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 전쟁' 누가 이길까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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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 합병 은행장 놓고 김상훈·김정태 '격전'


김상훈 국민은행장일까, 김정태 주택은행장일까? 아니면 제3의 인물일까?


국민·주택 합병추진위원회(합추위)의 '합병 은행 최고경영자(CEO) 후보 선정위원회'가 지난 7월12일 첫 회의를 가짐으로써 합병 은행장 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합병 선언(2000년 12월22일), 합병 계약(4월11일)에 이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셈이다.




최고경영자 후보 선정위원은 김병주 합추위 위원장(서강대 교수), 최범수 합추위 간사(KDI 선임연구위원), 김지홍 국민은행 사외이사(한양대 교수), 최운열 주택은행 사외이사(서강대 교수), 국민은행측 대주주인 골드만 삭스 민지홍 이사, 주택은행측 대주주인 ING 얀 옵 디 백 주택은행 부행장 등 6명. 합추위는 7월 말까지 합병 은행장을 선정한다는 계획이어서, 총자산 1백73조원(세계 66위)에 달하는 초대형 은행의 키를 누가 쥘지 금융권 안팎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합추위 김병주 위원장은 "구조 조정 의지가 확고해야 하고 합병 은행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후보 선정의 2대 원칙을 밝혔다. 합추위는 재적 위원 3분의 2(6명 중 4명) 이상의 찬성, 폐쇄된 장소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토론하는 교황식 선출 방식으로 합병 은행장 후보를 뽑겠다고 밝혔다.


'제3의 후보' 선정할 가능성 거의 없어


김위원장은 "제3의 후보도 물색하고 있다. 시간은 충분하다. 재계·금융계·관계 출신인 후보를 5명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합병 은행장 선정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제3의 후보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위원장의 발언은 7월 초 진 념 재정경제부장관이 "투서가 난무하고 서로를 모함하고 있다. 갈등이 계속될 경우 모두(김상훈·김정태 행장) 물러나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라고 말한 것과 맞물려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제3의 후보'에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시간이 많지 않고, 합병의 상승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두 김씨 중 한 사람이 합병 은행장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대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제3의 후보'는 양측의 과열 경쟁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7월9일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도 둘 중 한 사람이 합병 은행장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모든 것이 팽팽하다. 최고경영자 후보 선정위원회가 어떤 점에 무게를 두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 같다. 합병 이후의 안정적인 운영에 중심을 둔다면 김상훈 행장이, 개혁적인 부분에 더 무게를 둔다면 김정태 행장이 유리하다. 김상훈 행장은 독자적인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듣고 있고, 김정태 행장은 너무 튄다는 소리가 많다.


주택은행측은 투자자와 시장이 김정태 행장을 원한다며 국제 금융 시장의 흐름에 누구보다 정통하고 금융권 개혁을 주도해온 김행장이 합병 은행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김행장이 지난해 증권거래소가 선정한 '최고 CEO'에 오르는 등 국내외에서 한국 금융계의 대표 최고경영자로 자리 잡은 인물이라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1998년 8월29일 취임 당시 3천 5백50원이던 주가를 2만8천원대까지 끌어올려 경영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반면 국민은행측은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규모가 큰 은행 출신이 행장을 맡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한다. 총자산(국민 1백3조2천억원:주택 69조 9천억원)과 인원(국민 1만4천3백76명:주택 1만2천3백63명)을 따져 보았을 때 주택은행과는 비교가 안되고, 두 은행의 합병 비율도 61.28(국민) 대 38.72(주택)여서 내용상 흡수 합병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김상훈 행장의 경영 능력을 부각하는 데도 열심이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상훈 행장의 취임 시점(2000년 3월30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국민은행 주가 상승률은 45%(1만1천7백50원→ 1만7천원)인 반면 같은 시기 주택은행 주가 상승률은 29.7%(2만1천8백원→2만8천원)라며 김행장의 경영 능력도 검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외국계 주주의 선택과 정부 입김이 변수




합추위 김병주 위원장은 "골드만 삭스와 ING는 현재까지 각각 김상훈 행장과 김정태 행장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행간을 읽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대주주(11.07%)인 골드만 삭스의 헨리 코넬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지난 3월15일 국민은행 주주총회 때 김상훈 행장에 대해 공식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국민은행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상훈 행장은 믿음이 가는 사람이므로 강력히 지지한다." 반면 주택은행측 대주주(지분율 9.999%)인 ING는 현재까지 김정태 행장에 대해 공식으로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외국인 대주주들과 관련한 온갖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주변에서는 골드만 삭스가 ING를 합병 은행 내에서 일정한 권한을 갖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설득해 김상훈 행장을 밀게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면 주택은행측은 투자 수익을 중시하는 골드만 삭스가 시장 논리에 밝은 김정태 행장을 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주택은행 관계자가 골드만 삭스측 인사에게 김정태 행장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그러나 골드만 삭스가 김상훈 행장에 대한 지지를 공개 선언한 이상, 쉽사리 입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ING의 선택이 주목된다.




합병 은행 규모 '세계 66위'





































구분 주택 국민 통합 은행
총자산 699,345 1,032,613 1,731,958
총수신 554,333 758,196 1,731,958
점포 수 544 575 1,119
인원 수 12,363 14,376 26,739
주당순이익(EPS) 4,795 2,403 3,043

* 자료 : 합추위 (단위 : 억원)


일부에서는 합병 은행장 선정 과정을 집권 세력내 전북 세력과 전남 세력 간 힘겨루기로 본다. 국민은행 김상훈 행장은 전주고 출신이고 주택은행 김정태 행장은 광주일고 출신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기관의 한 고위 인사도 사석에서 "한때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나름의 구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개입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동안 금융권에는 전남 출신인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김정태 행장을, 전북 출신인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신 건 국가정보원장이 김상훈 행장을 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합추위 김병주 위원장은 "최고경영자 선정에 독립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합병 은행장이 정부의 압력을 받지 않고 초일류 은행을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지만, 최종 단계에서 어떤 식이든 정부의 의사가 합병 은행장 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주택은행 주식의 14.5%, 국민은행 주식의 6.4%를 가진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합병 은행장을 선정해도 합병 은행 주주총회가 열리는 10월19일까지는 '노동조합'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벌써부터 "김정태 행장이 합병 은행장이 된다면 정치 논리가 개입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올 것이다"(국민은행 노동조합) "김상훈 행장이 되면 합병 무효 소송을 내는 방법 등을 생각하고 있다"(주택은행 노동조합)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 대기업의 금융 전문가는 노동조합의 반대보다 더 무서운 것은 시장의 반응이라며, 우리 금융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누가 적임자냐 하는 점이 합병 은행장을 선정하는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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