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신대륙’ 문 두드리는 한국형 악플의 창시자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6.12.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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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

 
요즘 인터넷 업계에서는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User Created Contents)와 웹 2.0이 최대 화두이다. 그런데 그게 뭐 별거냐고 되묻는 사람이 있다.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38)이다. “한국 네티즌은 이미 PC 통신 시절부터 UCC를 만들어왔죠. 인터넷에 올리는 글, 사진, 동영상 그런 게 다 UCC입니다. 단순한 개념을 가지고 전문가들이 왜 움베르토 에코 글 쓰듯 어렵게 ‘썰(說)’을 푸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 ‘참여하는 네티즌’은 뉴스도 아니다. 1999년 탄생한 디시인사이드는 이들이 뛰어노는 대표적 참여 마당이었다(이곳에서 김씨는 '유식대장'으로 통한다). 김씨는 2002년을 정점으로 이미 서비스 운영자가 콘텐츠를 제공하던 시기는 지났다고 단언한다. 이른바 ‘디시 폐인(디시인사이드에 상주하는 네티즌을 일컫는 은어)’들이 아햏햏, 개죽이, 개벽이 따위 ‘거의 매일 새로운 트렌드와 이슈를 만들어’내면서 콘텐츠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사용자 쪽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최근 김씨는 주목할 만한 사고를 쳤다. 건설업체 IC코퍼레이션의 지분 31%를 인수함으로써 디시인사이드를 코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시킨 것이다. 이를 위해 김씨는 넥서스투자 등으로부터 2백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인터넷에는 배설구도 필요하다는 독특한 ‘3급수 전략’으로 마이너리그적 정체성을 유지해오던 디시인사이드로서는 사운을 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 배경에는 절박한 위기감이 깔려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2의 아이러브스쿨’이 될까 두려웠다”라고 김씨는 말했다. 일일 페이지뷰가 3천5백만 건에 달하는 인기 사이트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디시인사이드의 수익은 형편없었다. 서버는 태부족이었다. 심지어는 관리자마저 사이트에 접속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서버를 확충하기는커녕 그간 서버를 제공해온 야후와의 계약도 내년 3월이면 종료될 판이었다.

든든한 자금줄이 생긴 지금, 디시인사이드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고 있다. 일단 김씨는 디시인사이드를 ‘UCC를 기반으로 한 종합 커뮤니티 포털’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다. 1년 안에 엠파스를 제치고 업계 5위권에 진입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상반기에는 새로운 수익 모델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올린 이미지 콘텐츠를 쇼핑몰과 연계시킨 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사용자와 나누어 갖는 식이다.

그러나 달라질 디시인사이드에 ‘디시 폐인’들이 지금까지와 같은 충성도를 보여줄지는 미지수이다. 김씨는 “외견상 바뀌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버 확충으로 성능이 대폭 개선되고, 대표 상품인 ‘갤러리’도 현행 4백 개에서 1천 개까지 늘어날 예정이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은 기존의 것을 고수할 방침이다. 그는 나아가 꼭 필요한 부분에만 로그인 제도를 도입하고, 나머지 게시판 같은 데서는 비실명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자칭타칭 '한국형 악플의 창시자'로 통하는 그 자신이 ‘스스로 방목할 뿐 누군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는 결코 들어가지 않으려 하는’ 네티즌의 특성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내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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