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한미 경영권 분쟁’ 레이스…소액주주에 막판 읍소 전략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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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 승계자 지목 하루 만에 부회장 승진
양측 지분 2%p 차 박빙…‘20.5%’ 개미 표심에 달려
“주주친화 정책 확대” VS “개미 외면 받지 않는 선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이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사옥에서 열린 OCI그룹 통합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에 분수령이 될 정기 주주총회에 하루 앞둔 가운데,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 모녀 측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소액주주 표심을 얻기 위한 막바지 경쟁에 나섰다. 양측의 우호 지분 격차가 2%포인트에 불과해 20%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결정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한미약품그룹은 27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을 사장(전략기획실장)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전날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임 사장을 승계자로 지목한 지 하루 만에 내린 조치다.

한미그룹 측은 “이번 승진 발령으로 향후 OCI그룹과 통합 이후 그룹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리더십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약품은 이날 서진석 OCI홀딩스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모녀 측은 통합 행보 굳히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전날 법원은 형제 측이 제기한 신주발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도 같은 날 “이사회 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했다”며 모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주총을 앞두고 모녀 측에 유리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찬성으로 모녀 측은 지분 싸움에서 근소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전날까지 모녀 측은 송영숙 회장(11.66%)과 임주현 사장(10.2%) 지분에 가현문화재단, 임성기재단 등을 더해 최대 35%의 지분을 확보했다. 여기에 국민연금(7.66%)이 합세하면서 우호 지분은 42.66%로 늘어났다.

형제 측은 국민연금이 모녀 편에 서자 아쉽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이날 “국민연금의 결정은 예상 밖이었다”며 “주로 회사에서 전달한 정보에 기초해 판단하면서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현재 형제 측의 우호 지분은 40.57%다. 임종윤(9.91%)·임종훈 전 사장(10.56%)과 가족 등 28.42%에 지지 선언을 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12.15%)를 합한 수치다.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임종윤 측 제공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임종윤 측 제공

지분 ‘20.5%’ 개미 표심 놓고 막판 호소

이제 공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20.5%를 차지하는 소액주주에게 넘어갔다. 이에 모녀 측과 형제 측은 개미들을 향해 읍소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날 승진한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은 “이전까지는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가 많다보니 적극적 주주친화 정책을 펴지 못한 점에 대해 항상 송구한 마음이었다”며 “이달 초 이사회에 보고하고 공개했던 주주친화 정책을 확실히 챙기고,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등 보다 공격적 주주친화 정책들도 채택해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표심 흔들기에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중간배당 도입을 통한 주주 수익성 제고,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친화정책 재원으로 활용 등이다.

형제 측에선 이들을 지지한 신동국 회장이 나섰다. 신 회장은 이날 “지난 한미 50년을 바라봐온 결과 지금과 같은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음을 주주 분들이 더욱 잘 알 것”이라며 “소액주주께서 장기적 차원에서 무엇이 본인을 위한 투자와 한미의 미래, 더 나아가 한국경제 미래에 도움이 될지 좋은 결정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를 포함한 개인주주들이 외면 받지 않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 소액주주 분들도 제 판단을 믿고 확신을 갖고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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