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의·인턴 대거 이탈’…전남대·조선대병원 운영 ‘비상’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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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3차병원 2곳 전임의 34명·수련의 122명 임용 포기
전남대병원 119명, 조선대병원 106명 전공의 미복귀
파행 운영 불가피…“수술·입원 40%씩 축소, 교수들 당직·진료 부담↑”

전공의 이탈사태가 2주째 이어지고 있는 광주·전남 상급종합(3차) 병원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 전임의 34명이 추가로 병원을 떠나 병원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또 두 병원의 수련의(인턴) 대부분도 임용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 데드라인이 지났지만 광주·전남 지역 이탈 전공의가 대거 미 복귀한 상황에서 전임의들이 추가로 병원을 떠나고 인턴마저 채워지지 않으면서 수술과 입원실 운영마저 차질을 빚는 등 ‘의료대란’이 우려된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파행이 2주째 이어진 3월 4일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신경과 진료실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파행이 2주째 이어진 3월 4일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신경과 진료실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전임의 전남대 40%·조선대병원 68% 한꺼번에 이탈

4일 전남대·조선대병원에 따르면 3월 공식 업무 시작일인 이날부터 전임의 근무자가 총 34명 줄어든 상황에서 병원을 운영해야 한다. 전남대병원은 52명 신규 전임의(펠로우) 임용 대상자 중 21명이 최종 임용(계약)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났다.

전남대병원에서는 기존 전임의 대부분이 퇴직하는 대신 52명 신규 전임의가 3월부터 충원돼 근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낸 전공의(레지던트) 4년 차들이 펠로우 임용까지 포기하면서 올해 전임의 정원 40%가 한꺼번에 비게 됐다.

조선대병원에서도 올해 3월 정원 19명 전임의 중 13명이 임용을 포기하면서 겨우 정원의 32%(6명)만 근무하게 됐다. 전문의인 전임의는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에서 그들의 업무까지 떠맡아 진료 기능을 유지해왔다. 전임의마저 의료 현장을 이탈하면 병원 운영에는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전남대·조선대병원은 전임의 추가 공백 이외에도 3월부터 근무 예정이었었던 수련의(인턴) 대부분(전남대병원 86명, 조선대병원 36명)도 임용을 포기해 전공의 이탈 공백을 메울 수 없게 됐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119명의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았으며, 조선대병원도 전공의 중 미복귀자가 106명에 달한다. 

이탈 전공의가 미 복귀한 상황에서 전임의들이 추가로 병원을 떠나고 인턴마저 채워지지 않으면서 이들 병원의 진료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병원 측은 교수 등 전문의 근무를 더 늘려 전임의 추가 이탈 공백을 메울 예정이지만, 병원 축소 운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미복귀자가 120여명에 달하고 전임의·수련의 임용 대상자도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교수들이 당직을 더 서거나 진료를 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조선대병원 관계자도 “외래 진료는 원래 교수들이 보기 때문에 차질이 없다”면서도 “전공의 107명 중 106명이 미복귀한 상황이라 수술·입원 환자를 각각 40%씩 축소, 의료 공백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2월 19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교육수련실 앞에서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2월 19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교육수련실 앞에서 한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러 가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부, 행정·사법처리 착수…뒤숭숭한 분위기

전공의 복귀 시한 마감으로 정부는 실제적인 행정·사법 처리 절차에 착수했다. 복지부는 이날 중 전남대·조선대병원에 현장점검반을 보내 전공의 이탈자 현황을 최종 파악하는 3차 점검을 진행한다.

복지부 점검반은 전자의무기록(EMR) 접속 기록을 검토해 전공의 복귀 현황을 파악할 계획인데, 미복귀자는 점검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우선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행정처분하고, 이후 사법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광주·전남 3차 병원은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외래진료와 응급실 운영·수술 등이 진행 중이지만, 내부에서는 정부의 강경 대응과 의사들 반발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광주의 한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 감소로 병원 운영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실제 착수할 것으로 예상돼 병원 내부가 뒤숭숭한 상황이다”며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도 증가해 걱정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고자 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는 의사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과목 등을 연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 펠로우, 임상강사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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