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이 경감 - 박지원 청탁 덕에 ‘사직동팀’ 갔다
  • 소종섭 기자 ()
  • 승인 2003.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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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가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수사를 부탁한다? 박종이 경감(사진)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경위로 근무하던 지난해, ‘김영완 100억원 도난 사건’이 터지자 이를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은밀히 수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 의문을 푸는 한 가닥 실마리가 있다. 전남 구례 출신인 그가 국민의정부에서 경위·경감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배경에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있다는 소문이다. 몇 가지 정황으로 볼 때 박지원씨와 박종이씨의 관계는 일상적인 친분 관계를 넘어 특별한 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박경감이 서울 청량리경찰서 교통사고 조사반에 근무하다가 1998년 경찰청 조사과(일명 사직동팀)로 발령 난 과정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으로 근무했던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박지원씨가 (박종이씨가) 조사과에 근무하기를 원하는데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전화를 걸어왔다”라고 밝혔다. 박의원은 박씨의 전화를 받은 뒤 당시 사직동팀 팀장을 맡고 있던 최광식 총경에게 참고하라며 이 사실을 전했다고 말했다. 박경감이 박씨의 ‘힘’으로 사직동팀에 근무하게 되었음을 알게 해주는 증언이다.

박경감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하던 지난해 5월10일, 김대중 대통령의 둘째 아들 홍업씨의 친구로 ‘김홍업 게이트’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다 쓰러진 유진걸씨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방문해 유씨를 조사했던 것도 예사롭지 않다. 당시 청와대 김현섭 민정비서관은 “검찰 수사 과정에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해 진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라고 해명했다. 김비서관은 ‘최규선, 20만 달러 제공설’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어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는 인물인데, 그 또한 ‘박지원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한 동교동계 인사에 따르면, 홍업씨 사건이 일어났을 때 홍업씨가 부이사장으로 있던 아태재단은 소외되고, 박씨가 중심이 된 청와대팀이 대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경감이 유씨를 방문했을 때도 청와대가 홍업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견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을 종합해 보면 당시 박지원-김현섭-박종이로 이어지는 ‘박지원 라인’이 움직였다는 소문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박경감이 박지원씨의 천거로 사직동팀에 들어간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김영완씨에 대한 수사 과정에도 박씨가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6월30일부터 1주일 동안 여름 휴가에 들어간 박경감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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