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잘하는 일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민주당에서 연일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정동영 고문측의 분위기다. 따지고 보면 이번 DJ 총재직 사퇴를 이끌어낸 사람은 정고문이다. 그는 최고위원 사퇴 카드를 처음으로 꺼내들어 결국 최고위원 전원 사퇴를 이끌어냈고, 청와대 지도부 간담회에서는 "대통령에게 인사 책임이 있다"라고 DJ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 직후 대통령이 총재 직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 고비가 지난 지금 정고문으로서는 잃은 것이 더 많다. 그는 다시금 동교동 구파의 공적 1호에 올랐다. 김태랑 의원은 정고문을 '시저를 죽인 브루투스'라고 공격했고, 권노갑 전 최고위원은 그를 공개 비난하려다 참았다. 게다가 그에게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고문'이라는 직함이 붙었다.

DJ가 총재 직을 사퇴함으로써 한때 당혹해 하던 정고문은 그러나 또다시 '대의원 수 10만명 확대'를 내세우며 구시대 정치판 뜯어고치기에 앞장서고 있다. '파워맨' 정동영의 정치 실험이 성공할지 주목된다.

이숙이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