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기발한 자살 여행> 유럽에 라이선스 수출한다”
  • 차형석 기자 (cha@sisapress.com)
  • 승인 2006.12.2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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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한샘 뮤지컬 프로듀서

 
“그때 그만두지 않았으면 지금쯤 대리 정도 했겠죠.” 공연계에서 젊은 뮤지컬 프로듀서로 두각을 나타내는 송한샘씨(33)는 2001년 5월에 한 대기업의 가전 부문 해외마케팅 담당 사원이었다. 우연히 사내 인트라넷에서 HOT 베이징 공연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대학 시절, 노래패 활동을 하고, 재즈 보컬리스트 윤희정씨에게 2년 동안 사사하는 등 가수로 활동한 적이 있던 그의 마음이 움직였다. “무대 위가 아니면 무대 뒤에라도 있어야겠다.” 결심하면 바로 행동에 옮기는 편. 사직서를 냈다. 기사를 읽고 나서 채 1주일이 안 걸렸다.

사표를 내고 들어간 곳이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주)제미로였다. 처음에는 ‘전공’을 살려 음반 기획 업무를 맡았다. <상도> <네 멋대로 해라> OST, 모던 록 밴드 ‘링크’ 1집 등이 그때 기획한 앨범들이다. 음반사업팀 업무를 하다가 공연사업 부문 마케팅 업무를 지원하면서 뮤지컬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첫 번째로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했던 작품이 뮤지컬 <캣츠>였다. 그후 줄줄이 마케팅·홍보 경력이 쌓여갔다. 뮤지컬 <유린타운> <킹 앤 아이> <미녀와 야수> 등등.

공연 마케팅을 해가면서 점차 프로듀서를 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재즈 보컬 등 ‘플레이어’로 활동했던 그에게는 단순히 마케팅 전문가보다는 한 공연을 책임지고, 무대에 올리는 프로듀서가 훨씬 매력적이었다. 제미로에서 함께 일한 팀장 두 명과 공동 설립한 공연 제작사 쇼노트에서 그는 프로듀서로 데뷔했다. 그 작품이 <헤드윅>이다. 이 뮤지컬로 10만 관객을 모았으니 첫 번째 타석에서 장타를 날린 셈이다. 쇼노트는 박정현·패티김·서문탁·015B·롤러코스터 콘서트를 무대에 올리고, 뮤지컬 <헤드윅> <벽을 뚫는 남자> 등을 기획·제작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탄탄한 라인업으로 매우 짧은 기간에 주요 공연 제작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송한샘씨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공연 제작사 쇼팩(Show FAC)을 설립한 것. 회사명에 여러 뜻이 담겨 있지만, 1회성 공연물을 올릴 것이 아니라 공장처럼 지속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양질의 문화 상품을 생산해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자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 송한샘씨는 “쇼노트에서 일하면서 때가 되면 독립하기로 마음먹었다. 뮤지컬 분야가 성장해, 이제는 라이선스 공연만 하면 뒤처진다. 창작 뮤지컬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시작은 좋다. 본인 말로는 ‘운 좋게’ 강남의 동양아트홀을 위탁 운영하게 되었다. 콘서트·뮤지컬을 기획해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하반기를 기점으로 매년 한 편씩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첫 작품으로 핀란드의 소설가 ‘아르토 파실린나’가 쓴 장편소설 <기발한 자살 여행>을 뮤지컬로 만든다. 이미 작가에게 뮤지컬 제작권과 전세계 뮤지컬 판권을 승인받았다. 한국에서 만든 뮤지컬을 핀란드·독일 등 유럽에 역으로 라이선스 수출하는 것. 그가 준비하는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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