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스타일 ‘뱅헤어’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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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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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머리는 유럽·일본 거쳐 한국 상륙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의 포스터는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의 시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먼저 전도연(맨 왼쪽)의 뱅헤어(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머리)는 가장 앞선 여자 연예인의 스타일을 반영한다. 엄정화·김희선처럼 유행을 이끄는 연예인들이 바람머리 스타일을 탈피하고 뱅헤어를 한 지 오래다.


이혜영(왼쪽에서 두 번째)의 바람머리와 류승범(아래 큰사진)의 ‘삐침머리’는 유행을 선도하지는 못하지만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계층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보통의 여자 연예인과 유행에 앞선 남자 연예인, 그리고 유행에 민감한 일반 여성들이 이 제2 그룹을 형성한다. 김남주·김현주·이영애·김희선 등이 일으킨 바람머리 열풍은 송혜교·송윤아처럼 수동적인 이미지의 연예인이나 SES·핑클·투야처럼 새 음반과 함께 스타일을 바꾸어야 하는 여가수들이 바통을 잇고 있다.





일반 여성들에게 바람머리는 이전의 것보다 좀더 진화한 형태로 나타난다. 전체적인 모양을 비대칭으로 만들고 삐침을 줄여 어려 보이게 하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홍대앞과 이대앞·명동·압구정동과 청담동으로 이어지는 미용실 벨트에서 바람머리는 이제 주력 상품이다. 명동 롯데백화점 2층 숙녀 캐주얼 매장의 마네킹까지 바람머리를 하고 있을 정도다.


정재영(왼쪽에서 세 번째)의 짝 달라붙는 머리는 유행에 둔감한 보통 사람들의 머리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도 바람머리의 유혹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다. 바람머리는 남성에게는 남성성을, 여성에게는 여성성을 강화하는 ‘요술 머리’이기 때문이다. 웨이브(굴곡)를 주고 브릿지(부분 염색)를 넣은 변형 바람머리는 낭만적인 인상을 주기도 한다.


유행하는 대부분의 헤어스타일이 그렇듯이 바람머리도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다. 일본에서 2000년에 유행한 바람머리는 유럽에서 유래했다. 유럽의 헤어스타일이 일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것은 일본 헤어디자이너들이 유럽 스타일을 동양인의 두형에 맞게 변형하기 때문이다.


바람머리의 원조가 궁금하다면 최근 개봉한 영화 <알리>를 보면 의문이 풀릴 것이다. 1960년대 미국에서 백인 여성을 흉내 내려고 흑인 여성들이 했던 머리가 바로 바람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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