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 바로 세우면 통증 가고 정력 온다
  • 오윤현 기자 (noma@e-sisa.co.kr)
  • 승인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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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자세'는 두통·요통·디스크 등 만병의 근원

지금 이 기사를 어떤 자세로 읽고 있는가. 혹시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숙인 채 읽고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당장 허리를 펴고, 고개를 똑바로 세우기 바란다. 그리고 책을 눈 높이에 놓기 바란다. 자세가 바르면 심신이편안해져 책 읽기가 한결 수월하고, 이해가빨라지기 때문이다.

자세 연구자들에 따르면,가장 나쁜자세는 앞으로 고개를숙이고 허리를구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척추와디스크가 혹사당해, 긴장성 두통이나 목·어깨 근육 통증에 시달린다. 그것뿐만이아니다. 나쁜 자세는 만성 피로·귀울림·목 디스크·허리 디스크·척추 측만증·팔 어깨 결림·견비통·요통을 유발한다. 또호흡 곤란·신경계내부 기관 기능 저하·식욕부진·멀미·정력 감퇴 등을 몰고 온다.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집중력 이 떨어지고, 산만함·과민증·무기력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두통의 70%, 나쁜 자세가 원인"

나쁜 자세는 어릴 때 만들어진다. 걸음을걸을 수 있는 3,4세 아이들의자세를 보면, 체형이 완벽에 가깝다.그러나 유모차와보행기를 타면서부터 자세가 흐트러진다. 등쪽이 움푹 들어가는 유모차, 너무 푹신푹신해서 등이 굽어지는 유모차는 아기의 척추를휘게 하고 가슴을 압박한다. 보행기도 체형을 망가뜨린다. 보행기를 타려면 다리를 벌려야 하는데, ( )형 다리가 될 수 있다. 또고관절을 바깥으로 휘게하여 허리를 앞으로 기울게만든다. 어른이되어서 허리 디스크에 걸릴 확률도 높다.

학교도 자세를 비뚤어지게 만든다.2000년 7월 경희대 의과대와중앙의원이 전국 4백80개 초등학교 5, 6학년생 21만7천52명을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15.1%가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 척추 치료 전문병원인 서울우리들병원의 이상호박사는 전체디스크 환자의 10%가 10대라고 밝혔다.

원인은 무거운 책가방, 운동 부족 등 여러 가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체형에 맞지 않는 학교의 책상과 걸상이다.학생들의 덩지가커졌는데, 책상은 낮고 의자는 여전히작다. 서울 상명여고에 다니는 한 여고생(17)은 "학교 의자에 20분 정도만 앉아 있으면, 허리와 엉덩이가쑤셔 정신이 산만해진다"라고 말했다.

어른이 되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거의모든 업무를 앉아서 처리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나 서류 일을 하다 보면 몸을 앞으로숙일 때가 많다. 세수하거나 머리를감을 때도마찬가지이다. 책상다리를 하고텔레비전이나 신문을보고, 운전을 하고, 전철을 타고, 집에 와베개를 베고 잘때도 별로다르지 않다.요리·설거지·청소·빨래 같은 집안일을 할 때도 허리와 머리는 99% 앞으로 굽어 있다.

이처럼 고개와허리를 앞으로오래 숙이면 머리가 어깨 중심선보다 앞쪽으로 나온다. 반면 등은 상대적으로 뒤쪽으로 빠져나가 굽게 된다. 이때 목 뒤의근육과 어깨 근육들은 머리가 앞으로 떨어지지 않게머리 무게를지탱한다. 결과는 뻔하다. 근육이 단단하게 뭉쳐서 경직되고, 뒷목은 뻣뻣해진다. 가끔 긴장성 두통이 찾아오고, 어깨 근육이쑤신다. 한연구 결과에 따르면, 두통의 70% 이상이 자세가바르지 못해 생기는 긴장성 두통이다. 긴장성 두통의증세는 뒷목이 뻣뻣하면서 띠를두른 것처럼 아프다.

컴퓨터 업종에 6년여 종사해 온 서 아무개씨(28)는 꽤 오래 전부터 그런 증세를 느꼈다. 전에도 하루 이틀 두통이 있다가 없어져,서씨는 이번에도 그러리라 여겼다. 그러나 두통은 며칠이 지나도 사라지지않았다. 설상가상으로양 어깨와 뒷목까지당겨 서씨는도저히 업무를 볼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병원에 가서MRI까지 찍어 보았지만, 원인을 알수 없었다. 서씨는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자세를 교정해 주는 곳에서 두통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만큼 자세는 사람에게 중요하다.

건방진 자세가 몸에 좋다

<바른 자세가 보약이다>(해냄)를 펴낸자세의학연구소 김창규 박사는 바른 자세로 살려면 걸음걸이부터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말한다. "걸을 때는 고개를 세워 시선을 정면에둔 뒤, 사뿐사뿐 가볍게 물결이 치듯리듬을 타고 걷는다. 이때 발끝은 11자로 해준다."이상호 박사는 앉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박사가 권하는 바른 자세. "건방지게 보이더라도10°정도 허리를 뒤로 펴고, 15°정도 높이로하늘을 보는 것처럼목을 바로 들고앉는 자세가 좋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일상에서바른 자세를 취하는 요령을 다음과같이 소개했다.의자에 앉을 때는 허리가 등받이에 닿게 앉는다.힘이 들면 두께가 4cm쯤 되는쿠션이나 책을 허리에 대도 좋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나 너무 푹신한 소파는 피한다. 의자는 등받이 각도가 100∼120。짜리를 고른다. 등받이 높이는 뒤로손을 뻗어 닿을 수 있을 정도가 알맞다. 의자의 높이는 앉았을 때 무릎이 엉덩이 높이보다 약간 올라가는 정도가 좋다.

