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통합, 한 고비 넘겼다…法 “가처분 신청 기각”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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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2년 간 투자처 물색…이사회 경영 판단, 존중돼야”
임종윤·종훈 형제, 항고 뜻 밝혀…“본안소송 통해 다툴 것”
송영숙 회장, 후계자로 장녀 지목…“창업주 뜻 지켜낼 유일한 자녀”
한미약품 본사 모습 ⓒ연합뉴스
한미약품 본사 모습 ⓒ연합뉴스

법원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반대하며 한미약품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원지법 민사합의3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26일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한미약품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등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나,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 물색 등 장기간에 걸쳐 검토한 바 있고, 이 과정을 볼 때 이사회 경영 판단은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 주식거래계약 이전의 채무자의 차입금 규모, 부채 비율, 신규 사업을 위한 자금 수요 특히 신약 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돼야 할 투자 상황을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 구조 개선, 및 장기적 연구개발(R&D)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 제휴의 필요성이 존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지난 1월 OCI홀딩스가 7703억원을 들여 유상증자와 구주 인수 등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고, 송 회장의 장녀 임주현 사장 등이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기로 하는 통합 결정을 했다.

이에 형제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은 위법이라며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가처분 심리 과정에선 “이번 신주 발행은 회사의 경영상 목적이 아닌, 특정한 사람들의 사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신주인수권과 주주 권리를 침해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기각 결정에 형제 측은 즉시 항고할 뜻을 밝혔다. 이들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임시적인 조치이므로 이에 대해 즉시 항고로 다투고, 본안소송을 통해서도 위 결정의 부당성에 관해 다툴 것”이라며 “가처분 결정의 당부와 별개로 법원도 인정했듯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신주발행 등에 관한 이사회의 경영판단의 합리성과 적정성에 대해서 주주에 의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한미야품그룹 제공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한미그룹 제공

한편, 이날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은 후계자로 장녀 임주현 사장을 지목했다. 정기 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시점이다. 송 회장은 “‘송영숙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난다’고 했던 임성기의 이름으로 저는 오늘 임주현을 한미그룹의 적통이자 임성기의 뜻을 이을 승계자로 지목한다”고 선언했다.

송 회장은 “이번 한미그룹 경영 분쟁 사태를 돌아보며 고 임 회장의 꿈을 지켜낼 수 있는 자녀는 오직 임주현뿐이라고 확신하게 됐다”며 “한미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주주총회를 앞두고 저의 이 결정이 임성기의 뜻을 지켜내는 버팀목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종윤·종훈 형제에 대해선 “그룹의 승계 또는 자기 사업 발전을 위한 프리미엄을 얹은 지분 매각에 관심을 더 기울였다”며 “두 아들의 선택은 해외자본에 고 임 회장이 남겨준 소중한 지분을 일정 기간이 보장된 경영권과 맞바꾸는 것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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