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모든 감정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3 14:00
  • 호수 1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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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감정 코칭 전략서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삶 전체가 흔들리곤 한다. 하지만 그때가 바로 나의 감정 세계 전체에 다가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연극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만 지나치게 쳐다보다가 극 전체의 줄거리나 맥락을 놓치곤 하지 않나. 우리 마음속도 마찬가지다. 마음속엔 주연 감정뿐 아니라 실로 많은 감정이 모여 살고 있다. 우리가 나쁘다고 평가하는 감정에만 너무 집중하지 않아야 한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교수가 20년 넘게 수천 명의 내담자를 상담하면서 찾아낸 치유법을 정리해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으로 엮었다. 권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 내면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프레임으로 ‘내면가족시스템(Internal Family System·IFS)’을 제안한다. 미국의 가족치료학 교수인 리처드 슈워츠가 제시한 이 관점은 우리 마음속 감정들이 실제 가족 시스템처럼 작동한다고 말한다. 어머니, 아버지, 자녀 등 한 가족을 이루는 각각의 구성원처럼 감정 시스템 속에서도 각각의 감정은 소인격체처럼 상호작용하며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가운데 필요 없는 감정이란 없다.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권수영 지음│갈매나무 펴냄│308쪽│1만8500원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권수영 지음│갈매나무 펴냄│308쪽│1만8500원

“우리의 감정이 일시적인 불쾌감을 준다고 해서 너무 빠르게 나쁘다고 결론 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그 단일 감정을 판단하는 데 마음을 빼앗겨서 우리 마음속 전체 감정 세계를 못 보게 되니까. 쾌감을 주든 불쾌감을 주든 마음속 감정들은 분명히 우리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강력범죄를 ‘분노 범죄’나 ‘혐오 범죄’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권 교수에게는 걱정스럽게 보였다. 불안이나 분노 등 이른바 부정적 감정을 병리적이라고 규정하고 제거해야 할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시선이 갈수록 만연한 탓이다. 과연 불안과 분노, 미움 같은 이른바 ‘나쁜 감정’이 진짜 범죄의 원인이자 해만 끼치는 절대 악일까?

권 교수는 이러한 나쁜 감정들이 유발하는 극단적 범죄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의 하나로 ‘시스템 사고’가 절실하다고 보았다. 절대 악만 제거하면 된다는 맹목적 시선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지도 않다. 그 개별 감정들은 더 크고 복잡한 감정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쁜 감정에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흔들릴 때일수록, 감정을 시스템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겉으로 자주 등장하고 강경해 보인다고 해서 그 감정만 우리 마음속에 꽉 차있다고 믿으면 안 된다. 알아주기를 기다리고, 공감해 주기를 기다리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사는 감정들이 어쩌면 더 중요한 감정일지 모른다. 이렇게 외쳐보자.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숨어 살았던 귀중한 감정들아, 이제 만나러 갈게.’ 그래서 마음속 모든 감정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 책은 이른바 나쁜 감정으로 일컬어지는 대표적인 감정 6가지를 분석한다. 불안, 죄책감, 분노, 미움, 무력감, 슬픔 등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감정에 관한 다양한 상담 사례를 함께 살펴보며, 그 치유 과정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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