직장인은 과중한 업무에시달리므로 특별히 앉는 자세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허리를 돌린 채 앞으로 숙이는 자세는 피한다. 디스크에걸릴 위험이 크다. 땅에 떨어진 것을 앉은 채몸을 돌려 줍고, 의자에서 발을 움직이지 않고 몸만 돌려 서류나 물건을 집는 자세도 나쁘다. 의자가 너무 높아발이 땅에 닿지않아도 좋지 않다. 허리가 그만큼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의자에 잘못된 자세로 앉거나오래 앉아 있어 허리가 아플 때는 발 받침대를 놓는다. 두꺼운 책이나 서랍 등을 놓고 발을 올려놓으면 피로가 풀린다. 틈틈이 운동을 할수도 있다. 휴식 시간에 할 수 있는 운동은서서 허리 뒤로 젖히기, 허리 앞으로 숙이기, 허리 돌리기, 옆구리·몸통 운동 등이 있다.

앉아서 할 수 있는 운동도 있다. 의자에 앉아서 손을 옆으로 떨어뜨린다. 그런 다음최대한 척추를 뒤로 젖힌다. 두 손을뒤로 잡고, 손을 위로 올리면서, 가슴을 최대한 벌린다. 또는 두 손을 잡고 손을 위로치켜올리면서 고개를 최대한 숙인다. 의자 한쪽을 손으로 잡고, 한쪽으로 뒤돌아보아도 운동이 된다. 앉아서 하는운동이건 서서 하는 운동이건 1회에열 번씩 10회 정도 하는 것이 좋다.

물건을 들 때도 주의한다. 먼저 물건 앞에 가까이 앉는다. 그런 다음 물건을 최대한배쪽으로 끌어당겨 몸에 밀착시킨다. 일어설 때는대퇴 근육의 힘을 이용하고, 허리와 상체를자연스럽게 펴준다. 아기는가급적 앞쪽으로안지 말고, 어깨띠나 포대기를 이용해서 등 뒤로업는다. 가방이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양손으로 나누어 든다. 아니면 아예 등에 짊어진다.

운전할 때는 허리와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짝 붙인다. 이때의자는 110°정도뒤로 젖힌다. 허리 부분에 방석이나 수건을접어 대면 허리의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동그란 튜브에바람을 넣는 목 보호대를 사용하면 피로가 한결 덜하다. 장거리를 운전할 때에는 2시간마다쉬도록 한다. 이때 뒤범퍼에 한쪽 다리를올리면 허리가 풀린다. 오른쪽 왼쪽 다리를 번갈아올린다.


고개를 젖히고 샤워하라

하루의 5분의 1 가량을주방에서 보내는 주부들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허리를 보호할 수
있다. 요리하고 설거지할 때 주부가 취하는자세는 비슷하다. 앞으로 수그린자세. 허리를 20°만 숙여도 몸무게의두 배가넘는 하중이 허리에 실리므로, 주부는 그만큼 허리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이때 싱크대 높이(신장의 2분의 1에 5cm를 더한 정도)를조절하고, 10cm 높이 발판을 밑에 두고 번갈아발을 올리면 요통을 예방할 수 있다. 자주 허리를 뒤로 젖혀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머리를 감을 때나 샤워할때는 가급적 앞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한다. 샤워기를이용할 경우, 뒤돌아 서서 고개를 젖히고 씻는다. 머리를 뒤로 감으면 목뼈와허리를 유연하게 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준다.

스포츠를 즐기려면 한쪽으로만하는 야구·골프·탁구보다는 자전거·줄넘기같이 전신을 움직이는 운동을 한다. 바이올린이나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은고개를 숙이거나한쪽 몸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서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

엎드려 자는 것은 목이돌아가 목뼈와 허리에 좋지 않다. 또 근육과 인대를 긴장시켜 건강에 나쁘다. 옆으로 자면 아래쪽에 있는관절과 다리의 고관절이 압박을 많이 받는다. 이런자세로 오래 자면, 혈액이 잘 순환되지 않아 팔과 다리가 저리게 된다. 관절에 심한 통증이오고 팔을 들어올릴 수 없는오십견은 잘못된 수면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베개 높이는 팔뚝 굵기가 적당

어쩔 수 없이 옆으로 누워 잘 때에는 높이가 알맞은 베개로 머리·몸·목이일직선이 되도록 한다. 다리사이에는 쿠션을낀다. 베개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자기 팔뚝굵기가 적당하다. 너무 낮은 베개를 베거나베개를 베지 않으면 목 디스크 질환을부를 수 있다. 베개를 벨 때는 목에베고, 뒷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한다.

'적당히 딱딱한 것이 좋다.' 침대를이용하는 사람은 이 점을 명심하는 것이 좋다.매트리스가 너무 푹신푹신하면 등을 굽게 하고,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딱한 방바닥이나 침대가 꼭 좋다는 말은 아니다. 좋은 침대(잠자리)는 누웠을 때척추에 무리가 안가는 것이다. 개인의 척추 구조나 신체에 따라침대나 요의 두께를 달리해야 하는데, 대체로몸의 정상 곡선을 유지시켜 주는정도면 무리가 없다. 전문가들은 허리가 심하게 앞으로 휜사람은 방바닥이 좋고, 뒤로 휜 사람은 침대가 좋다고 말한다.

김창규 소장은 나쁜 자세를버리고 좋은 자세를 유지하려면 고개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을 줄이고, 고개와 허리를 자주 뒤로 젖혀주라고 말한다. 그리고 같은 자세나 동작을 오래취하지 말고, 가능하면 벽이나 받침대 등에 몸을 자주 의지하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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