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국민 생명 지킬 것” 외친 응급의학회마저 ‘빨간불’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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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주째 격무 시달린 대한응급의학회 “응급실 축소 운영 불가피”
숨진 부산대병원 교수 애도…“사망 소식 참으로 안타까워”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2월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응급실 병상 포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2월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응급실 병상 포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의료현장 최전선에 있는 응급실마저 경고등이 켜졌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전공의 부재로 인한 격무를 호소하면서 응급실의 축소 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6일 대한응급의학회는 성명을 내고 “대규모 의대 정원 증원 등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 정책 추진으로 국민, 특히 응급 환자들이 고생을 하고 있다”며 “오늘도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가슴을 치며 애끓는 마음으로 응급진료에 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학회는 전공의가 이탈한지 6주 차에 접어들면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응급의료 인력 부족으로 어려운 응급의료 현장에서 6주째 격무에 시달리다 못해 지쳐 가고 있다”며 “이 문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개인의 안위나 복지 문제가 아니라, 응급진료 기능의 와해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향후 응급실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중증응급환자에 대해 진료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응급실 기능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의료기관의 수술, 입원, 중환자실 입원의 축소로 인해 응급실 운영 축소도 불가피하다”면서 “응급의료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국가의 응급의료체계가 붕괴되기 전에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 결정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어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의 의견을 존중하며 각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개별적 의사 결정에 대해 지지를 표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지난 24일 숨진 부산대병원 40대 안과 교수를 향해서도 추모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들은 “지역의 대학병원에서 들려 온 안과 교수님의 사망 소식에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며 대한응급의학회는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숨진 교수의 사인은 뇌출혈로, 업무와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해당 교수는 생전 외래 진료와 당직, 응급 환자 수술까지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학회는 지난 20일 “향후에도 야간과 휴일 없이 중증응급환자에 대해 진료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응급의료의 최일선을 유지하겠다”며 “마지막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하여 우리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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