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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리더십] 유라시아 석권 ‘팍스 몽골리카’ 시대 열다

칭기즈칸, 이민족 출신 중용해 세계제국 건설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18(Sat) 16:02:03 | 13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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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은 중국 만주에서 카자흐스탄 카스피해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 전역을 석권하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광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팍스 몽골리카 시대를 개막했다. 몽골 초원의 부족들을 정치적으로 통합하고 사회·군사적 개혁으로 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해 출정한 지 20년 만에 로마군의 400년보다 넓은 지역을 정복해 세계사의 분기점을 만들었던 몽골의 위대한 왕 칭기즈칸(1162~1227)은 우호적이지 않은 서구인들로부터도 ‘야만인 알렉산더’라고 일컬어지는 세계 역사상 2명의 위대한 정복자 중 한 명이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에 있는 ‘마운트 칸(Mount Khan)’. 칭기즈칸 조각상과 몽골 병사 테라코타상(像)이 전시돼 있다.


 

칭기즈칸은 ‘지상의 신’ ‘전 세계의 군주’ 의미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기록도 빈약하지만 북방 유목민은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던 기원전 3세기경에 최초의 흉노국가를 형성했다. 이후 5호16국, 남북조 시대에 중원의 지배층으로 부상했고, 수나라 건국 이후엔 다시 북방으로 밀려나지만 돌궐제국을 세워서 세력을 유지했다. 중국 북부에서 거란의 요나라(916~1125)와 여진의 금나라(1115~1234)가 한족이 세운 송나라를 남방으로 밀어내고 중원을 다시 지배했다. 몽골은 12세기 후반까지 요나라·금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었던 미미한 부족집단에 불과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지 않아 중국문명의 영향권에서도 떨어져 있었다. 혈연에 기반한 씨족단위의 소규모 공동체가 유목생활을 하면서 부족 간에 이전투구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타타르·메르키트·나이만·몽골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던 상황은 북방의 강자 금나라의 세력이 약해지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후일 칭기즈칸이라는 칭호로 불린 테무진은 바이칼 호수 근방에 근거지를 둔 몽골족의 족장 예수게이의 아들로 출생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 아버지가 경쟁부족 타타르에 독살당하고 소속 부족으로부터 축출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성장한 테무진은 부족장으로 복귀한 뒤 주변 부족과 동맹전략을 적절히 구사해 세력을 키우고, 강력한 세력이던 케레이트, 타타르와 나이만 부족을 정복해 몽골 초원을 평정했다. 테무진은 자신이 소집한 1206년 몽골 초원 부족 지도자들의 회의인 쿠릴타이에서 칭기즈칸으로 추대됐다. 중국의 진시황, 로마의 아우구스투스처럼 칭기즈칸도 선대의 칸(왕)들과 구분하기 위해 창안한 칭호였다. 하늘을 통치하는 천신(天神) ‘탱그리’에 대응해 지상을 통치하는 영(靈)인 ‘칭기즈’의 칸으로 지상의 신이자 전 세계의 군주를 의미한다. 당시 몽골 초원의 지배자였지만 금나라 신하에 불과했던 테무진이 사용하기에는 허풍에 가까웠으나 이후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하면서 명실상부한 칭호가 된다.

 

몽골 초원을 통일한 칭기즈칸은 먼저 정복을 위해 대대적인 사회·군사 개혁을 단행해 혈연과 동맹에 기반한 전통적인 부족과 연합체를 모두 해체하고 천호제로 재편했다. 천호(千戶), 백호(百戶), 십호(十戶)를 조직단위로 하고 부대장 격인 천호장과 백호장의 아들로 친위대를 편성했다. 이전의 돌궐·위구르 제국은 기존의 부족연합체를 기반으로 국가체제를 형성했지만, 칭기즈칸은 중앙집권 절대 권력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몽골은 완전히 다른 나라로 탈바꿈했다. 내부체제를 정비한 칭기즈칸은 대외정복에 나서 중앙아시아의 오이라트·키르키스·호라즘을 정복하고, 동쪽의 숙적 금나라를 공격했다. 1227년 서하 정벌 중 병사(病死)하던 시점에서 몽골은 서쪽으로 오늘날 카자흐스탄의 카스피해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쪽으로 만주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확보해, 칭기즈칸이 1206년 정복에 나선 이후 불과 20년 만에 유라시아 대륙을 석권했다.

