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황용배 전 마사회 상임 감사
  • 안철흥 기자 (epigon@e-sisa.co.kr)
  • 승인 2001.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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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의 꼬리' 너무 길었다
각종 게이트가 지면을 점령하고 있는 요즘, 신문 한 구석을 조그맣게 장식했던 권력형 비리 사건 하나가 여권의 신경을 날카롭게 건드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아태 황 사건'으로 불리는 전 마사회 상임 감사 황용배씨(사진) 구속 사건이 그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황씨는 주가 조작 혐의가 있는 한 기업으로부터 해결 청탁금으로 2억5천만원을 받았고, 군 정보사 직원을 동원해 청부 폭력까지 사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하고 전형적인 파렴치 사건일 뿐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대변인까지 나서 성명을 내는 등 말싸움을 주고받았다. 황용배씨의 민감한 배경 때문이다.


황씨는 충남 공주 출신으로 연세대를 나왔고 현정권 실세들과 어울린 적도 없다. 그런데도 그는 마사회 상임 감사와 문화관광부 산하 '뉴 퍼블릭 골프 클럽' 사장을 맡는 등 승승장구했다. 정가에는 이 배경으로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후원을 들고 있다.


황씨는 서울 창천감리교회 장로로 있으면서 이 교회를 다니던 이여사를 알게 되었고, 이여사의 소개로 아태재단 후원회 사무처장이 되었다. 그 뒤 그는 DJ의 일산 자택 근처로 이사갈 정도로 김대통령 부부에게 정성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출세'한 뒤부터 끊임없이 구설에 휩싸였다. 마사회 감사 시절에는 낙하산 인사 시비로 2년 연속 국정 감사장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1999년 옷 로비 사건 때는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 부인인 이형자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이희호 여사를 만나 '최순영 회장을 선처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이 특별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구설이 잇따르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황씨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민주당 동교동계의 한 핵심 의원은 "이희호 여사를 팔고 다니는 등 황씨의 처신에 문제가 많아 여려 차례 경고했으나 개선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이번 사건까지 이어진 것. 빨리 꼬리를 자르지 못했다가, 이여사에게 불똥이 튈까 걱정해야 할 처지에 빠진 여권으로서는 만시지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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