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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에겐 《안드로포이드》와 같은 영화가 없을까

1930~40년대 식민지배 체제 동·서양의 대표적 의거로 불리는 두 사건에 대한 엇갈린 관심

이원혁 항일영상역사재단 이사장 (전 KBS PD)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13(Sat) 11:13:36 | 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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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 체코에서 일어난 나치군 사령관 암살사건을 소재로 제작된 영화 《안드로포이드(Anthropoid)》가 8월12일 북미지역에서 일제히 개봉된다. 《안드로포이드》는 1942년 5월27일 체코군 출신인 얀 쿠비시와 요제프 가브치크가 작전명 ‘안드로포이드’에 투입돼, ‘프라하의 도살자’로 불리던 나치점령군 사령관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Reinhard Heydrich)를 암살한 실제 사건의 행적과 전개 과정을 그려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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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드로포이드》의 개봉이 새삼 부러운 점은 ‘하이드리히 암살사건’을 다룬 영화가 끊임없이 제작된다는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1943년에 제작돼 나치의 만행을 고발한 《행맨 올소 다이(Hangmen also die)》를 시작으로 《히틀러스 매드맨》 《암살》 《새벽의 7인》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 등이 미국·영국·독일·체코 등에서 그동안 10편 넘게 제작되며, 이 사건을 기록으로 남겼다. 

 

왜 세계 영화계는 이미 오래전에 벌어진 한 사건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영화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역사에서 배우고,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다.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똑같은 고통을 당하지 않는, 역사의 교훈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영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광복 71주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세계 영화계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영화계가 곱씹어야 할 대목이 있다. 우리에게도 한국판 안드로포이드 의거로 불리는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가 있지만 영화계에서는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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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의거’와 여러 면에서 닮은 ‘윤봉길 의거’

 

필자가 ‘체코 안드로포이드 의거’로 불리는 하이드리히 암살사건과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이유는 두 사건이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유럽의 식민점령군인 독일 나치군에 항거한 안드로포이드 의거가 일어나기 꼭 10년 전인 1932년 4월29일, 상하이에서 일본군 사령관 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 등 주요 인물들을 폭살한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는 아시아의 식민점령군 일본군을 상대로 한 가장 큰 규모의 의열 투쟁이었다. 그렇다면 두 사건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유사성을 띠고 있을까.

 

첫째, 일제와 나치의 현지 점령군 총사령관들이 각각 폭탄에 의해 피살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점령군 총사령관을 폭살한 두 사건은 20세기 동·서양을 통틀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둘째, 두 사건은 단순한 ‘테러’가 아닌 전시에 이루어진 ‘군사작전’이었다는 점도 같다. 두 사건은 각각의 망명정부가 주도한 공인된 ‘군사작전’이었으며, 사살자와 피살자 쌍방이 모두 민간인이 아닌 군인 신분이었다. 윤봉길은 임시정부의 특공대인 ‘한인애국단’의 단원이었다. 셋째, 한국과 체코의 망명정부가 이와 같은 세기의 작전을 실행하게 된 배경 또한 비슷하다. 당시 한국은 임시정부의 입지가 취약했고, 체코도 나치에 대한 저항이 약하다고 연합국들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위기에 봉착한 두 망명정부가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고 독립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작전을 계획하게 된 것도 두 사건의 닮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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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두 사건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점은, 두 사건으로 인해 당시 식민지배에 놓여 있던 한국과 체코가 훗날 영토를 회복하고 독립국의 지위를 얻는 데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는 중국의 장제스(蔣介石) 총통을 감동시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적극 지원하게 만들었고, 1943년 카이로회담에서 장 총통이 연합국 수뇌들을 상대로 한국의 독립을 주장해 이를 선언에 포함하도록 한 계기가 됐다. ‘안드로포이드’ 작전의 성공 역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체코의 독립과 수데텐 지방(영국과 프랑스가 1938년 뮌헨회담에서 독일에 승인해 준 체코의 일부 지역)을 돌려받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이 20세기 동양과 서양을 뒤흔든 두 개의 서로 다른 사건은 놀라울 만큼 공통점이 많다. 내용뿐만 아니라 사건이 미친 영향 또한 닮은꼴이다. 상하이 훙커우 공원 의거는 체코에서 벌어진 사건과 세계사적으로 격을 나란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에서는 부끄럽기만 하다. 윤봉길 의사 의거를 다룬 영화는 독립운동가인 윤봉춘 감독의 1947년 작품 《의사 윤봉길》 단 한 편만이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그 영화의 필름은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다.

 

 

실제 바탕한 ‘시네마 베리테’ 형식 영화 필요

 

최근 우리 영화계가 《암살》 《동주》 《덕혜옹주》 등의 영화를 제작하는 등 일제강점기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노력은 매우 바람직하다. 다만 이러한 영화들이 지나친 픽션에 의존하지 않고, 실제를 바탕으로 좀 더 사실적이며 역사적 교훈을 전달하는 시네마 베리테(Cinema Verite) 형식으로도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7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사실에 충실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체코 안드로포이드 의거’는 이렇듯 우리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윤봉길 의사의 의거를 비롯해 우리 독립운동의 주요 사건들도 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의 극장무대에 상영된다면 《안드로포이드》 못지않은 감동과 교훈을 안겨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로 보는 역사 바로 알기’ 독립운동영화제 개최

 

독립기념관에서 광복 71주년을 기념하는 국제영화제가 열린다. 8월13일(토)부터 15일(월)까지 개최되는 ‘제1회 독립운동 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윤주경 독립기념관장, 이원혁 항일영상역사재단 이사장)는 독립운동 정신을 되새기고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지향하고자 마련됐다. 이번 영화제는 그 의미를 살리고자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에서 개최되며, 8월15일 광복절에는 서울 아리랑시네센터(특별상영)와 국회 헌정기념관(한일 콘퍼런스)에서도 행사가 진행된다. 

 

개막작 《별들의 기록》(미얀마 제작)을 포함해 근·현대 식민지배를 경험했던 다양한 국가들의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 11편이 상영된다. 폐막작은 독립운동가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 상영 90주년을 기념해 유현목 감독의 《아리랑》이 선정되었다. 

제1회 독립운동 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로 보는 역사 바로 알기’ 구현의 장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화제는 상영 전후,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미니다큐 상영 또는 역사전문가의 해설을 덧붙여 설명할 예정이다. 광복절에 독립기념관에서 진행되는 폐막식에는 폐막작 《아리랑》 상영과 그와 관련해 ‘영화인 독립운동가들의 작품세계’를 알아보는 시간, K-팝페라 뮤지션 듀오아임의 공연 등이 마련돼 있다. 영화제의 모든 영화 상영은 선착순 무료입장으로 이루어진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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