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무사〉다섯 가지 쟁점에 대한 김성수 감독 '반론'
  • 고재열 기자 (scoop@e-sisa.co.kr)
  • 승인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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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세공력을 높였다고 자부"
〈무사〉가 과연 잘 만들어진 한국형 블록버스터인지 아니면 실패한 거액 영화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영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쟁점에 대해서 김성수 감독의 반론을 들어 보았다.




쟁점1. 이야기가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되었다.


‘분산'된 것이 아니라 ‘배분'된 것이다. 나는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이 영화는 주인공 몇 명의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 진정한 역사의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다.


쟁점2. 초점이 흐려져서 관객의 감정선을 제대로 자극하지 못한다.


다 그렇게 보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사회를 했는데 한 관객이 "할리우드 영화와 다른 것이 마음에 들었다. 모든 인물을 하나하나 조명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쟁점3. 조연의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


그 점은 인정한다. 무사 9명 모두의 캐릭터를 살려주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조연에게도 개성을 부여하려고 했던 시도가 무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쟁점4. 4시간 길이로 기획된 영화가 2시간35분 분량으로 줄어들면서 줄거리나 인물의 성격 변화에서 비약이 생겼다.


잘못 알려져 있다. 처음부터 2천5백 컷 내외 2시간20분 정도의 시간으로 기획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새로운 욕심이 생겨서 4천 컷 정도를 찍었다. 디렉터스컷(감독 재편집본)을 만든다는 얘기는 부족한 부분을 벌충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장에서 더 찍은 화면을 한번 되살려 보겠다는 것이다.


쟁점5. 극중에서 고려로 돌아가다가 공주를 구하겠다고 욕심을 부린 최 정처럼 감독이 무리한 욕심을 부렸다.


그런가? 그렇게 보아 준다면 고맙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이 무사라고 생각한다. 그들 모두가 ‘작은 영웅'이 됨으로써 고려라는 지극히 수직적인 사회를 넘어서 서로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모습으로 결말짓고 싶었다. 너무 욕심을 부렸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내가 이 영화를 통해서 한국 영화의 세공력을 높였다는 것만큼은 인정해 주리라고 본다."도대체 작가가 하려는 말이 뭐야?”
독자는 전혀 안중에도 없다는듯, 대단히 불친절하고 비협조적인 작품을 읽을 때 흔히들 내뱉곤 하는 푸념이다. 남들은 만고의 명작이라고 치켜세우는 작품인데 명작은커녕 무슨 말인지조차 알아듣지 못하니 은근히 자존심도 상한다.




비평가는 이럴 때 해결사를 자처하며 등장해서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는지 ‘해석’해 준다. 그러면 독자는 비평가의 해석에 따라 작품을 ‘이해’한다. 가령, 카프카의 작품은 현대 전체주의 국가에 근원적으로 만연한 관료주의의 광기와 좌절을 말하고 있고, 사무엘 베케트는 신에게서 소외된 현대인의 정신병리학을 이야기한다는 식이다.


수전 손택의 <해석에 반대한다>(이민아 옮김, 이후 펴냄)에 따르면, 그러나 그같은 해석과 이해야말로 예술을 망치는 주범이다. 해석은 ‘예술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잔인한 호전 행위’일 뿐이다. 예술에서 의미(이른바 내용)를 찾는 해석은 직접 손을 대서 지우거나 고쳐 쓰지 않으면서 사실상 텍스트를 ‘바꾸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예술은 ‘경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평의 기능도 예술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주는 것(곧 해석)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 어떻게 예술 작품이 되었는지, 더 나아가서는 예술 작품은 예술 작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된다. “해석학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성애학(erotics)이다.” 예술은 따지고 재는 것이 아니라 매혹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나는 열렬한 팬이자 지지자로서 글을 쓴다”라고 할 만큼 주체적인 취향과 감수성, 스타일을 존중한다.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이며 과장된 것을 본질로 하는 ‘캠프’적 취향에 대한 옹호가 그 좋은 예가 된다. 오스카 와일드·장 주네·이오네스코·사드·아르토 같은 ‘별난’ 작가들을 자주 거론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동성애자들을 일러 ‘현대 도시 문화의 걸출한 창조적 소수 집단’이라고까지 치켜세운다.


수전 손택은 <해석에 반대한다>를 통해 시종일관 내용에 대한 스타일의 승리, 도덕주의에 대한 탐미주의의 승리를 선동한다. 아방가르드 미학 이론서 치고는 오래 전(1966년)에 나왔으면서도 이 책이 후위로 처지지 않은 까닭이다. 저자의 도발적인 문제 제기는 지금도 여전히 ‘전위적으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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