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환호’, 영국 ‘허탈’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4.12.1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PISA 조사 결과 놓고 OECD 국가들 ‘희비 쌍곡선’
국제기구의 교육 평가 결과가 잇달아 공개되면서 지구촌 곳곳이 들썩이고 있다. 각국 주요 언론에 보도된 수험 대상국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핀란드는 올해 PISA 평가에서 읽기 영역 1위, 과학 영역 1위, 문제해결능력 2위, 수학 능력 2위를 차지해 단연 주목되었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종합 우승을 한 셈이다. 12월7일 핀란드 교육부의 툴라 아타이넨 장관은 홈페이지 알림 난을 통해 핀란드가 성적이 좋은 이유 세 가지를 밝혔다. 자화자찬 같기도 하지만 그 비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타이넨 장관은 첫째로 평등 교육 시스템에 영광을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핀란드는 모든 어린이·청소년에게 집안의 사회적 지위·성별·인종적 배경에 상관없이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거주지와 경제적 조건에 따른 차이도 없다. 교육비는 무료이며, 모든 학생들은 학교 급식이나 소풍 등 여러 부가 활동에서 똑같은 혜택을 누릴 자격을 가진다.”

초등학교 교사 대부분이 석사

아타이넨 장관은 둘째로 “특히 우리는 교사들을 연수시키는 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라고 강조한다. 핀란드 초등학교 교사 대부분이 석사 학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는 지방 정부의 몫이다. 장관은 “지방 정부는 중앙 교육부에 비해 학생들과 가정에 더 가까이 있다. 핀란드인들은 ‘집-학교-지방 정부’라는 3각 협력 체제를 오랜 전통으로 가지고 있다”라고 자랑했다.

12월7일 PISA 발표를 본 영국인들은 어리둥절했다. 당당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영국이 이번 PISA 조사에 이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은 왜 영국만 빠졌느냐며 이유를 캐물었다. PISA를 주관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영국의 샘플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12월14일 발표된 TIMSS 조사에서도 명단에 빠졌다.

영국 안에서도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지방 학생들의 성취도 평가 자료는 이번 보고서에 별첨으로 수록되었다. 문제는 영국의 본토인 잉글랜드 지역 학교였다. 영국의 PISA 시험을 주관한 영국 통계청은 영국이 빠진 사연을 BBC에 이렇게 설명했다.

“PISA는 시험을 치를 고등학교를 영국 내에서 무작위로 선발했다. 그런데 무작위 선정된 학교가 시험을 자발적으로 수락하는 비율이 85%가 넘어야 한다. 그러나 영국은 64.3%에 불과했다.” 통계청이 학교를 상대로 두세 차례 시험 참여를 독려하는 편지를 보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기말고사가 끝난 뒤여서 학교에 오지 않으려는 학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PISA 테스트 참가에 실패한 영국 당국이 교사 대표와 야당 정치인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 영국은 2000년 PISA 평가에서 평균 이상 점수를 얻었고, 특히 과학 영역은 4위였다.

스위스의 유력 일간지 NZZ 온라인은 이번 PISA 평가 결과 스위스가 나름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고 보도했다. 긍정적 분위기에 취해 산적한 교육 현안을 놓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사들이 PISA 평가를 너무 의식하는 바람에 현장 교육이 PISA 시험 준비로 오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교사협회의 안톤 스트리트마터 씨는 NZZ에 “평가를 위한 교육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수학 영역에서 6위를 차지하는 등 PISA 결과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위기에 민감한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정작 교육의 질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휴대전화 탓에 사고력이 저하했다’(요미우리) ‘학력 저하, 비참한 결과’(마이니치) 등 여론의 뭇매가 이어졌다. 나리아키 일본 문부과학상은 “결론적으로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라며 문제를 시인했다. 2000년 PISA 평가 때 일본은 수학 영역 1등을 차지하는 등 결과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올해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크다. 2003년 성적이 너무 좋은 한국이 앞으로 겪을 일일 수도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