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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죽은 성형외과에서 ‘얼짱 모델’ 이벤트

병원들 돈벌이 혈안…모델 환자 이용 바이럴 마케팅 횡행

노진섭 기자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5.01.08(Thu) 15: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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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간호조무사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린 사진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환자가 마취된 상태로 누워 있는 수술실에서 간호조무사들이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음식을 먹는 모습이다. 또 수술에 사용하는 인공 보형물을 장난스럽게 몸에 갖다 대거나, 수술 장비를 공구처럼 팔찌 등 액세서리를 고치는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도 있다. 의료계에서조차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용식 건국대병원 두경부외과 교수는 “멸균 상태를 유지해야 할 수술실에 음식을 들여놓은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차상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회장은 “성형수술이 상품화되다 보니 일부 성형 관계자들의 윤리의식 결여가 빚어낸 촌극”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에 체험기 올리면 수술비 공짜”

논란이 일자 보건복지부와 관할 보건소는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의료법 제66조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훼손할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최장 1년까지 자격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강남구보건소에 해당 성형외과에 대한 실사를 의뢰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인한 후 절차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 병원 간호조무사는 간호사를 사칭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해당 성형외과 원장과 간호조무사 전원을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이 병원은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만으로 운영해왔고, 간호조무사들이 간호사 명함을 사용하는 것을 방조했다”며 “간호조무사는 의사나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이 아니므로 이는 명백한 잘못이고 조만간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성하고 사과해야 할 성형외과는 여전히 온갖 불법·편법 마케팅으로 환자를 유혹하기 바쁘다. 대표적인 것이 ‘모델 환자’를 이용한 마케팅이다. 최근 성형외과 수술 후 사망한 여대생 정 아무개씨도 모델 환자였다. 병원은 정씨에게 안면윤곽수술비 1000만원을 받지 않는 대신 수술 경험담을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에 올려달라고 했다. 또 정씨의 수술 전후 사진을 광고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 조건에 합의한 정씨는 수술 전 검사비 100만원만 내고 수술을 받았다.

이와 같은 입소문 홍보는 일반 광고보다 효과가 크고 바이러스처럼 삽시간에 퍼진다고 해서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한다. 한국소비자원이 미용성형 시술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4%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보고 병원을 선택했고, 인터넷 카페·블로그를 보고 결정했다는 응답도 16.6%에 달해 40% 이상이 바이럴 마케팅을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를 보고 병원을 선택한 비율은 30.4%였다.

마치 실제 치료 경험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 홍보 글을 올리는 전문적인 마케팅대행사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바이럴 마케팅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하는 의료법 위반 행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사단체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의료법 준수를 강조했다. 이 공문에 따르면 환자·의료인·광고대행사 그 누구라도 의료 체험담을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올리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으로 간주된다. 복지부는 최근 들어 바이럴 마케팅이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환자를 현혹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보고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나 의료인 모두 블로그와 카페에 치료 경험담이나 사진을 올리는 것은 의료법상 불가능하다”며 “치료 경험담을 쓰고 대가성이라고 표기한 것도 불법”이라고 말했다.

여대생 정씨의 사망 사고를 낸 성형외과는 사과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른바 ‘기사 밀어내기’ 수법이다. 사망 사건 이후 이 병원이 안전한 성형외과라는 홍보성 기사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그 여대생이 받은 안면윤곽수술을 키워드로 한 기사가 지난 한 해 월 평균 2건에서 최근 1~2주 사이에 수십 건으로 증가했다. 사망 사고 기사를 덮기 위해 이 병원이 홍보 기사를 게재한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강남의 성형외과는 인터넷 소문으로 장사를 하는데 부정적인 내용이 인터넷에 올라오면 어떻게든 그것이 검색되지 않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며 “언론사와 광고대행사에 의뢰해 홍보성 기사를 뿌리고, 블로그나 카페에 올라온 부정적인 내용도 어떻게든 삭제하거나 검색되지 않도록 조치한다”고 폭로했다.

대학입시 수학능력평가시험이 끝나고 겨울방학을 맞은 요즘은 성형외과업계의 대목이다. 졸업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그동안 미뤄뒀던 성형수술을 감행(?)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편승한 성형외과는 성형수술의 위험성보다는 안전성을 강조하며 환자를 꼬드긴다. 특히 대학가에는 ‘성형탐구영역 내신 1등급’ ‘수술 받고 달라진 인상으로 캠퍼스에서 퀸카 되자’ 등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가 젊은 여심을 흔든다. 성형외과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의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계단 벽은 뽀얀 피부와 갸름한 얼굴의 여성을 내세운 성형외과 홍보물로 도배돼 있다. 

