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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위에 부는 ‘세대교체’ 바람

‘빈자리’가 느껴질 겨를 없는 2016 KBO리그 신예들, 초반부터 만만찮은 활약 예고

배지헌 | 베이스볼랩 운영자 ㅣ . | 승인 2016.04.21(Thu) 19:27:32 | 13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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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강정호가 ‘해적떼’(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합류하기 위해 메이저리그로 떠났을 때, 많은 사람은 넥센 히어로즈가 강정호의 빈자리를 결코 채울 수 없을 것이라며 팀 순위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그해 넥센에는 김하성이라는 스무 살 신인 유격수가 나타났다. 김하성은 화려한 수비와 주루플레이에 20개 가까운 홈런, 20개의 도루, 3할 가까운 타율로 전임자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대신했다. 2015년 김하성이 올린 ‘대체선수 대비 기여 승수(WAR)’는 약 5.5승이다. 이는 강정호의 2014년 기록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2013년 기록과는 동일한 수준이다. 게다가 몸값도 강정호의 수십 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아마 몇 년 후에는 강정호와 비슷한 수준으로 연봉이 치솟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게 신인 선수가 갖는 매력이다. 그들은 젊고, 싱싱하며, 특유의 패기와 에너지로 자칫 정체될 수도 있는 팀과 리그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신예들의 플레이는 기존 선수들이 구축한 안정된 시스템을 뒤흔들어, 야구를 불확정성 원리가 지배하는 흥미진진한 무대로 만든다. 젊은 선수들의 존재는 야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를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그들이 바로 야구의 미래인 것이다.

4월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롯데 경기. 롯데 선발 박세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박세웅·문상철, 시즌 초반 투타에서 맹활약

박병호·김현수 등 리그 대표 스타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한 최근에는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졌다. 2015년 넥센 김하성이 그랬듯이,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해서 떠난 선수들의 빈자리를 대신해야만 리그 전체 경기력과 흥행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2016 KBO리그에는 재능 넘치고 흥미로운 젊은 선수가 여럿 등장해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지켜보세요. 올 시즌이 끝나고 나면 훌쩍 성장해 있을 선수가 많습니다.” kt 조범현 감독의 말이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대상은 이미 1군 무대에서 어느 정도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적응기를 가진 선수들이다. 1군에서 충분한 시행착오를 거친 만큼, 올 시즌부터 본격적인 활약이 기대된다. 시즌 개막 후 두 차례 선발 등판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 대표적이다. 박세웅은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kt 에이스로 활약한 후, 지난 시즌 초 롯데로 팀을 옮겨 혹독한 루키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에는 기존의 패스트볼-체인지업에 포크볼을 새로운 무기로 추가했다. 컨트롤, 볼카운트 싸움, 경기 운영 면에서도 한결 성숙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외 시속 150km 광속구를 던지는 넥센 좌완 김택형, 지난해 뛰어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준 kt 사이드암 선발투수 엄상백, 공격적인 피칭 스타일에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kt 우완투수 주권도 주목할 만한 선수다.

1군 경험이 있는 타자 중에는 kt 내야수 문상철을 눈여겨볼 만하다. 문상철은 2014년 kt의 퓨처스리그 시절 ‘NC 나성범처럼 팀의 간판타자가 될 선수’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 시즌에는 부상과 타격 부진 등으로 기대한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타격 폼을 바꾼 올해는 시범경기부터 맹타를 휘두른 후 시즌 초반(4월14일 현재) 1홈런, 3타점, 장타율 0.533을 기록하며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다만 원래 포지션인 3루에는 마르테가, 1루에는 김상현이 버티고 있어 얼마나 출전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KT 문상철


신재영·임병욱·박주현 등도 1군에 올라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데뷔 첫 두 차례의 선발 등판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넥센 신재영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경찰청 소속으로 10승을 기록한 바 있다. “허리 회전이 좋아지면서 공 끝의 힘이 더해졌습니다.” 넥센 손혁 투수코치의 평이다. 스트라이크를 꾸준히 던질 줄 아는 제구력을 갖췄고, 신무기로 장착한 슬라이더가 타자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슬라이더가 들어오는 순간 저도 모르게 움찔하게 되더라고요.” kt 베테랑 타자의 말이다. 그 밖에 기대할 만한 군 제대 선수로는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한 KIA 우완 김윤동, 개막 2연전 대활약을 펼친 호타준족 외야수 LG 이천웅 등이 있다.

이번에는 퓨처스리그에서 성장의 시간을 보낸 선수들 차례다. 외야수 유한준이 빠진 넥센은 그 자리를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임병욱으로 채웠다. 원래 유격수가 주 포지션인 임병욱은 올해 새 홈구장 고척돔의 광활한 외야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았다. “좌우로 빠지는 타구를 처리하는 수비력이 좋습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의 말이다. “임병욱이 센터를 보면서, 지난해에 비해 우리 팀 외야 수비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여기에 뛰어난 주루플레이 능력, 야구 센스도 임병욱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재능이다.

한현희·조상우가 부상으로 빠진 넥센 선발 마운드에는 2년 차 우완투수 박주현이 새로 등장했다. 박주현은 시범경기 첫 등판을 3이닝 퍼펙트로 장식한 데 이어, 프로 데뷔 첫 등판인 4월3일 롯데전에서도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을 끝까지 감춰서 나오는 투구 폼이 장점입니다.” 손혁 코치의 말이다. “상체가 워낙 크고 두꺼워서 공을 더 오래 감출 수 있어요. 대범한 성격도 투수로는 제격이고요.” 다른 구단의 한 코치는 박주현을 “류현진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평했다.

넥센 박주현 ⓒ 연합뉴스, 넥센 임병욱 ⓒ 연합뉴스


‘프로 데뷔’ 박준영·김재영 “1군 통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해가 프로 입단 첫해인 ‘100% 신인’ 선수들도 있다. NC 다이노스 박준영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후 올해 개막부터 곧장 1군 마운드로 직행했다. 시속 147km에 달하는 움직임이 좋은 패스트볼에 다양한 레퍼토리,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이 박준영의 장점.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강력한 신인왕 후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홍익대를 졸업한 한화 신인 사이드암 김재영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재목이다. 시속 140km 중반까지 나오는 빠른 볼과 포크볼의 구위가 뛰어나고 경기 운영 능력도 좋다. “만년 꼴찌 후보였던 홍익대를 대학 야구 정상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입니다.” 한 구단 스카우트의 말이다. 과연 김재영은 새로운 소속팀도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초반 부진의 늪에 빠진 한화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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