 

몽골제국 내분으로 오고타이 등으로 분열

 

1229년 쿠릴타이에서 칭기즈칸의 후계자로 공식 추대된 셋째 아들 오고타이는 2차 정복에 나서 1234년 동쪽의 금나라를 멸망시키고, 조카인 바투를 총사령관으로 삼아 서쪽의 유럽 공략에 나섰다. 몽골 원정군은 오늘날 러시아·헝가리를 거쳐 6년 만인 1241년 독일의 접경지역인 슐레지엔까지 진출했다. 슐레지엔 왕 하인리히 2세가 독일-폴란드 연합군으로 방어에 나섰으나 전멸하고 왕까지 전사했다. 질풍노도의 몽골군에 맞설 수비군을 조직할 능력도 상실한 서유럽 전체가 함락될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몽골의 칸 오고타이의 사망소식이었다. 몽골의 칸이 사망하면 주요 왕족이 모여 후계자를 선출하는 부족 전통에 따라 원정군 사령관 바투는 몽골 본국으로 철군했다. 1251년 몽케 칸이 즉위하면서 정복 방향을 동남부로 돌려 송나라를 멸망시키고, 티베트로 진출한다. 몽골제국은 이어지는 내분으로 오고타이 칸국, 차가타이 칸국, 킵차크 칸국, 몽골 본국으로 분열된다.

 

성과 도시를 함락한 후 닥치는 대로 불태우고 죽이는 몽골 군대의 야만성은 유목민족이 농경과 도시경제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행동이었다. 그들은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밀집돼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 모두 죽여버렸고, 도시와 농경지를 파괴하고 목초지로 바꾸려고 했다. 칭기즈칸은 말년에 중국 서부 감숙(甘肅) 지역을 정복한 후 1000만 명에 달하는 백성들은 전투에 적절치 않아 쓸모가 없으니 모두 죽이고 말을 키우는 목장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당시 거란 요나라 귀족 출신으로 칭기즈칸의 참모로 일하던 야율초재(耶律楚材)가 비옥한 땅과 근면한 백성들을 살려두고 매년 세금을 거두는 통치의 이점을 설명해 납득시킨 이후 정복지 정책이 변했다. 칭기즈칸은 야율초재 외에 위구르 출신 타타통아, 무슬림 마흐무드 얄라바치 등 이민족 출신을 중용해 몽골이 100만 명 남짓의 인구로 수백 배가 넘는 인구를 통치하는 세계 제국의 제도를 갖출 수 있었다.

 

칭기즈칸과 후계자들의 정복은 피로 물들고 불이 타오르는 참극이었지만 정복기가 끝나고 평화기에 들어서면서 유라시아 대륙엔 몽골 전통과 이슬람, 불교에 중국 문명이 융합되고 동서양 간 교역이 활발해지는 팍스 몽골리카, 몽골에 의한 평화시대가 열렸다. 몽골은 정복지에 종교 자유를 허용했고,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도로와 통신망을 정비했다. 베네치아·제노바에서 흑해 연안 도시의 상인들과 중앙아시아, 중국 상인들 간의 상거래가 활성화됐고, 안전해진 도로 덕분에 마르코 폴로·이븐 바투타 등 위대한 여행가들이 탄생했다. 몽골제국이 분열되고 약화된 이후에도 그 유산은 오스만·러시아·티무르·무굴 등 후속되는 제국들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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