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 못할 리틀 박정희
  • 김종민 기자 (jm@e-sisa.co.kr)
  • 승인 2002.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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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부총재, 한나라당 대권 전선 '파란' 예고.... 경선 이후 행보에 더 주목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낸 박근혜 부총재는 요즘 각오가 비상하다. 1인 지배체제 타파, 대선 전 당권·대권 분리, 국만 참여 경선, 경선 전 총재직 사퇴 등 그녀의 주장은 대부분 한나라당 분위기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당권·대권 분리 문제만 해도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 고려해 보겠다는 것이 이회창 총재측의 생각이다. 그러나 박부총재는 대통령 후보 선출 직후에 바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경선 방식도 민주당처럼 국민들이 참여하는 경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핵심을 향해 거침없이 육박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을 닮았다. 정고문은 2000년 말 권노갑씨 이선 후퇴라는,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 승부수를 던져 이를 성사시킴으로써 민주당 쇄신 흐름에 한 획을 그었다. 두 사람 모두 기존 정치 질서에 구애되지 않는 40대의 패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박부총재가 이총재의 아성에 도전장을 낼 때만 해도 무모해보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메아리로 들림직한 움직임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자몬회의 의장으로 거론되던 남덕우 전 부총리가 박부총재 후원회장을 맡았고, 대구·경북 출신인 김만제 의원도 "당 민주화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박부총재 같은 젊은 지도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국민에게 희망 못주면 정치 그만두겠다"



당내 젊은 의원들의 모임인 미래연대는 오는 1월 25일 박부총재를 초청해 당내 개혁 문제를 놓고 밤샘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당 개혁을 주장해 온 김덕룡·이부영·김원웅 의원 등 비주류 개혁파 의원들의 흐름과 박부총재의 주장이 합수(合水)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박근혜의 도전'은 의외의 파장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박부총재가 한나라당 내에서 이회창 대세론을 꺽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다수의 관측이다. 그래서 박부총재에 대한 질문은 경선 자체보다는 '경선 이후'에 집중된다. 평소 박부총재는 1인 지배체제와 당리당략정치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대통합하는 새로운 정치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그녀의 지론이다. 궁굼한 것은 이러한 지론이 한나라당 내에서 실현되지 않으면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박부총재는 "국민에게 희망을 못주면 정치를 구만두겠다"라고 배수진을 쳤다. 한때 퍼스트 레이디 노릇까지 했는데 국회의원 한두 번 더 하는 것에 무슨 미련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박부총재와 정몽준 의원 등이 영남 기반과 세대 교체를 자산으로 신당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신당설에 대해 박부총재는 "한나라당이 바뀌면 신당이 되는 것이 아니냐"라고 에두르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박부총재의 핵심 측근은 당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을 모양좋게 빛내주는 '장식물'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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