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메뉴열기

시사저널

“형 생일 선물 사주려고 대리부에 지원했다”

‘대리부’는 어떤 사람이 지원하나 직접 ‘접촉’해보니 / 고등학생도 있고, 공무원·의사 등 직업도 다양

정락인 기자 ㅣ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1.27(Sun) 12:56:17

0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밴드 link

   
기자가 불임 카페에서 대리부 지원자들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대리부와의 접촉은 예상외로 너무 쉬웠다. 기자는 대리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를 타깃으로 삼았다. 두 가지 방법을 이용했다. 하나는 의뢰인을 가장해 카페에 게시된 대리부 지원자들에게 메일이나 쪽지를 보내 거래를 제안했다. 또 다른 방법은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한 후 게시판에 ‘대리부를 찾는다’라는 글을 직접 남겼다. 미끼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금세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메일과 쪽지가 쇄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던 맹수같이 달려들었다. 그들의 면면을 알면 알수록 충격적이었다.

미성년자인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대학원 박사 과정, 공무원, 의사 등 직업도 다양했다. 부인과 자녀가 있는 기혼자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과 딸의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 중 고등학생 지원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자신을 “전남 영광에 있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며 나이는 열여덟 살이고, 형 생일 선물 사주려고 지원했다”라고 밝혔다. 사례비는 “학생이니 교통비 정도만 주면 된다”라고 했다. 나름으로 스펙도 강조했다. “체력장 할 때마다 오래달리기 1, 2등 하고, 모의고사는 평균 1, 2등급을 맞았다”라고 했다.

경기 지역의 8급 공무원(25)도 있었다. 그는 공무원임을 증명하기 위해 “재직증명서도 보여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한다는 의사는 의학적인 설명을 곁들이며 자신의 정자를 직접 시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00% 성공을 장담한다”라고 자신했다. 의과대학을 나와 현재 병원 레지던트로 일한다는 김 아무개씨(29)는 “대리부 경험이 두 번 있고, (사례금은) 2백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딸 사진까지 첨부해 전송한 기혼자도

기업체 기술연구소에 재직 중인 30대 중반의 공학 석사는 “기혼이고 자녀가 있다”라고 밝혔다.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상대 분의 기분과 몸 상태를 최대한 배려해 진행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는 최 아무개씨(35)는 “결혼해서 딸이 하나 있다. 딸 사진을 첨부해서 보낸다”라며 자신과 딸의 사진을 보내왔다. 20대의 윤 아무개씨는 “외모는 간단하게 사진 보내드린다”라며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두 장의 사진을 전송해왔다. 최 아무개씨(40)는 “나이에 맞지 않게 동안이다. 아들, 딸 가려서 낳는 비법도 있다”라며 얼굴 사진을 첨부했다. 성균관대 공대를 졸업했다는 이 아무개씨는 “다섯 살 아들, (아내가) 15주 임신 중이다. 와이프 모르니까 비밀 부탁드리며 보수는 게의치 않는다”라고 적었다.

울산 지역의 복학 준비생이라고 밝힌 윤 아무개씨(23)는 “아버지가 현대의 고위 간부이고 어머니는 주부이다. 연락주시면 더 자세히 말씀 드리겠다”라며 답장을 원했다.

금융권에 근무한다는 한 회사원(29)은 개인 부채가 대리부에 나선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와이프 몰래 주식을 해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어떻게 복구할 길이 없다”라며 하소연을 했다. 명문대 경영학과에 합격했으나 집안 사정으로 가지 않았다는 김 아무개씨(32)는 “고등학교 때 체력장에서 전교생 중 유일하게 특급이었다. 현재도 주 2회 축구를 하고 있다. 수능성적표도 보여주겠다”라며 사례비로는 ‘1천만원’이라고 했다.

KAIST에 재학 중이라는 한 대학생(26)은 경계심을 표출했다. 자신의 프로필을 장황하게 소개한 후 “○○언론사 기자에게 내 프로필이 불거진 적이 있었다. 만약 언론 관계자 분이라면 접촉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금전적 보상이 주어진다면 고려해 보겠다”라며 조건을 제기하기도 했다. 충북대학교를 나와 연구직에 종사 중이라는 김 아무개씨(29)는 “교직 이수를 하면서 성적이 3.9 정도 나왔다. 고등학교 성적표도 보여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평일 중에는 시간 내기가 힘들어서 정자 제공에는 무리가 있다”라며 성관계에 무게를 두었다. 대리부 지원자들을 보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글을 올려 ‘대리부 폐인’이 되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댓글0

0 /150
  • 최신글
  • 공감 순
  • 비공감 순
더보기

TOP STORIES

사회 2018.09.19 Wed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⑨] 故 김수환 추기경, 종교인 1위에
사회 2018.09.19 Wed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⑩] NGO, 한비야·안진걸·송상현 톱3
국제 2018.09.19 Wed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⑪] 국제인물, 트럼프, 지목률 압도적 1위
Culture > LIFE 2018.09.19 Wed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⑫] 작가 유시민, ‘문화 대통령’ 등극
Culture > LIFE 2018.09.19 Wed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⑬] 《무한도전》 없어도…유재석, 방송·연예인 4년 연속 1위
LIFE > Sports 2018.09.19 Wed
[2018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⑭] 스포츠인, ‘1300억 몸값’ 시대 연 손흥민
경제 2018.09.19 Wed
[르포] “서울이 힘들다고? 지방 편의점은 죽기 일보 직전”
국제 2018.09.19 Wed
중국 ‘현대판 실크로드’ 성패의 갈림길 서다
한반도 2018.09.19 Wed
‘비핵화’ 지겹도록 말해도 강조해야 하는 이유
사회 2018.09.18 화
황교익
LIFE > Health 2018.09.18 화
경기도의료원, 최초로 수술실 CCTV 운용
포토뉴스 2018.09.18 화
[포토뉴스] 남북정상 첫 무개차 카퍼레이드
사회 2018.09.18 화
[단독] 학교 해외여행, 최근 3년간 수백만원대 高비용만 300건 넘어
LIFE > Culture 2018.09.18 화
[단독] 내년 부산국제영화제선 북한 배우·감독 볼 수 있을 듯
OPINION 2018.09.18 화
[시론] 가을 - 비엔날레의 계절
경제 2018.09.18 화
신장섭 “재벌이 萬惡이라는 경제민주화, 잘못됐다”
갤러리 > 한반도 > 포토뉴스 2018.09.18 화
[포토뉴스] 평양에 발 내딛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연재 > 이원혁의 ‘역사의 데자뷰’ 2018.09.18 화
일제 강점기에 근대화 이뤄졌다고? 박람회 역사가 그 답을 알고 있다
한반도 2018.09.18 화
평양 찾은 文 대통령…울음 터뜨린 北 주민과 악수
한반도 > LIFE 2018.09.18 화
외신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회담용 리트머스”
LIFE > Culture 2018.09.18 화
[동영상] 바다, ‘2018 쉘위워크’서 ‘역대급’ 공연 예고!
리스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