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학대한 ‘인분교수’가 2심에서 감형된 까닭은?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ess.com)
  • 승인 2016.05.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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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합의․혐의 일부 변경

2015년 여름에 화제가 됐던 ‘인분교수’ 사건이 있었다. 경기도의 한 대학 교수인 장 아무개씨가 자신의 제자를 학대한 일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떠들썩했다. 그는 2013년 자신이 대표였던 학회 사무국에 제자 A씨를 취업시킨 뒤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을 시작했다.

괴롭힘의 강도는 점점 세졌다. 폭행을 넘어 인분을 먹이고 야구방망이로 때리는 등 잔혹한 행위로 번졌다. 이 학대에는 다른 3명의 제자도 가담했다. 결국 이들은 2015년 8월 폭력행위처벌법상 상습집단·흉기 등 상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교수 장 씨에게는 학회와 디자인업체에서의 횡령 혐의도 적용됐다. 가해자들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인분교수’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했고, 제자 장씨와 김씨에게는 징역 6년, 정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5월27일 이 사건에 대한 항소심 결과가 나왔다. 2심 재판부는 가해자들에 대한 형량을 대폭 낮췄다. ‘인분교수’ 장씨는 4년이 감형된 징역 8년형, 제자 장씨는 2년이 감형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제자 김씨는 징역 1년6월로, 정씨는 징역2년으로 감형됐다. 

 

 

피고인의 형량이 낮아졌다고 해서 재판부가 피고인의 범죄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지 않은 것은 아니다. 2심 재판부(서울고법 김시철 부장판사)는 "장씨의 범행 내용 자체는 시쳇말로 엽기적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라면서 "범행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형량이 낮아진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째, 가해자에게 적용된 혐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초 1심에서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법률인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3조 1항(폭처법)’은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혐의도 폭처법 위반에서 형법261조 위반 혐의로 바뀌었다. 피고인에게 적용된 예전 폭처법은 법정형이 5년이상 25년이하의 유기징역이었다. 바뀐 형법에 따르면 2심 재판부는 1심보다 가벼운 1년이상 10년이하의 유기징역형을 선고해야 했다. 

 

 

 

‘피해자의 용서’도 감형 이유가 됐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 모두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법원에 낸 점도 낮은 형을 선고한 이유라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찾아가 사죄하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는 피해자의 ‘용서’가 과연 자발적인지 판단해야했다. 이에 관한 재판부의 말이다.

“범행에 비춰 볼 때 피해자의 합의서가 제출된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피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자발적이고 진정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양형조사관을 통한 조사를 진행했다…(중략) 진정성 등이 확인된 피해자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양형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김씨를 비롯한 제자들에 대한 감형은 전문가들의 심리 조언도 반영됐다. 특히 제자 김씨는 ‘인분교수’에게 피해자 A씨와 함께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데다가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마음의 문’을 열게 한 점이 참작됐다. 앞선 공판에서 진술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조언이다.

"지시를 받아 획일적으로 움직이는 경우, 지시하는 사람과 가까운 관계의 사람일수록 부당한 지시라해도 이를 지적하기 어렵다…(중략) 제자인 피고인들이 교수 명령의 부당함에 대해 지적하거나 문제 제기하기 어려운 입장이었을 것이다. 제자 김씨는 피해자 A씨와 함께 교수 장씨에게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 현재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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