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임종윤·종훈 형제의 ‘대역전승’…한미-OCI 통합 물 건너갔다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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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결과, 형제 측 추천 인사 전원 이사회 진입 성공
이사회 9명 가운데 5명 형제 측 인사 포진
OCI “통합 절차 중단된다…한미 발전 바란다”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종윤 측 제공
임종윤(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종윤 측 제공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창업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끝났다. 아울러 OCI그룹은 통합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주주 제안한 이사진 5명의 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했다.

임종윤·종훈 사장은 각각 52% 내외의 찬성표를 얻으며 출석 의결권 수 과반의 찬성표를 받아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51.8% 찬성표를, 사봉관 변호사는 52.2%의 찬성표 속에 이사진에 합류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형제 측 인사가 5명이 포진하면서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반면, 사측이 제안한 이사 6명은 한미사이언스 이사로 선임되지 못했다.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48%의 찬성표를 얻으며 과반에 미달했다. 사측이 제안한 나머지 후보 4명도 찬성표 과반을 얻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당초 전망은 모녀 측에 근소하게 무게의 추가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26일 법원의 신주발생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에 7.6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모녀 측 안건에 찬성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모녀 측 우호지분은 42.66%였다.

반면 형제 측은 임종윤(9.91%)·임종훈 전 사장(10.56%)과 가족 등의  지분(28.42%)에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까지 합쳐 40.57%를 확보했다.

이에 이날 주총은 소액주주 손에 달려있는 상황이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13.64%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 대부분이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형제 측 우호지분에 10% 이상 찬성표가 나오면서 형제 측 추천 인사들이 대거 과반을 넘겼기 때문이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심을 모았던 주총이 형제 측의 승리로 끝나면서 OCI와의 통합은 물거품이 됐다.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과반을 점한 형제 측이 OCI 통합을 저지할 수 있다.

주총 직후 OCI그룹은 통합 중단 방침을 알렸다. OCI홀딩스 측은 “주주 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모녀 측의 향후 경영 참여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미그룹은 지난 26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을 해임했다. 아울러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승계자로 장녀를 지목하며 임주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룹 승계 과정을 마무리하려는 시도였던 셈이다.

일단 형제 측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주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는 않고 마음이 많이 아프다”면서 “어머니(송영숙 회장)와 여동생(임주현 부회장)이 이번 계기로 많이 실망했을 수도 있지만 같이 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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