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서식하는 비둘기는 2만 마리 정도. ‘비둘기 부대’ 1개 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비둘기들이 많이 몰려드는 곳이 자성대 부두이다. 왜냐고? 먹을 것이 많아서이다.
자성대에는 해외에서 곡물을 수입하는 양곡 부두가 몰려 있다. 이 때문에 건물 옥상과 벽·전선·도로는 비둘기 사단의 ‘점령지’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비둘기 부대의 하루 일과는 곡물 수송선이나 트럭에 올라 ‘수라상’을 받거나, 도로 위에 떨어진 곡식으로 포식한 뒤, 건물 옥상이나 전선에서 낮잠을 즐기는 것이 전부이다. 이들의 텃세가 워낙 심한 탓에 인근에 있는 용두산 비둘기는 아예 범접하지 못한다. 먹을 것이 풍족하다 보니 벌레를 잡으러 멀리 날아갈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제대로 날지도 못하는 비둘기가 수두룩하고, 수시로 드나드는 트럭에 치여 숨지는 비둘기가 부지기수이다.
이들이 포만감을 만끽하는 동안, 한 켠에서는 항만 노동자들이 구조 조정 한파로 떨고 있다. 자성대의 경우, 지난해 초 9백32명이던 직원이 지금은 7백19명으로 줄었다. 머지 않아 민영화가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에, 봉급 삭감은 물론이고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
가슴에 ‘고용 조정 반대’라는 리본을 달고 있는 노동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산항 비둘기들은 나날이 식구를 늘려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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