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받는 小山 군맥
  • 김 당 기자 ()
  • 승인 1997.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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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해 안기부장·김동진 국방부장관 등 현철씨와 관련설…軍, 보도 언론사 고소
요즘 군에서는 ‘현철씨와 3K’라는 말이 단연 화제다. 이른바 ‘소산(小山) 군맥’을 가리키는 말이다. 3K는 합참의장과 장관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구설에 올랐던 김동진 국방부장관과, 몸은 안기부에 있지만 아직도 친정 인사에 간여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 권영해 안기부장(전 국방부장관), 그리고 최근 <경향신문>(3월14일자)이 현철씨와 연결된 군내 비밀 사조직 ‘만나회’를 이끌고 있다고 보도한 김희상 수도군단장의 영문 머리 글자이다. 이 중 김장관과 김희상 중장은 현철씨의 경복고 선배이다.

<경향신문>의 기사에서 ‘ㄱ중장’으로만 보도된 김희상 수도군단장은 3월17일 이 보도와 관련해 <경향신문> 관계자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장군은 고소를 제기하면서 한 시사 잡지가 자신을 현철씨와 관련지어 보도할 때만 해도 참고 넘어갔으나, 가뜩이나 국정이 혼란스러운데 군까지 흔드는 처사를 그냥 넘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시사 잡지란 월간 <윈>을 말한다. 그러나 군은 <윈>(12월호)의 보도(‘대해부 YS 신군맥’)와 관련해 <중앙일보> 관계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놓은 상태이다. 따라서 사실상 현철씨 문제와 관련된 군 수뇌부 전체가 언론과 송사를 벌여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셈이다.

“만나회, 하나회만 못하지만 분명히 있다”

송사에 휘말린 두 기사의 요지는 이른바 문민 정부가 군 사조직을 척결하는 명분으로 내세웠던 갖가지 폐습을 답습하는 등, 개혁이 퇴색함에 따라 정치 군인이 득세하고 참군인이 설 자리는 여전히 좁다는 내용이다. 특히 두 기사는 노태우·김영삼 두 정부에 걸쳐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지낸 김희상 장군을 새 정권에서 하나회를 척결하고 장성들을 현철씨와 연결시킨 고리라고 지목했다.

국방부는 일부 언론이 김희상 장군이 이끌고 있는 새로운 군내 사조직으로 지목한 만나회의 존재를 공식 부인했다. 국방부는 92년 이후 민주당 강창성 전 의원이 군에 사조직이 존재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 기무사가 내사했으나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내 소식통에 따르면, 만나회는 하나회 같은 강력한 조직은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명단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94년 무렵부터 기무사가 만나회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었으나 현철씨와의 관련 때문에 묵인하거나 대통령한테 보고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나회의 실체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거론된 군 수뇌부가 이런저런 연줄로 YS 및 현철씨와 친분이 있는 장성들이라는 점에서 전면 부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우선 김희상 장군(육사 24기)은 민주계 핵심 인사였던 김동영 전 정무장관의 친척이어서 YS와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88년 대령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김장군은 청와대에서 준장으로 승진했다가 문민 정부 출범 첫해인 93년 10월 인사에서 수도기계화사단장(소장)으로 승진해 나갈 때까지 6년이나 국방비서관을 지냈다. 김장군은 경남 거창 출신인데다 경복고를 나온 덕분에 YS 캠프에 쉽게 연결되었고, 김영삼 대통령이 민자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장군은 새 정부 들어 과거 하나회 회원들만 갈 수 있었던 수도기계화사단장, 육본 인사참모부장 등 핵심 요직을 거쳐 현재 수도군단장으로 있다.

역시 현철씨의 경복고 선배인 김동진 장관(육사 17기)과 관련해서는 요즘 ‘현철이와 몇번 만났을까’가 화제이다. 군내 한 소식통은 요즘 김장관의 육사 동기들이 김장관을 만나면 대뜸 하는 질문이 “야, 너 진짜 몇번 만났냐”는 것인데, ‘세번 만났다’느니 ‘네번 만났다’느니 동기들에 따라 서로 전하는 말이 다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김장관 자신은 예전에는 ‘경복고 동문 모임에서 딱 한번 만났을 뿐’이라고 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만난 횟수를 조금 늘려서 말하고 있다. 현철씨를 몇번 만났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소산 군맥’이라는 세간의 의혹은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경력 및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이후의 ‘모스크바 망언’과 함께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고 있다.

현철씨와 가까운 권영해 안기부장은 지금도 군의 주요 보직을 결정할 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문민 정부에서는 그에 대한 군 문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방부장관 시절에 하나회 척결을 주도한 권부장은 김동진 국방부장관-윤용남 합참의장-도일규 육참총장으로 이어지는 ‘빅 4’ 그룹의 실질적인 대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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