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간의 협조 사례 '팔당 물 대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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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5.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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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천·경기·7개 군, 환경시설 운영비 분담 ‘협상’ 성공 사례
“경기도는 서울의 어머니 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도가 서울의 들러리로 전락했다. 주말마다 교통 체증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어머니인 경기도를 서울이 짓밟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張慶宇씨)

“지금까지 인천은 LNG 저장소 등 각종 오염 시설만 들어오는 서울의 식민지나 다름없었다.”(민주당 인천시장 후보 愼鏞碩씨)

지방 선거 기간에 후보들이 쏟아낸 말들이다.

전면적인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간 이해가 충돌하는 것은 필연이다.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매끄럽게 마무리하는 대화와 협상 기술이 필요하다. 경기도 팔당호 용수 사용권을 둘러싼 해당 지역 간의 ‘대협약’이 좋은 선례를 남겼다.

91년 9월26일 경기도 광주군의회 의원들이 서울시의회를 방문했다. 서울지역 상수원이 있는 광주군 일대가 수질 보전 지역인 까닭에 개발을 제한 받고 있으니 서울시가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물값’을 요구했던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그 요구를 거절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서울시는 하루에 1백75만t이나 쓰는 팔당호의 ‘물값’을 치른 적이 없었다. 서울시는 일단 버텨 보았으나 오래 가지는 못했다. 뻗댄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환경 비용은 사용자와 원인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다. 서울시는 사용자로서 팔당호 물값을 부담해야 했다. 서울시만이 아니라 인천시도 팔당호 물을 끌어다가 용수로 쓰는 사용자였다.

자치단체끼리 조합 만들어 관리해야

팔당호 주변에는 하수처리장(4개) 간이오수처리장(13개) 축산폐수처리장(11개) 등 기초 환경시설이 40개 있다. 경기도 7개 군내 43개 읍·면에 퍼져 있는 이 시설들의 운영비도 만만치 않다. 이 시설들이 경기도 7개 군에 밀집되어 있다고 해서 시설 운영비를 7개 군만이 댄다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이 경기도의 입장이었다.

결국 팔당호 사용자와 오염 제공 원인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시와 인천시, 경기도와 경기도내 7개 군이었다. ‘팔당호 특별대책지역내 환경기초시설 운영비 부담에 관한 협약’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환경정책기본법에 근거한 것으로, 시설물의 연간 운영비는 환경부가 책정하기로 했다. 1년 여에 걸쳐 협의한 결과 서울시가 총운영비의 38.05%, 경기도가 29.7%, 인천시가 23.45%, 경기도 7개 군이 8.8%를 분담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분담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단체인 서울시는 93년부터 분담금, 즉 물값을 경기도에 냈다. 첫해인 93년에 낸 분담금은 12억7천9백만원이었다. 이 분담금은 해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94년에는 22억6천7백만원을 냈고, 95년도분은 무려 34억2천8백만원에 달한다. 해마다 10억원 이상씩 올라가는 추세이다.

서울시가 내는 물값은 이뿐이 아니다. 팔당호 상수원보호구역 1백57㎢에 대한 관리비(낚시 방지·청소 등)도 분담한다. 역시 서울시가 가장 많은 44%를, 인천시가 17%를 분담하며, 경기도는 도내 7개 군에 대해 39%의 분담금을 일괄 징수하고 있다.

서울시의 ‘수돗물 장사’는 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분담금을 내게 된 93년 이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95년 6월 현재 평균 생산원가는 t당 3백38원29전인데 반해 공급가격은 t당 2백33원28전밖에 되지 않는다. 1천2백22억4천만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장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너나없이 서울시에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잠실 수중보의 취수구를 팔당호로 옮기겠다는 말도 했다. 최소한 6천억원이 드는 일이다. 공사 기간도 2년 이상 걸린다. 대역사이다. 이래저래 빚만 느는 셈이다.

팔당호 용수권은 결국 경제 논리에 귀착된다. 지금 내는 수돗물값의 6~10배 이상을 징수해야만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다.

경기도에 분담금을 내기는 하지만 경기도에 기초 환경시설 관리를 다 맡겨놓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회 수자원전문위원 장봉만씨는 “경기도에 관리를 맡겨놓고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관련 자치단체끼리 특별 조합을 만들어 전문가를 채용하고 조직을 갖추어 전문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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