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줄사직’ 안 통했다…정부 “2000명 증원 마무리”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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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대 증원 후속조치 5월 내 마무리…‘유연 처리’ 방안 미정
병원 남은 의사 보호 강화…총파업 가능성엔 “법적 검토 완료”
전국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3월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국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3월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2000명 증원'에 쐐기를 박았다. 집단 사직에 돌입한 의대 교수들이 증원 철회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5월 내 후속 조치 마무리 계획을 밝히며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와 교수를 보호하는 한편 집단행동 독려나 현장 복귀 방해 행위가 확인되는 의사·단체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박민수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2000명 의대 증원' 정책 추진 의사를 재확인하며 후속 조치를 5월 내로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했다. 

박 차관은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며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 정부는 관계부처 및 각 대학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의대 교육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의대교육 지원 태스크포스(TF)'는 이날 대학별 교육여건 개선 수요조사 계획을 논의한다. 교육부 현장점검팀은 오는 29일까지 각 의대를 방문해 교육여건 개선에 필요한 현장 의견을 청취한다.

무더기 사직에 돌입한 의대 교수들은 정부에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압박하며 이를 대화의 '선결 조건'을 내세웠다. 복지부가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 처분을 잠정 보류하며 증원 규모 조정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정부는 증원 규모 자체는 협상 대상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분명히했다. 

 

교수·전공의에 '사직 강요' 확인시 엄정 대응

2000명 증원에 쐐기를 박은 정부는 병원을 지키는 의대 교수와 전공의에 대한 보호조치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의사에 대한 사직서 제출 강요 행위가 적발될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정부는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려는 대학생과 의료 현장에서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 복귀를 희망하는 전공의, 그리고 환자 곁을 지키고자 하는 교수님들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이 침해받지 않도록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전공의 보호·신고센터'를 강화하는 한편 온오프라인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도 접수한다. 신고자의 '익명성 보장'도 강화한다. 이달 12∼25일까지 센터에 접수된 총 신고건수는 84건이다.

3월25일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3월25일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호·신고센터의 신고 접수 대상은 전공의 외에 의대 교수까지 확대한다. 전화, 문자 외에 온라인 피해 신고 접수를 위한 전용 게시판을 운영해 신고 방식도 다양화한다.

동료 교수·전공의 등의 사직서 제출 강요, 현장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가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직장 내 괴롭힘'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함께 사실 확인과 후속 조치를 진행할 방침이다. 

진료협력병원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앞서 진료협력체계 강화를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종합병원 100곳을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했는데, 암 진료 등 전문 분야를 고려해 지정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3월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3월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공의 '유연한 처리' 미정"…총파업 대응방안 검토

정부는 전공의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유연한 처리'와 관련한 구체적 지침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박 차관은 "(면허 정지) 처분 시기나 처분 기간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이달 안에 돌아오더라도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중재로 모처럼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고, 정부도 환영한다"며 "의대 교수 단체에서는 대화 조건으로 '2000명 증원' (조정)을 말씀하시는데, 지금은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와 진료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의대 교수들의 줄사직이 전날부터 가시화 된 데 대해서는 "정확한 사직서 제출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비대위 차원에서 사직서를 모으시는 것 같고, 학교나 병원 당국에 제출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새 회장 선출 후 집단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 방안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오후 강경파로 분류되는 임현택·주수호 후보 2인의 결선투표를 진행, 새 회장을 선출한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이탈 6주차에 접어든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수술 등 의료 이용에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3월 셋째 주 입원환자 수는 평균 2만1801명으로, 전주 평균 2만1715명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응급의료기관은 전체 408곳 중 394곳(97%)이 병상 축소 없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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