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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굿컴퍼니’ 정신이 확산되고 있다”

4년 연속 ‘굿컴퍼니 컨퍼런스’ 모더레이터 맡는 오종남 새만금 공동위원장

감명국 기자 ㅣ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4.21(Thu) 19:17:54 | 1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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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초, 시사저널은 경제 포럼 ‘굿컴퍼니 컨퍼런스’를 기획했다. 방송·일간 매체의 전유물로 알려진 대형 국제 포럼 행사에 주간 매체로서는 최초의 도전이었다. ‘좋은 기업이 좋은 사회를 만들고, 결국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슬로건 아래, 대한민국에 좋은 기업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취지에서였다. 첫 행사이니만큼 전체 포럼을 이끌어나갈 모더레이터(moderater·진행자)가 중요했다. 각계의 추천을 통해 오종남 당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적임자로 꼽혔다. 경제학 박사로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 통계청장, IMF(국제통화기금) 상임이사 등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였다. 시사저널의 취지에 공감해 흔쾌히 동참한 그는 첫해는 물론,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올해에도 굿컴퍼니 컨퍼런스 모더레이터를 4년 연속 맡게 된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더불어 현재 새만금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종남 위원장을 서울 광화문 사무실에서 만났다.     

 

 

ⓒ 시사저널 임준선


새만금 개발 사업의 현재 상황은 어떤가. 동북아 경제의 중심 역할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은데.


현재 조성되어 있는 산업연구단지에 기업 투자를 유치하는 게 현재로선 최대 현안이다. 전체 1억2300만평 중에서 90만평 정도가 지금 산업단지로 조성되어 있는데, 그중에 30만평 정도는 분양이 되어 있고, 나머지 60만평은 유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나머지 1억2200만평에 적어도 새만금을 어떤 도시로 가꾸어갈까 하는 기본 계획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1억2300만평 전체를 어떤 모습의 도시로 구현해낼 것이냐를 구체화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자칫 새만금 개발 사업도 이런 영향을 받는 것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물론 질문한 대로 경제 여건에 따라서는 유치하고 싶은 우리 입장과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 입장 사이에 시각차가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현재 특별히 여건이 나쁘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해외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특히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만금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제까지 한국이 수출 일변도의 성장을 해왔다면, 앞으로는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도 함께 한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두 개의 기둥으로 가야 한다. 이를 나는 ‘쌍끌이 성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한국의 시장 규모를 보면, 5000만 인구를 갖고 1억2700만의 일본이나 13억의 중국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 이런 인구수를 갖고 쌍끌이 성장을 논할 수 있겠느냐 하고 자포자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 위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부터 두세 시간 정도 비행을 하면, 도쿄(東京)와 오사카(大阪),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에 다 갈 수 있다. 비행기로 두세 시간은 큰 나라 같으면 국내 이동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100% 내수는 아니지만, 내수에 버금가는, ‘준(準)내수’라 할 수 있는 이런 시장이 있다. 때문에 얼마든지 한국의 지정학적 매력은 외국 투자 기업에 어필할 수 있다.

 

오 위원장의 이력을 보면, 경제 관료로 출발해서 지금의 새만금 위원장까지 민·관을 오가는 다양한 경력이 눈에 띈다.


인복(人福)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엔 상사를 잘 만나서 그분들로부터 굉장히 좋은 훈련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대학에선 법학을 전공했지만, 훌륭한 경제학 교수를 만나서 나를 경제 관료로 이끌어주셨다. 그분 덕에 경제기획원(지금의 기획재정부)에 들어가서는 사무관과 과장 시절에 김재익(전 청와대 경제수석)·서석준(전 경제부총리)·강경식(전 경제부총리)·강봉균(전 재경부 장관)·진념(전 경제부총리) 등 그야말로 대한민국 경제 발전사에 한 획을 그었던 분들을 직속상사로 직접 모실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내가 윗사람이 되었을 때는 반대로 또 부하 복을 많이 받아서 그들의 도움을 받았다.

 

청와대 비서관 경력도 눈에 띄는데, 무려 네 개 분야의 비서관을 연이어서 지냈더라. 전례가 없는 일인 듯하다.


김대중 정부 때 처음 청와대 비서관으로 임명됐는데, 질문한 대로 운 좋게 네 분야의 비서관을 지낼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일을 참 많이 배웠다. IMF 외환위기 때 정책기획비서관의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이후 강봉균 경제수석이 오시면서 건설교통비서관을 맡았는데, 비서관 중에선 제일 센 자리다(웃음). 그다음엔 또 재벌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그걸 맡으라고 해서 산업통신비서관을 하게 됐다. 청와대에만 너무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IMF 대리이사를 맡아 나갔다. 그렇게 미국에 있는데 전화가 와서 다시 청와대로 불려왔다. 그래서 재정경제비서관을 맡았다.

 

그와 같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상당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 업무를 통해서 알게 된 사람들과 업무를 넘어서서, 나는 그걸 ‘파트너십’이 아니라 ‘프렌드십’이라고 본다. 파트너의 약점은 일로 생긴 친분 관계이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관계가 끊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걸 우정으로 격상시키면 영원히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람 있게 생각하는 예 중의 하나는, 내가 1975년 전북 정읍군의 수습 행정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만금 공동위원장이 되자 바로 축하 전화를 해온 사람 중에 당시 정읍군에서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할아버지가 된, 40년 전 같이 근무했던 사람이 축하한다고. 그 우정이 지금까지 계속된다는 게 소중하게 생각된다.

