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가는 길, 비상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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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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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고속도로, 교통 시스템 오류 등으로 기능 마비 가능성
영종대교를 끼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는 ‘탈출구’가 없다. 11월21일 인천국제공항 전용 고속도로로 개통된 40.2km구간이 도로 설계와 교통 시스템의 오류로 인천국제공항 전용 고속도로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진입을 막고 진출은 허용하는 회차로나 우회로를 만들지 않아 일단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빠져나갈 비상구가 없다는 점이다. 공항까지 대체 교통망도 갖추지 않아 사고가 나면 항공기 출발 시각에 맞추는 것조차 힘들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한국도로공사 도로연구소 유경수 박사는 “우회 도로나 대체 교통망이 없는 현재로선 사고 정보를 신속하게 수집해서 재빨리 처리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교통 체증을 고려하지 않은 불합리한 인터체인지 체계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포공항에서 고속도로로 접어드는 개화동 사거리는 진출입 램프가 편도 1차선이다. 이 부근은 남부순환도로와 88도로, 일산·김포 지역을 오가는 차량으로 평소에도 체증이 극심해 편도 1차선 진출입으로는 원활한 편입이 불가능하다. 사고가 나거나 서로 끼여들려다 뒤엉키면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해 신공항하이웨이(주)교통서비스센터 백규정 실장은 “개화동 사거리 체증 완화를 위해 김포공항에서 직통하는 고가도로를 만들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구체적인 계획이나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한 협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언제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

시설의 허점도 적지 않다. 방화대교를 건넌 직후에는 표지판도 없는 급커브길이 나타나고, 편도 3차로가 2차로로 갑자기 줄어든다. 시속 150km로 과속하는 차량이 태반인데, 속도 위반을 단속하는 무인 카메라가 단 한 대도 없다는 점도 문제이다. 신공항하이웨이(주)와 인천경찰청이 서로 예산 문제로 떠넘기는 사이에 속도 측정기 설치는 물 건너갔다. 안전을 위해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자 최근 인천경찰청은 이동식 감시 카메라라는 임시 방편을 내놓았을 뿐이다.

평택과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 역시 주변 연계망이 미흡해 병목 현상 대비책이 허술한 편이다. 이 부근 진출입로가 당진·송악 인터체인지 두 군데뿐인 데다 편도 1차선에 우회 도로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서해대교를 건너온 차량들로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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