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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누진제 완화? 국민을 호구로 아나”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끌고 가는 곽상언 변호사 인터뷰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8.13(Sat) 08: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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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8월11일 국회에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관련 협의회를 열고 여름철인 7~9월간 누진제 구간을 구간마다 50kWh씩 더 할당하며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누진제 논란이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점차 확대되자 당초 ‘전기요금제도에 변화를 줄 계획이 없다’던 입장을 바꿔 이 같은 협의를 이끌어냈다. 

국민들이 ‘목이 터져라’ 변화를 외친 뒤에야 제한적 요구 수용을 하는 정부의 태도를 두고 땜질식․선심쓰기식 처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4년 20명의 소송 인원을 모아 한국전력(한전)을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는 8월12일 시사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연한 것을 마치 혜택이라도 베푸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최근 10일 사이에만 소송 의뢰를 신청한 사람이 1만명에 육박했다. 그는 “‘완화’라는 용어로 장난을 치고 있다”며 “우리 국민들을 바보나 호구쯤으로 여기는 것 아니냐”고 역설했다. 곽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다.


정부가 어제(8월11일) 7~9월까지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적 완화를 발표했다. 

우린 정부 발표에 감사해야 할까. 내 기억으로는 주택용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가 1000만 가구다. ‘누진제 완화’로 2200만 가구가 혜택을 받을 것이란 정부의 주장은, 일단 사실과 다르다.

정부의 발표는 우리 국민 모두가 그 동안 누진요금의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누진요금을 납부한 가정이 그리 많지 않고 마치 전기를 과소비하는 일부 부유층에게만 누진요금이 적용되는 것처럼 홍보하고선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365일 24시간을 3~4대씩 때려왔는데 올해 7․8․9월에는 일시적으로 한 대씩 덜 때리겠다는 말이다. 당연히 말이 되지 않는다.

‘누진제 완화’라는 말 자체에 문제가 있다. 당연히 없어야 하는 부분인데 정부는 이게 마치 혜택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용어로 장난치는 거다. 우리 국민들을 바보나 호구로 여기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을까.

내 주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위법한 약관으로 위법하게 징수한 요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소송대상물은 2012년 8월과 2013년 11월 사이 적용됐던 전기요금 약관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누진율은 같다. 만약 이 소송건이 승소한다면 다른 시기의 약관에 대해서도 입법적 판단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과거에 벌어진 사실을 소송을 통해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누진세는 저소득층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전력사용량이 소비수준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미인가?

일단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보자. 누진제는 저소득층이 전기를 적게 사용하고 고소득층이 많이 사용한다는 전제 아래 시행한 것이다. 누진제가 정당한 근거를 갖추려면 통계적으로 이 같은 사실관계가 정확히 입증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소득세와 전기세에만 누진율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전기는 세금이 아니다. 이것은 사용하는 만큼 내야 하는 사용료에 가깝다. 전기는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고 생존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집에 사람이 많으면,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면 이에 비례해 전기 사용량이 올라간다. 상대적으로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저소득층이 불리하다. 

한전에서 보내온 기초생활수급자 사용 통계를 봐도 그렇다. 만약 저소득층이 사용을 적게 한다는 주장이 맞으려면 기초생활수급자 사용 통계 가운데 1단계 사용자가 대부분 혹은 적어도 과반수여야 한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1단계 요금 판매량은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말 고소득인 사람은 전기 사용료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쓴다. 반면 소득이 적은 사람은 생존을 억압해가며, 전기 사용량을 신경써가며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누진제 요금은 생활의 격차를 확인해줄 뿐이다.

에너지 빈곤가구 보호를 위해 정부가 겨울철 난방 연료를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 역시 겉보기에는 멋있으나 그 이면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때리지 않았으면 되는 것을 때려놓고 “반창고 발라줄게” 하는 식이다. 사후수습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라는 징벌적 요금 규정이 아니었다면 이런 우회적이고 비정상적 제도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올해도 역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 신청자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까지 소송 의뢰 누적 인원이 몇 명인가?

8월12일 오전 10시 현재 총 1만2360명의 신청자가 ‘전기요금’ 소송 참여 신청을 했다. 지난주 토요일부터 소송 참여인원은 폭증했으며, 최근 10일 사이 1만명 가까이 소송 의뢰를 신청했다. 이들 가운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인원은 750명이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 대전·광주·부산지법에 총 7건의 소송이 걸려 있다. 전기요금을 납부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


소송 참여자는 ‘전기세 폭탄’을 맞은 사람들인가?

‘전기요금 폭탄’이란 말에는 어폐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의 대부분은 이미 과장된 요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1단계만 넘으면 2단계부터 바로 누진제가 적용된다. 1단계 요금을 내려면 100kw이하의 전기를 사용해야 한다. 전체 가구수의 3%만 해당하는 가구만이 여기에 해당한다. 97%의 가구가 상시적으로 누진요금을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진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전력사용량 310kw가 도시가구 한 달 평균 사용치라며 여기에 맞는 요금이 적정 요금이라고 말한다. 310kw면 4단계 요금 적용 구간이다. 2단계만 적용돼도 이미 누진세를 적용받기 시작한다. 전기세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사람들은 여기에서 부당성을 느끼는 것이다.

현재의 전기요금제는 ‘총 맞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6단계의 요금제는 총알을 6발 맞는 것이다. 1발씩 맞을 때 마다 강도는 점점 더 세진다. 상처부위에서 오는 고통도 365일 24시간 지속된다. 

“3~4단계 요금이 평균이다” “적정 수준이다”고 말하는 것은 총 3발 맞는 게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애초에 총을 맞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건데 3발까지 괜찮다는 것이다. 오히려 3단계 이하의 전기 요금은 싸게 이용할 수 있도록 깎아주는 것이라며 시혜적 태도를 보인다. 전제 자체가 잘못된 주장이다.

2014년 처음 한전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을 때는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었다. 소송 참여 인원 1만명이란 숫자는 이제 이런 주장이 합리적 근거뿐만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승소 가능성은 있나?

올해는 작년과 분위기가 또 다르다. 사회적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다. 내 주장이 비합리적이거나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만약 법리적으로, 법률적으로 내 주장이 옳지 않았다면 이미 판결이 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소송이 2년 째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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