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에 찔린 해양 주권, 서해는 통곡한다
  • 모종혁│중국 전문 자유기고가 ()
  • 승인 2011.12.2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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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해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다 우리 해양경찰관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우리 서해는 이미 중국 어선들의 약탈장이 된 지 오래다. 해경이 밤낮으로 단속하는데도 중국 어선의 횡포는 끊&

목포해경이 지난 10월22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서쪽 30km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30t급 중국 어선을 단속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신에게 군함과 대포가 없었지만, 국가의 녹봉도 받질 못했지만, 중국인의 용기와 기개를 보여주었다. 군인도 감히 못 가는 곳을 당신은 갔고, 군함도 가지 못하는 곳에 당신은 닿았다. … 조국의 인민은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잊지 못할 것이고, 중화 민족의 역사는 당신의 위업을 기록할 것이다.” - 신랑(新浪)에서 ‘yxm5933’

“서해는 본래 중국의 내해(內海)이다. 한국 영해를 침범했다 하더라도 우발적인 실수이고 살인은 돌발 상황이었을 뿐이다.” - QQ 에서

 ‘다펑거(大風歌)’“한국이 중국 외교부에 ‘사과’를 요구하는데 무슨 근거로 사과를 요구하는가? … 중국 어선이 한국 영해를 침범해 불법 조업을 했는지, 흉기로 살인을 했는지 아직 사실 여부가 규명되지 않았다.” - <환구시보(環球時報)>

지난 12월12일 인천 소청도 근처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던 과정에서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해양경찰관 한 명이 숨졌다. 그 소식은 신속히 중국에 전해졌다. 중국 주요 언론사와 포털 사이트는 관련 소식을 톱뉴스로 쏟아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중국인의 반응이 가관이었다. 타국 영해에서 불법 조업과 살인 행위를 한 자국민을 영웅시하는가 하면, ‘정당방위’ ‘우발적 실수’ 등 상식을 벗어난 주장을 내뱉었다. 일부 중국 언론은 한술 더 떠 중국 어선이 한국 영해를 침범했는지 확실치 않다며 여론을 오도했다. 어찌하여 중국인과 중국 언론은 이렇듯 국수주의를 넘어 비정상적인 의식과 행태를 보여주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 서해는 중국 어선의 약탈장이 된 지 오래다. 중국 어선은 1년 내내 수십척, 수백 척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며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다. 이에 반해 2007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단속된 불법 조업 어선 수는 2천1백64척에 불과하다. 농림수산식품부나 해양경찰청은 한 해 동안 불법 조업한 중국어선 수나 어획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어선이 멀리 우리 영해까지 넘어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영해에 물고기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해양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한 해 중국 어획량은 5천3백73만t으로 전년 동기보다 5.02% 늘어났다. 어업 분야 총생산액도 6천7백51억8천만 위안(약 1백22조8천8백27억원)에 달했다.

겉으로 보면 견고한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속을 살펴보면 여러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체 어획량 중 해양 수산물은 2천7백97.5만t으로 전년 대비 4.32% 상승했으나 담수 수산물의 증가율 5.78%보다 낮았다. 해양 수산물 중 양식을 통한 생산량은 1천4백82.3만t으로, 52.99%를 차지했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해양 어업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했는데 이는 해수 양식업의 성장세에 비롯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지난 10년간 해마다 20% 이상 발전한 원양 어업도 어획량 증가에 한몫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중국 근해에서의 어획량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물고기의 씨가 마른 중국 앞바다

지난 12월13일 인천항 해경부두에 정박한 루원위호에 승선해 사건 증거를 수집하던 해경 수사관이 유리가 깨진 조타실 창문을 통해 중국 오성홍기를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최대 어장인 저장(浙江) 성 저우산(舟山)의 현실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양쯔 강 하구 앞바다에 있는 섬 저우산은 동중국해로 나아가는 전진 기지이다. 어로 활동이 가능한 해역은 2만8천㎢에 달하고 해산물 어획량만 중국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1990년대까지 러시아의 쿠릴 어장,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어장, 페루의 페루 어장과 함께 세계 4대 근해 어장으로 명성을 떨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저우산 어장에서는 물고기떼를 보기 힘들다. 지난해 저우산의 전체 어획량은 1백31만1천2백만t. 이 중 근해 어획량은 1백4만t으로, 2001년 1백30만t보다 줄어 들었다. 총생산액도 72억1천9백만 위안으로 2001년의 4분의 3 수준이다.

