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와 함께 사랑의 집짓기
  • 충남 아산·이문재 기자 (moon@e-sisa.co.kr)
  • 승인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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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에서 '화합의 마을' 기공…
72채 지어 무주택 서민에게 제공


사진설명 '사랑의 삽' : 충남 아산에 무주택 서민의 자활을 위해 짓는 사랑의 집(화합의 마을) 기공식.ⓒ시사저널 윤무영

"새로 출발해야죠." 지난 3월1일 오후 2시, 충청남도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 산 19-8. 오는 8월 중순, 다시 집을 마련하는 김종학씨(46)는,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한국 해비타트)가 마련한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 2001 화합의 마을' 기공식을 지켜보며 조심스럽게 웃었다.

3년 전만 해도 김종학씨는 집을 가진 어엿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보증을 섰다가 집을 날리고 말았다. 아이 셋에 빚 4천만원. "아내와 이혼한 데다 빚이 많아서 심사에 통과하기가 어려웠다"라고 김씨는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에 올라가는 막내 아들 덕태는 탁구 특기생. 덕태는 "앞으로 탁구를 더욱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 해비타트 천안·아산지회가 추진하는 '화합의 마을' 입주자 72가구의 대표다.

사랑의 집짓기(국제 해비타트) 운동은, 1976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백만장자 밀라드 풀러가 재산을 전부 사회에 환원한 다음 '전세계의 판잣집을 모두 없애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국제적인 기독교 민간 자원봉사운동이다(<시사저널> 2000년 8월24일자 참조). 한마디로, 집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회가 나서서 집을 지어 주자는 것인데, 일방적인 적선이 아니다.


자원봉사자 5천5백명 '나눔의 미학' 실천


사진설명 오는 8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건설할 화합의 마을 조감도.

집이 없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스스로 일어서게 하는 자활 프로그램으로,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면서 부양 가족이 있는 무주택 서민이되, 입주 전까지 500 시간 이상 스스로 집을 짓는 데 땀을 쏟아야 하며, 건축 원가를 15년 동안 분할 상환해야 한다. 기독교 민간 운동이지만, 종교적인 벽은 없다.

그동안 국제 해비타트는 전세계 76개국에 10만 채가 넘는 주택을 건설해 무주택 서민들로 하여금 '새 출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에서는 1995년 건설교통부 산하 비영리 공익법인(이사장 정근모)으로 출발해 2000년 현재 의정부 태백 진주 서울 대구 광양 등 일곱 군데에 집 78채를 지어 무주택 서민들에게 분양했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은 '1주일 만에 해치운다'. 기초 공사 후,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7일 만에 집을 세우는 것이다. 사랑의 집짓기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자활 능력을 일깨우는 동시에, 가진 자들로 하여금 '가진 것'을 나눌 기회를 준다.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는 것이다.

국제 해비타트는 1980년대 중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참여하면서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올해 한국에서 펼쳐지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은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으로 명명되었다. 해비타트에 동참한 이래 카터 씨는 해마다 1주일씩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동참해 왔는데, 올해에는 8월5일부터 12일까지 방한해, 충남 아산에서 '사랑의 집' 72채를 짓는 데 함께 땀을 흘린다. 이때 해외에서 1천5백명, 국내에서 4천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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