는지를 잘 가려서 해야 한다. 그래야 공격하는 측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커질 것이다. 

(여자)아이들의 《와이프》 뮤직비디오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자)아이들의 선공개 곡도 수난 

최근 (여자)아이들의 선공개 곡에도 비난이 쇄도했다. 새 앨범을 발표하며 《와이프(Wife)》를 선공개했는데 이게 문제가 된 것이다. 인터넷에선 이 곡을 넘어서서 (여자)아이들 자체에 대한 비난까지 나타나고 있다. 《와이프》의 노래 가사가 선정적이라는 게 문제다. 음식을 만들고 청소도 하지만, 와이프는 싫다면서 요리하고 먹는 과정을 표현했다. 그 안에 성적인 은유가 있다는 것이다. 원래 ‘먹는다’는 말이 성관계로 인식될 정도로 음식과 성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성적인 연상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가사가 구성됐고, ‘위에 체리도 따먹어 줘’라든가 ‘이제 너도 한번 올라타봐’ 같은 표현이 특히 문제가 됐다. 

그런데 성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이 정도 수준의 은유적 표현이 그렇게 비난당하고, 팀 자체의 예술적 성과까지 매도당할 만큼의 잘못일까. 아이들이 듣고 이해하고 따라할까 봐 무섭다, 불쾌하다고 하는데, (여자)아이들은 이미 《톰보이》의 국제적 히트 이후로 한국 시장의 한계를 벗어난 팀이 됐다. 그들은 세계시장에서 활동하는 국제적 팝스타라고 봐야 한다. 서구의 팝음악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 표현은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건 가수가 교육상 좋은 노래만 하는 거다. 우리 국내에서만 활동한다면 이런 요구를 하기가 쉽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 무대의 팝스타로 비상했다. 새로 나온 노래들도 그냥 팝음악의 느낌이다. 이렇게 우리 가수들이 한국의 틀을 벗어나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땐 비판의 기준도 팝의 그것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서구 스타는 온갖 문제적 가사 표현에 문제적 행태까지 보여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한국 가수만 엄격한 기준으로 옥죄는 건 역차별이다. 

성적인 가사를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런 걸 거르는 장치가 심의다. KBS가 《와이프》 방송불가 판정을 내렸다. (여자)아이들 측에선 이의 제기 없이 받아들인다고 했다. KBS의 결정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만, 어쨌든 과도한 성적 표현이 있다면 KBS처럼 결정할 수 있는 것이고 심의 당국이 19금 판정을 내리는 방안도 있다. 그렇게 시스템으로 관리하면 되는 것이지 아티스트를 매도할 일은 아니다. 

비판과 논의 정도야 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비난이 도를 넘으면서 온갖 억측까지 쏟아진다는 점이다. 《와이프》는 ‘난 너와 다양한 걸 할 수 있지만, 네 와이프는 안 될 거야’ 정도를 자극성을 담아 표현하면서 전통적인 아내상을 풍자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자)아이들의 전소연은 적당한 사회적 메시지와 적당한 상업적·자극적 표현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버무려내는 데 비상한 능력을 발휘한다. 여기서 자극성이 문제가 되면서 누리꾼들이 성적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나섰다. 부정의 의미로 쓰인 ‘음음음’을 두고 신음소리라고 한다든지, 운율을 맞추기 위해 쓰인 걸로 보이는 ‘아빠’를 두고 부적절한 관계를 뜻한다고 하는 등 온갖 기기묘묘한 상상력을 발휘해 비난하는 것이다. 

과거 검열의 칼날이 엄격했던 시절에 당국이 온갖 표현에 상상의 나래를 펴며 확대 해석해 철퇴를 내리곤 했다. 극히 보수적이었던 빅토리아 시절엔 권력자들이 식탁 다리를 두고 성적인 표현이라며 그걸 가리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우린 빅토리아 시절보다 더욱 보수적인 성리학 독재를 겪은 문화권이어서 아직도 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이번 《와이프》 논란이 그런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터무니없는 비난은 팬으로서 삼가야 

《와이프》 가사의 선정성은 뮤직비디오를 통해 상당 부분 중화된다. 이 곡이 성적인 욕망을 추구하는 성격이 아니라는 걸 뮤직비디오를 통해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많은 이가 너무 가사에 매몰됐다. 가사가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멜로디와 리듬감 등도 중요하다. 요즘 노래는 가사를 거의 신경 안 쓰고 듣는 사람도 많다.  

또 보는 음악의 시대라서 뮤직비디오나 퍼포먼스 스타일도 중요하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보면 《와이프》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걸작이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인 《슈퍼 레이디》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도 놀라운 걸작이다. 《톰보이》 이후 《말리지마》 《Change》 《I Do》 《I Want That》 등 명곡으로 K팝의 지평을 넓혔던 (여자)아이들이 또다시 큰 사고를 쳤다. 또 다른 명곡인 《Allergy》에서 외모 콤플렉스에 빠진 주인공이 ‘퀸카’에서 성형수술 직전에 마취 실수로 깨어나 자신감의 중요성을 알게 된 후, 마침내 ‘슈퍼 레이디’로 각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래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도 기념비적인 수준이다. 전소연이 이끄는 (여자)아이들은 대다수의 노래를 스스로 창작하고 프로듀싱하는 K팝의 보석 같은 존재다. 그런 아티스트가 놀라운 K팝 걸작들을 선사했는데 찬사가 아닌 비난에 직면한 현실이 황당하다. 《와이프》 가사 하나하나에 온갖 성적 상상력을 발휘해 비난하는 목소리들을 보면 확실히 이 나라엔 여전히 ‘공자님’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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