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 전남대·조선대병원…이탈 전공의, 업무개시 명령 ‘대다수 불응’
  • 정성환·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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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자 ‘8%·30여명’ 뿐…정부, 전남대 103명·조선대 210명에 ‘불이행확인서’ 발부
전공의 대거 사직서 제출로 ‘진료 공백’ 현실화…수술 평상시 절반으로 ‘뚝’ 떨어져
광주·전남 3차 병원, 입원병실 축소와 수술연기·취소 등 내부 비상계획 운영 돌입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남대·조선대병원 전공의에 업무개시(복귀)명령이 내려졌지만 복귀자로 분류된 이는 3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서를 제출한 두 병원 전공의는 모두 359명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역대 4번째 대규모 의사파업이 시작된 양상이다. 전남대병원 전경 ⓒ시사저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남대·조선대병원 전공의에 업무개시(복귀)명령이 내려졌지만 복귀자로 분류된 이는 3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서를 제출한 두 병원 전공의는 모두 359명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역대 4번째 대규모 의사파업이 시작된 양상이다. 전남대병원 전경 ⓒ시사저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남대·조선대병원 전공의에 업무개시(복귀)명령이 내려졌지만 복귀자 수는 30여명(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서를 제출한 두 병원 전공의는 모두 359명에 달한다. 2000년 이후 역대 4번째 대규모 의사파업이 시작된 양상이다. 

광주·전남 대표 3차 병원인 전남대와 조선대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이탈하면서 ‘진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직까진(20일 기준) 중환자실·응급실·외래 진료가 정상 운영 중이지만 수술이 평상시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파행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병원 측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비상 진료체계를 마련했다. 전문의와 보조간호사(PA) 등 가용 자원을 모두 투입해 진료와 수술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내부적으로 입원병실 축소와 수술 연기·취소 등에 들어갔다.

19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교육수련실 앞에서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월 19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교육수련실 앞에서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대·조선대 전공의 78% 사직서 제출…병원 이탈 

21일 전남대병원 등에 따르면 전공의 319명 중 245명이 사직서를 냈는데, 이 중 본원과 분원에서 207명이 전날 무단결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개시명령은 이중 당일 병원 의료시스템 접속 이력이 없는 본원 전공의 137여명(분원 70명 제외)에게 내려졌다.

이후 보건복지부 점검반 확인에서 전날 병원 시스템에 접속한 전공의 34명이 추가 확인돼, 본원 전공의 103명에게 업무개시명령 ‘불이행확인서’가 발부됐다.

하지만 업무복귀 여부를 병원 내부 의료시스템 접속 이력으로만 판단한 탓에, 이들 접속이력이 있는 전공의들이 모두 의료 현장에 돌아간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병원 측의 급한 요청에 잠시 업무만 수행해 “복귀는 아니다”고 주장한 전공의도 상당수 있다.

조선대병원도 전체 전공의 142명 중 114명이 사직서를 냈는데, 전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는 107명으로 확인됐다. 114명에 대해 업무 복귀명령이 내려져 2명은 복귀했고 5명은 휴가 등을 이유로 출근하지 않은 사유서를 제출해 복귀 이행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선대병원에서는 전날 오후 기준 전공의 107명에 대해 불이행확인서가 발부됐다.

빛고을전남대병원 미 출근 전공의 4명에 대해서는 전날 광주시가 직접 업무 복귀명령을 내렸고, 광주기독병원도 미 출근 전공의 30명이 있지만, 보건복지부나·지자체 점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이날도 전남대·조선대병원에서 현장 점검을 한 후 미복귀 전공의 현황을 토대로 고발조치 나설 예정이다.

‘전공의 없는 전남대병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의 파업이 현실화한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접수창구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없는 전남대병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의 파업이 현실화한 20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접수창구가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대·조선대병원, 비상진료 대책 마련…가용 의사 총동원

정부 압박에도 전공의 복귀가 저조한 탓에 지역 3차 종합병원에서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일부 병원은 전임의(펠로우)와 임상교수 등 가용 의사를 총동원해 3월말까지 비상 당직운영계획을 수립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응급실·외래 진료는 정상 운영 중이지만, 수술은 중증 환자 위주로만 하고 있다. 퇴원자가 발생한 병실도 소극적으로 채워 비어있는 곳이 다수 목격되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전문의와 PA간호사 당직 체계를 마련하는 등 비상 진료대책 시행으로 응급실·외래·중환자실 등은 정상 운영했지만, 수술을 평상시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특히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일반 병실의 경우 전공의 없이 장기간 운영하기 어렵다고 보고, 일반병상 가동률을 50%대로 줄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도 이어져 전날 대학생 731명 중 282명이 휴학계를 낸 전남대 의대는 오늘도 휴학계 추가 제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남대 의대는 지난 19일 개강했지만, 휴학계를 내는 학생이 늘어나자 학교 측은 학사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25명이 재학 중인 조선대는 학교 대표를 통해 휴학계가 집단 제출돼 90% 이상인 550여명이 휴학계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남대·조선대 의대는 학사 일정을 조정하거나 임상실험 일정을 연기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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