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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對 영웅’ 마블 히어로들끼리의 싸움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가 보여주는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의 큰 그림

이은선│<매거진 M> 기자 ㅣ . | 승인 2016.05.05(Thu) 18:31:22 | 13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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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MCU)는 어디까지 확장될까. <아이언맨>(2008)을 시작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자체 제작한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등장한 지도 어느덧 10년째를 향해 간다. 그간 마블은 두 개의 페이즈(Phase)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아이언맨>부터 <어벤져스>(2012)까지 이어진 ‘페이즈1’은 아이언맨·토르·캡틴아메리카 등 초인적 능력을 갖춘 히어로들의 등장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비밀 정부기관 ‘쉴드’의 닉 퓨리 국장이 이들을 한데 모아 슈퍼 히어로 군단 ‘어벤져스’를 결성한 것도 이때다.

<아이언맨3>(2013)부터 <앤트맨>(2015)까지를 엮는 ‘페이즈2’는 MCU의 심화 및 1차 확장 작업이었다고 볼 수 있다. 배경이 은하계까지 넓어지는 동시에(<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앤트맨>과 같은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했다. 그사이 히어로 군단의 활약은 눈에 띄게 늘었고, 동시에 그들의 고뇌 역시 날로 깊어졌다. 악의 집단과 대립하면서 불가피하게 인류에 피해를 끼치는 상황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편 우주 정복을 꿈꾸는 타노스가 막대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인피니트 스톤’을 수집하기 위해 움직이고, 지구와 은하계 전체를 통틀어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물론 여기까지도 이미 충분히 폭넓은 이야기다. 하지만 마블은 MCU를 한층 더 확장할 또 다른 준비를 마쳤다. 그 신호탄이 바로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시빌 워>). ‘페이즈3’의 서막이다.

ⓒ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픽처스 제공

제목(Civil war·내전)이 암시하듯, 이 영화는 마블 히어로들끼리의 집안싸움이다. ‘영웅 대 악당’이 아닌 ‘영웅 대 영웅’이라는 대립 구도를 생각할 때, 얼마 전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궤를 나란히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단 차이점은 분명하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정의에 대한 서로 다른 철학으로 대립했다면, <시빌 워>의 히어로들은 인류를 수호하는 일에도 정부의 통제가 필요한지를 두고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나뉜다. 악당이라 부를 만한 캐릭터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들을 부추겨 싸우도록 판을 짜는 정도의 역할에 그친다.

‘따로 또 같이’를 선보이는 마블의 전략

히어로들은 어벤져스의 양대 축인 캡틴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와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팀으로 나뉜다. 이 설정은 2006년 출간된 원작 코믹스 <시빌 워>의 토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일부 히어로들의 행동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슈퍼 히어로만 활동하도록 제한하는 ‘초인등록법’을 내놓는다. 이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히어로 진영은 팽팽하게 나뉜다.

영화 <시빌 워>에서는 어벤져스 멤버들이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며 남겼던 과거 행적이 도마에 오른다. 이들은 악당과 싸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뉴욕(<어벤져스>), 워싱턴DC(<캡틴아메리카: 윈터 솔져>, 이하 <윈터 솔져>), 소코비아(<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이하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을 초토화했다. 정부는 100개가 넘는 국가가 슈퍼 히어로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합의한 ‘소코비아 협의문’에 동의할 것을 히어로들에게 제안한다.

가장 먼저 제안을 받아들이는 히어로는 뜻밖에도 정부의 간섭에 늘 부정적이었던 아이언맨, 즉 토니 스타크다. 그에게는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인공지능 악당 울트론이 탄생했다는 것(<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 대한 부채 의식이 남아 있는 상태다. 워 머신(돈 치들), 와칸다에서 온 히어로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비전(폴 베타니),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뉴 페이스’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아이언맨의 편에 선다.

한편 반대 진영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정의를 대변하던 캡틴아메리카가 소코비아 협의에 반대하는 이유는 지극히 명백하다. 그는 악의 집단 하이드라가 쉴드를 장악한 것을 보며 국가와 조직에 대한 불신을 경험했다(<윈터 솔져>(2014)).

그가 느끼는 회의감은 9·11 사태 이후 테러 방지 명목으로 개인 정보 수집을 정당화한 미국 정부에 대한 불신을 캡틴아메리카에 투영했던 원작의 주제 의식에 포개진다. 어벤져스의 자율적 활동을 주장하는 캡틴아메리카의 곁에는 그의 오랜 친구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팔콘(안소니 마키),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 그리고 앤트맨(폴 러드) 등이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한 슈퍼 히어로들의 연합체가 가공할 만한 재미와 흥행 파워를 갖춘 콘텐츠라는 것을 익히 증명했다. <시빌 워>는 한술 더 떠, <어벤져스>와 같은 히어로 연합체의 외피를 보이면서도 그들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갈등하고 반목하는 모습 역시 그리며 최고의 재미를 꾀한다. ‘따로 또 같이’ 전략을 훌륭하게 구사해 온 마블 스튜디오가 선보일 수 있는 정점의 구성이다. 그간 개별 히어로 시리즈를 통해 선보였던 이야기들과 히어로들의 고민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촘촘하게 엮었다는 점에서도 놀라운 프로젝트다. 마블이 큰 그림을 그려가는 데 어느 정도로 능한 스튜디오인지에 대한 증명인 셈이다.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는 ‘팀 캡틴아메리카 vs 팀 아이언맨’의 대결 구도가 펼쳐지면서 히어로물의 집단 스토리가 전개된다. ⓒ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모션픽처스 제공


히어로물과 정치 스릴러의 조합 노려

중요한 것은 <시빌 워>가 <어벤져스>의 후속편이 아닌, <캡틴아메리카>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라는 점이다. 히어로들의 갈등은 왜 <어벤져스>

시리즈가 아닌 <캡틴아메리카> 시리즈에서 발발했는가? <캡틴아메리카> 시리즈의 전편 <윈터 솔져>는 슈퍼 히어로 영화와 정치 스릴러의 영리한 규합을 꾀했던 바 있다. 잘 짜인 심리 드라마를 표방해야 할 <시빌 워>가 <윈터 솔져>를 통해 히어로 영화의 품격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렸던 조 루소·안소니 루소 감독의 손에 맡겨진 것이 우연이 아니다. 히어로들의 딜레마가 각 개인의 사연과 연결 지어 수렴되다 보니 원작 코믹스보다 진득하게 대립각을 그리지 못한 점은 있지만, 현실적 선택으로 용인되는 수준이다. 각기 다른 장점이 빛나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그들이 한데 모여 충돌하는 액션 장면을 군더더기 없이 빚어내며 유머까지 더한 것은 이 영화의 분명한 성취다.

<시빌 워>는 분명 관객이 슈퍼 히어로 영화에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다. 개별 시리즈와 연합체 시리즈를 연달아 선보이면서 하나의 세계관에 대한 공고한 완결성을 유지하는 마블의 전략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다만 점점 그 양상이 비슷해지는 ‘연합체’와 ‘개별 히어로’ 영화의 지향점을 어떻게 분리시켜 나아갈 것인가. 히어로들에게 자신이 지닌 힘과 책임 그리고 정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 말고 다른 고뇌를 부여할 순 없을 것인가. 마블은 앞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더 공고하게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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