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글우글’ 민박집, 문제도 ‘바글바글’
  • 차형석 기자 (papapipi@e-sisa.co.kr)
  • 승인 2002.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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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족 늘자 유럽에 한인 업소 난립…‘진효정씨 사건’ 이후 전전긍긍
지난해 11월18일 영국 요크에서 발견된 변사체는 프랑스에서 어학 연수를 하던 중 영국으로 배낭 여행을 간 한국인 진효정씨(21·전북대)로 밝혀졌다. 지난 1월7일. 영국 리즈 대학에서 국비 연수 중이던 인천경찰청 임병호 경정(38)이, 진양 가족이 유럽 한국인 민박집 정보 사이트 ‘달팽이집’(www.snailhome. com)에 올린 실종 사실을 보고 가족에게 연락하면서
피해자 신원이 확인되었다.




진양은 지난해 10월 말 파리에 있는 한인 민박 주인의 소개로 영국 런던에 있는 민박집에 머무르다가 변을 당했다. 런던에 있는 민박집 주인 김 아무개씨(31)는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독일로 간다”라고 말한 뒤 행방을 감추었다. 지난 1월14일 경찰청은 “영국 경찰이 최근 민박 주인 김씨가 독일에서 런던에 있는 일본인 애인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상황을 문의한 사실을 밝혀냈다”라고 밝혔다.



현재 영국 경찰은 현장에서 목격된 180cm 가량의 ‘백인 남자’와 사라진 한국인 민박집 주인을 용의선상에 놓고 인터폴과 공조해 수사하고 있다. “목격자가 본 시각이 새벽 5시30분으로 시야가 어두운 때이기 때문에 백인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현지 경찰은 보고 있다”라고 임경정은 전했다.
‘달팽이집’ 사이트를 운영하는 교민 이 아무개씨는 이전부터 일부 한국인 민박집이 문제를 일으켜 왔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유럽에 있는 한인 민박집은 약 1백50군데. 주로 유학생이나 교민이 부업이나 생활 방편으로 운영한다.



삐끼 동원·물품 사재기 등 ‘물의’






한국인 어학연수생과 배낭여행객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한인 민박집이 추태를 부리고 있다. “공항이나 역에서 삐끼를 동원해 손님을 끄는, 신용할 수 없는 민박집이 상당 수 있다. 이런 집들은 다른 민박집에 비해 턱없이 시설이 빈약하고 불친절해 여행객의 원성을 산다.” 이씨의 말이다.



프랑스의 일부 민박집은 일명 ‘루이뷔통 아르바이트’를 여행객들에게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제품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루이뷔통 회사가 1인당 물품 구입을 제한하자, 일부 교포들이 한국 여행객들에게 10% 정도 구입 대행 수수료를 주면서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루이뷔통 아르바이트로 사들인 물품이 일본으로 팔려나가고 여기에는 마피아가 연관되어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고 있다”라고 한 민박집 주인은 말했다.



최근 이탈리아에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민박집도 생겨났다. 손님을 끌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극성 삐끼들을 동원해 호객 행위를 하다가 자기들끼리 서로 고발하는 일까지 있었다. 경쟁 민박집 홈페이지에 손님을 가장해 비방 글을 올리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1년 넘게 프랑스 파리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유학생 최 아무개씨는 불똥이 엉뚱한 데로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인 민박은 거의 대부분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다. 민박을 운영하는 교민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치 모든 한인 민박집이 범죄 소굴인 것처럼 한국 뉴스에 나오는 것도 부담스럽다”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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