2009년 12월과 올 7월 저우산에서 만난어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섬에서 2백㎞ 이내 근해에는 물고기 씨가 말랐다. 멀리 푸젠(福建)·광둥(廣東) 성 앞바다에나 가야 물고기떼를 볼 수 있다”라고 증언했다. 이런 상황은 중국 북방 최대의 어항인 산둥(山東) 성스다오(石島) 항에서도 다를 바 없다. 통계상으로 보면 산둥 성의 근해 어획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지난 3월 스다오 항 부두에서 만난 선원들은 “중국 영해에는 어족 자원의 씨가 말랐다. 한국 영해로 몰래 나가 물고기를 잡아야 선주가 할당한 어획량을 채울 수 있다”라고 토로했다.

중국 영해에서 물고기가 사라진 것은 해양 오염과 극심한 남획, 휴어기 불이행, 관리·감독 부실 등에서 비롯되었다. 중국 근해는 물고기가 살기 힘든 죽음의 바다(死海)이다. 지난 5월 국가해양국은 <중국 해양 환경 상황공보>에서 “전체 근해 중 18%는 생명체가 살기 힘든 4급수 이상이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근해에서 발생한 적조는 69차례로, 면적은 무려 1만8백92㎢에달했다. 부영양화와 적조가 가장 심각한 항저우(杭州) 만, 라이저우(萊州) 만, 보하이(渤海) 만은 과거 중국 5대 근해 어장의 지위를 차지했던 곳이다.

중국 어민의 불법 행위는 어장의 황폐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저우산과 스다오 항 부둣가에서는 촘촘한 어망을 정돈하는 어부를 쉽게 볼 수 있다. 중국 어선은 규격을 어긴 어망을 사용해 갓 태어난 치어(稚魚)까지 잡아 올린다. 심지어 중국 정부에서 정한 휴어기조차 지키지 않고 출항을 감행한다. 중국 내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산물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샤오융(肖勇) 상하이 해양대학 교수는 “수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돈에 눈이 먼 어민들의 불법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비해 정부 당국의 규제와 감독은 한 발짝 늦고 엄격하지도 않다”라고 지적했다.

스다오 항에 입항해 잡아들인 수산물을 내려놓는 중국 선원들. 모두 우리 영해에서 잡아온 것들이다. @ 모종혁

북한, 발포와 어선 몰수로 초강경 대응

이렇듯 죽음의 바다로 변한 자국 영해에서 물고기를 못 잡는 중국 어민들은 우리 영해로 침범해온다. 중국 정부나 언론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자국 어민의 불법 조업에 눈감고 언론은 제대로된 실상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해수십만 척의 어선이 불법 조업에 버젓이 나서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방조한다. 그에 반해 북한 영해로 넘어가는 어선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와 철저한 단속으로 막고 있다. 북한 정권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을 ‘응징’했기 때문이다.

북한도 2004년부터 밀려오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식량과 에너지를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북한 정권은 초기에 소극적인 단속에만 치우쳤다. 하지만 불법 조업 행위가 북한의 수산물 대외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중국 정부측에 강력히 항의했다. 북한 영해로 들어와 조업한 중국 어선에 발포하고 나포한 어선은 몰수했다. 북한의 강단 있는 조치에 놀란 중국 정부는 ‘긴급 통지’를 내려 자국 어민들에게 북한 영해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도록 경고하고 있다. 또한 북한 영해에서 붙잡힌 어민은 귀국 후 중벌을 가하고 있다.

진실에 눈감고 사실을 왜곡하는 중국 언론의 보도 행태는 중국인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 혐한(嫌韓)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평소 국수주의적 보도 태도를 보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를 위시한 많은 중국 언론은 자국 어민의 악랄한 폭력 행위에는 눈감은 채 한국의 상황을 과장해 전하고 있다. 전후 사정은 생략하고 “한국 정부가 해경에게 중국 어민에 대한 총살권을 주었다” “한국인이 주한 중국 대사관 앞에서 중국 국기를 불태웠다” “한국 네티즌이 중국제품 거부 운동을 일으켰다”라는 등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고 있다.

중국 언론이 여론을 오도하는 것은 자국민의 관심을 대외 문제로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오늘날 중국은 공산당 1당 독재 아래에서 각종 사회 문제가 분출하고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물가고로 인해 중국인의 불만은 커져가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언론 매체를 선전 도구로 이용해 중국인의 관심사를 대외로 돌리고 있다. 대다수 중국인도 어릴 때부터 되풀이되어온 사상 교육과 암기식 교육으로 인해 중국 언론이 전달하는 왜곡된 보도와 제한된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는다. 최근 급증하는 ‘펀칭(憤靑)’은 극단적인 애국주의로 무장해 외국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에서는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이성적인 대응만이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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