   
방학 맞은 학생 꼬드기는 성형외과

지난해 11월 수능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성형외과들은 일제히 ‘수험표 할인’ 행사를 벌였다. ㅅ성형외과는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수험표 사진을 보여주면 할인해준다. ㅇ성형외과는 무려 50% 할인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웠다. ‘원 플러스 원(1+1)’ 이벤트를 하는 성형외과도 있다. 예를 들어 코를 성형하면 쌍꺼풀을 공짜로 해준다는 것이다. ㅅ성형외과 관계자는 “수험생 할인은 안면윤곽수술의 경우 20% 정도”라고 말했다.

마치 큰 선심을 쓰는 듯 보이지만 환자가 본래 예상하지 않았던 수술을 받도록 부추기는 마수가 숨겨져 있다. 진료·수술 능력보다는 가격 할인이나 덤 이벤트 등을 강조하다 보면 불필요한 수술을 환자에게 권하고 수술 건수가 늘어나는 만큼 수술의 질은 떨어진다는 게 현직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 관계자는 “할인행사를 한다고 해서 코 수술만 하는 게 아니라 눈 등 여러 부위 수술을 묶어 패키지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가격이 수백만 원을 넘는 게 보통”이라고 전했다.

바이럴 마케팅 등을 통해 병원을 알게 된 환자는 상담이나 받아보려고 병원을 찾는다. 병원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최근 여대생 정씨 사망 사고를 낸 성형외과는 버젓이 영업을 하면서 ‘얼짱 홍보 모델’ 이벤트까지 펼치고 있다. TV 등에 출연한 준연예인급 모델 10명을 섭외해 매주 토요일 성형 상담을 받으러 오는 10~20대 방문자들을 직접 맞이하도록 했다. 방문자로 하여금 성형수술을 받으면 자신이 얼짱 모델처럼 예뻐질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고객을 위한 감동 서비스라고 포장해 방문자를 유인하지만 사실 병원은 이런 것보다 환자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취된 환자가 누워 있는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 간호조무사들이 생일 케이크를 들여왔고, 인공 보형물을 장난스럽게 몸에 갖다 대고 사진을 찍었다. ⓒ 허핑턴포스트·SBS 캡처
“고3도 성형수술하기엔 이른 나이”

주부 김 아무개씨는 수능시험을 마친 고3 딸에게 선물로 쌍꺼풀 수술을 해줬다. 그는 “얼굴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창 미모에 신경 쓸 나이여서 수술을 해줬다”며 “10대 후반은 성장이 완료돼서 성형수술에 문제가 없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언제부터인가 고등학교 졸업 후나 취업할 때 쌍꺼풀·눈·코 수술은 기본이 됐다. 요즘은 성형수술을 받는 연령대가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으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고3도 성형수술을 하기에는 이른 나이라고 지적한다. 아직 성장 중인 청소년이 과다한 성형수술을 받거나 그로 인해 합병증이 생기면 성장에 심각한 장애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뼈를 자르는 수술은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보통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으면 뼈 성장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얼굴뼈는 다른 뼈보다 1~2년 정도 성장이 늦기 때문에 키가 다 큰 후에도 계속 성장한다. 얼굴 뼈 성장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해 성형수술을 하면 수술 결과가 계획대로 나오지 않거나, 얼굴 모양이 변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입을 제대로 벌리지 못하거나 절개한 얼굴 근육이 잘 아물지 않는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코뼈는 인체에서 가장 늦게 자라는 부위로, 코뼈 성장기에 실리콘 등 인공 보형물을 넣으면 코가 휘거나 코뼈가 튀어나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상술에 성형수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더해져 ‘성형공화국’이라는 부끄러운 별칭이 생겨났다. 성형수술을 치료가 아니라 미용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성형수술을 생일 선물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일부 연예인이나 광고를 보고 양악수술을 결심하기도 한다. 양악수술은 턱뼈를 자르고 깎은 후 철사 따위로 묶어 붙이는 수술이다. 심지어 수술비를 아끼기 위해 무허가 수술을 받는 사람도 있다. 서울대병원 성형외과의 한 교수는 “성형수술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나를 찾아온 환자 가운데 일부는 무허가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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