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기록 제조기' 이신범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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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고소·고발 '최다'
'홍걸씨 호화 주택건' 놓고 1년째 송사


현재 정치권 고소·고발 사건의 최다 출연자는 한나라당 이신범 전 의원이다. 15대 국회에서 이형자 리스트, 고위층 그림 로비 의혹, 김대중 대통령 3남 홍걸씨의 호화 주택 소유 의혹 등 수많은 폭로전을 주도했던 그는 이 때문에 물고 물리는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옷 로비 파문'이 극에 달했던 1999년 6월 그는 한나라당 당사에서 김중권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천용택 전 국정원장,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의 부인들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부인 이형자씨로부터 그림 로비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이로 인해 여권으로부터 6건의 고소·고발을 당했다.

사진설명 '소송 자판기' : 이신범 전 의원의 고소·고발 내용에는 기발한 것도 많다. ⓒ시사저널 윤무영

'LA 호화 주택 사건'은 얽히고 설킨 정치권 소송의 극치다. 이씨는 4·13 총선 직전 DJ 3남 홍걸씨가 미국에서 호화 주택에 살고 있다며 자금 출처를 밝히라고 주장했다. 여권이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 제소를 검토하는 사이 KBS를 포함한 일부 언론이 자체 취재를 통해 이씨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보도했고, 이 뉴스는 미국 교민 방송인 KTV를 통해서도 방송되었다.

그러자 그는 미국에서 KTV·KBS·김홍걸·민주당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고, KTV의 맞제소가 이어졌다. 결과는 KTV의 승리. 미국 법정은 최근 '이씨가 명예 훼손을 보상받기 위해서라기보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KTV의 손을 들어 주었다. KTV측이 변호사 비용 등을 청구할 경우 수십만 달러를 물어 주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호화 주택과 관련해 이씨에게 유리한 판결이 난 사례도 있다. 4·13 총선 당시 민주당 박금자 부대변인은 '이신범 의원도 미국에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논평을 내고 이 사실을 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에 대해 이씨는 민주당과 박부대변인 등을 상대로 3억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27일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 2부(황경남 부장판사)는 '민주당과 박금자는 연대하여 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양쪽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에 계류되어 있다.

이씨가 민주당 김성호 의원을 대상으로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은 신기록까지 세웠다. 그는 4·13 총선을 전후해 상대 후보인 김의원을 무려 65 차례 고소·고발했다. 선거 사상 최다 고발 기록이다. 여기에는 김의원이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직전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기원합니다'는 플래카드를 당사 주변에 내건 것을 두고 2004년 총선을 겨냥한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제소한 '기발한' 내용도 들어 있다. 그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에 대해 또다시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곤 했는데, 이 때문에 그에게는 '소송 자판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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