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후보 단일화 아직은 '긴가민가'
  • 안철흥 기자 (epigon@e-sisa.co.kr)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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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39.8%, "실패" 38.1%…단일화해도 이인제 못 이겨


김근태 최고위원과 노무현 상임고문.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다. 민주당 대권 주자 중 개혁 블록을 형성하고 있고, 과거 민주화운동을 했으며, 당 안팎의 개혁 세력을 원군으로 삼고 있다. 현정권의 정통 계승자를 자임하고 있지만 당내 기반이 엷다는 점도 동병상련이다.




이 두 사람의 연대설이 최근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연대가 가져올 상승 효과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 7월24일 전격 회동하고, 연대와 협력 의지를 공표했다. 이어 천정배 의원이 '민주개혁세력 연대론'을 주장하고 나섰고, 초·재선 의원들이 동조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개혁연대' 가능성은 정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과연 이들은 연대해서 후보 단일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


〈시사저널〉이 민주당 대의원 1천4명을 조사한 결과, 개혁연대에 대한 민주당 대의원들의 인식은 아직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근태 위원과 노무현 고문이 개혁연대를 이루고 후보 단일화에 성공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룰 것이다'(39.8%)와 '이루지 못할 것이다'(38.1%)가 팽팽하게 맞섰다. '모르겠다'(22.0%)도 상당수에 달했다. 과거 DJ와 YS처럼 이들도 결국 다른 길을 걸을지 모른다는 의심이 아직은 많은 셈이다.


대의원들의 바닥 민심을 나누어 살펴보면, 지역 별로는 호남(46.4%), 부산·경남(42.3%), 수도권(41.9%) 대의원들이, 후보 지지도 별로는 노고문(75.9%), 김위원(69.0%) 지지자들이 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호남은 현정권의 근거지다.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당내 불협화음이 최대한 없어야 한다는 바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PK 지역은 노고문, 수도권은 김위원 출신 지역이다.


반면 충청권(39.4%)과 대구·경북(39.6%)에서는 연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 지역은 이인제 최고위원(충청)과 김중권 대표(TK)의 출신 지역이다. 후보 지지도 별로 볼 때, 노무현·김근태·한화갑 지지자를 뺀 나머지 주자 지지자들이 두 사람의 연대와 단일화에 부정적인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개혁연대가 자신이 지지하는 주자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고려한 듯하다. 한화갑 최고위원 지지자들은 긍정 반, 부정 반으로 나뉘었다.


노무현·김근태, 단일 후보 싸움 '박빙'


연대가 성사된다면, 누가 단일 후보로 나서야 할까. 이 또한 팽팽히 맞서기는 마찬가지. '노무현'(35.5%)을 선택한 대의원이 '김근태'(31.5%)를 꼽은 사람보다 조금 많았다. '제3의 개혁 인물'(32.0%)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엇비슷했다. 두 사람 모두 대의원 심중에 '확실한 개혁 후보'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고문이 단일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응답은 수도권(32.9%), 대구·경북(36.6%), 부산·경남(42.3%), 호남(42.7%)에서 높았다. 노고문 지지자의 93.1%와 정동영 최고위원 지지자의 45.8%도 노고문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김근태 단일 후보'는 충청권 대의원(30.9%) 사이에서 호응도가 높았다. 김위원 지지자들 중에서는 79.3%가 김위원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화갑 위원 지지자들이 노고문(28.0%)보다 김위원(42.1%) 쪽을 선호한 것도 눈에 띈다. 한화갑·노무현·김근태 3자 연대설이 아직 살아 있는 상황인 데다, 동교동계 출신 대의원들의 바닥 민심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 건 서울시장 지지자(41.5%)와 이인제 위원 지지자(38.7%)는 '제3의 개혁 인물'이 나서라고 주문했다. 이 층은 개혁연대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두 사람이 단일화에 성공해 선두인 이인제 위원과 맞붙을 경우는 어떻게 될까. 결과는 '김근태 31.3% 대 이인제 50.7%' '노무현 29.4% 대 이인제 52.9%'이다. 두 사람 모두 이위원에게 20% 가량 뒤졌다. 아직은 이인제 대세론을 뒤집을 힘을 축적하지 못한 형편이다.


'김근태 대 이인제'의 경우. 김위원은 대구·경북(45.5% 대 36.6%)에서 이위원을 꺾었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위원의 승리. 그러나 후보 지지도 별로 볼 때는 결과가 조금 다양하다. 이인제 지지자의 91.5%, 고 건 지지자의 44.7%가 이위원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반면 노무현·김중권·이한동·정동영·정몽준 씨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은 상대적으로 김위원을 많이 지지했다.


'노무현 대 이인제'의 경우. 이위원이 우세를 보였다. 노고문은 대구·경북(34.6%)과 부산·경남(32.3%)에서 30% 이상 지지율을 확보했지만, 이들 지역에서도 이위원 지지율을 넘지 못했다. 후보 지지도별 분포에서도 노고문은 노무현·김근태·정동영 지지자들 사이에서만 우위를 지켰다. 반면 다른 후보 지지자들은 이위원 쪽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기울었다. 국민 지지율·대의원 지지율 모두 2위인 노고문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국민 인지도 면에서 충분히 성과를 낸 그로서는 이제 대의원 표심 잡기에 본격 진력해야 할 모양이다.




김근태·노무현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











이룰 것이다 이루지 못할 것이다 모르겠다
39.8% 38.1% 22.0%



김근태·노무현 중 적합한 단일 후보













제3의 개혁 인물 노무현 김근태 모름·무응답
32.0% 35.5% 31.5% 1.1%



단일 후보 김근태 대 이인제 지지율













김근태 이인제 제3의 인물 모름·무응답
31.3% 50.7% 17.2% 0.8%



단일 후보 노무현 대 이인제 지지율













노무현 이인제 제3의 인물 모름·무응답
29.4% 52.9% 16.4% 1.3%


노무현은 PK, 김근태는 TK에서 경쟁력 과시


당내 부동의 1등인 이인제 위원도 약점은 있다. 영남 민심은, 일반인 여론조사 때처럼 대의원 조사에서도 약한 고리였다. 그가 두 사람과의 맞대결에서 유일하게 고전한 지역이 영남이었다. 반대로 노고문은 부산·경남, 김위원은 대구·경북에서 평균 이상의 경쟁력을 과시했다. 이 점은 앞으로 영남 후보론, 혹은 이인제 비토론의 끈질긴 근거 사유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근태·노무현·이인제 3인이 50대 트로이카로 연대해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물어 보았다. 이에 대한 응답은 '그래야 한다'(69.8%)가 압도적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응답은 29.6%에 불과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응답은 대구·경북(57.4%)과 김중권 대표 지지층(51.0%) 사이에서 높게 나타났다. 이것도 민주당 대권 경쟁전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김대표의 나이는 62세. 대표적인 영남 주자이자, '경쟁력 있는 상품'이라고 자부하는 그로서는 본격적인 전투를 치르기도 전에 세대 교체나 개혁연대 주장이 세를 얻는 것이 못마땅할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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