 

사무실에 1원짜리 동전이 박혀 있는 패가 놓여 있다. 무슨 의미인가.


2009년, 어떤 일로써 맺어진 인연으로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이사로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2013년 초에 내가 사무총장을 맡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사회 회장이 보수를 얼마 주면 되겠느냐고 묻기에 그냥 무료 봉사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정관에 사무총장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안 된다는 거다. 그래서 방법을 찾다가 ‘그럼 정식 사무총장은 맡지 않고 사무총장 직무대행을 하겠다’고 했다. 처음엔 잠시 직무대행 맡고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이게 또 안타깝게도 내가 2년 2개월의 임기를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할 수 없이 직무대행을 떼고 사무총장을 하게 되었다. 보수 문제가 걸려서 내가 그랬다. ‘그럼 연봉 1원만 받겠다’고. 그렇게 해서 2015년 3월31일까지 임기를 마쳤다. 그랬더니 퇴임식 날 1원짜리 하나를 넣어가지고 기념패를 만들어주더라(웃음).

 

연봉을 1원만 받다니, 오 위원장의 다음을 이을 후임자들이 상당히 부담스럽겠다(웃음).


1원이 갖고 있는 힘이 엄청나다. 사무총장이 급여를 받지 않는다고 하면, 적어도 유니세프에 기부를 하는 분들이 투명성에 대해서는 이의를 안 달지 않겠나. 내가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 참 많은데, 유니세프라고 하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생각에서 실제 재임 중 해외출장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쓰는 모든 비용은 다 내 개인 돈을 썼다. 그게 또 유니세프 기금 모금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사저널이 주최하는 ‘2015 굿컴퍼니 컨퍼런스’가 2015년 5월27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오종남 김앤장 고문이 진행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대학에선 법학을 전공했고, 이후 유학 가서 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행복과 성공학’ 강의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내 성장 과정을 가만히 돌이켜보면, 사실 어렸을 땐 형편이 어려웠다. 학생 땐 나라 돈으로 공부를 했고, 공무원이 되어서 사회를 배웠다. 이게 모두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자의 도덕경 48장을 보면, ‘위학일익 위도일손(爲學日益 爲道日損)’이란 말이 있다. 학문을 하면 나날이 채워가게 되고, 도를 깨치면 나날이 버리는 과정이란 말이다. ‘학(學)’은 지식이다.  ‘도(道)’는 지혜를 가꾸는 것이다. 즉 도를 닦으면 나날이 욕심을 버리는 것, 이게 노자 사상이다. 실제 지도자는 자기 스스로를 버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네 국회의원들을 봐라. 전부 ‘내가 맞다. 저 사람은 아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말한다. 이건 ‘학’일 순 있지만, 분명히 ‘도’는 아니다. 학문은 돈 버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정치에는 도가 필요하다. 내가 주로 리더십 강의를 할 때, ‘이제 우리나라도 이 정도 되면 살 만큼 되지 않았나. 공부만 하지 말고, 뭐가 좀 더 보람 있는 일인지, 보람 있는 삶인지, 뭐가 행복인지, 이렇게 위도일손의 정신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한다. 더 많이 복을 받은 사람이, 더 많이 누린 사람이 그보다 못한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행복을 높이는 길이라고 본다.

 

‘굿컴퍼니 컨퍼런스’가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올해에도 ‘네오 트러스트(NEO TRUST)’란 주제로 전체 진행을 맡게 되는데.


시사저널의 굿컴퍼니 컨퍼런스는 지금까지 우리 경제와 사회의 방향을 잡아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굿컴퍼니’란 개념조차도 제대로 정립이 안 되어 있었던 우리 사회에 ‘착한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정신을 확산시키고 있다. 도로·공항·철도·교량, 이런 걸 사회간접자본이라고 한다.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바로 ‘트러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용카드라는 게 있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 주문을 할 수 있는 거다. 내가 인터넷에 주문을 하는 건 내가 돈을 보내면 거기서 물건이 온다는 신뢰가 서로 쌓였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그런데 요즘 이게 무너지고 있다.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가 얼마나 불편해지겠나. 따라서 네오 트러스트라는 건, 이제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기업으로서 굿컴퍼니가 되려면 적어도 소비자로부터, 자기 직원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걸 이번에 강조하자는 취지에서 매우 적절한 주제라고 본다.

 

최근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전망을 모두 어둡게 보고 있다. 오 위원장은 어떻게 보고 있나.


경제라고 하는 건 살아 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전망이란 게 적절치 않다. 내가 평생 경제 관료를 한 사람이지만,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그보다는 어떻게 만들겠다고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물론 현재 여건은 분명 좋지 않다. 그렇다면 ‘다운사이드의 위험성은 뭐가 있나’, 또 ‘업사이드의 힘은 뭐가 있나’ 이걸 고민하고 그에 대한 정책 의지를 담는 게 필요하다. 그것 없이 ‘앞으로 한 2년은 무조건 내리막길이야’ 하면, 진짜 내리막길밖에 없는 거다. 왜냐, 그러면 사람들이 소비를 안 한다. 취직이 안 될 텐데 어떻게 돈을 빌려 집을 사겠나. 그런 식의 무책임한 전망을 하면 안 된다. 누구나 말은 비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만약 틀리면, ‘봐라 내가 그때 그렇게 경고했기 때문에 대비를 잘해서 나아졌잖아’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또 진짜 나빠지면 ‘봐라 내가 나빠진다고 했잖아’라고 한다. 이래저래 맞는 거다. 이런 전망은 무책임한 거다. 희망의 요소를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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