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마케팅과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철의 여인’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2.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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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령 영화사 ‘반짝반짝’ 대표

 
김무령 프로듀서(39)를 취재하기 전에 자료를 검색했더니 이런 말들이 나왔다. ‘미다스의 손.’ 마케터 혹은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았더니 그럴 만도 했다. <결혼이야기 2> <은행나무 침대> <편지> <약속> <살인의 추억> 등. 흥행 타율이 상당히 높다. 또 이런 말도 있었다. “시나리오 표지에 신경 쓸 정도로 꼼꼼하다. 보기와 달리 철의 여인이다.” <살인의 추억> 작업을 함께 했던 봉준호 감독의 말이다. 충무로 17년차 베테랑 프로듀서에 대한 호평이다.

그녀는 영화 잡지 기자가 될 뻔했다. 영화 음악방송 프로그램의 작가를 할 정도로 글 쓰는 데 특기가 있었다. 대학 4학년 때 영화 잡지 <로드쇼>에서 번역 일을 했는데, 채용 계획이 없어지면서 잡지사 소개로 영화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장호 감독이 운영하던 판 영화사였다. 그때 맡은 분야가 광고·홍보였다. 광화문 프레스센터를 기준으로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언론사 순회를 할 수 있는지 파악해 보도 자료를 들고 영화 기자들을 찾아다녔다. 판 영화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다남흥업에서 외화 수입 업무를 했다.

본격적으로 기획·마케팅 이력을 쌓은 곳은 신씨네였다. 8년 동안 이 ‘영화 기획·마케팅의 명가’에서 일했는데, 기획실장으로 있으면서 기획한 작품이 <편지> <약속> <거짓말> 등이었다.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했던 김씨가 현장 진행을 제외하고, 프로듀서가 해야 했던 일을 상당 부분 책임지고 일한 때이다.

‘프로듀서 데뷔작’은 2001년 개봉한 <인디언 썸머>. <백한 번째 프로포즈>를 함께 각색 했던 노효정 감독의 연출작이었다. 이로써 그녀는, 여성 프로듀서가 드문 시기에 마케팅에서 기획으로, 다시 프로듀서로 이어지는 일련의 코스를 후배 여성 영화인에게 보여주었다. 그녀의 능력은 <살인의 추억> 프로듀서를 하면서 단연 빛을 발했다. 이 영화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실제 피해자들이 있고, 범인은 잡히지 않은 사건. 게다가 시·공간 배경도 1980년대와 지방이다. 프로듀서로서 할 일이 많았다. 봉준호 감독의 시나리오 작업 메모장에서 ‘살인의 추억’이라는 문구를 찾아내 제목으로 밀어붙인 것도 그녀가 한 일이었다. 이 영화로 그녀는 2003년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받았다.

김무령 프로듀서는 영화 마케팅·제작사 ‘반짝반짝’을 설립하고 2006년 <천하장사 마돈나>를 싸이더스FNH와 공동으로 제작했다. 현재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반짝반짝 빛나는>을 준비하고 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과도 차기작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녀에게는 어떤 장르인지보다 어떤 이야기인지가 더 중요하다. 만들고 싶은 영화는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가 담긴 영화’. 늘 새로운 감각으로 흥행을 성공시켜온 그녀가 또 어떤 ‘반짝반짝한’ 영화로 관객을 매혹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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