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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 트럼프 의지에 달렸다

美 공화당 정강엔 ‘미군 철수’ 미포함…트럼프 의중이 더 중요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31(Wed) 08:11:21 | 14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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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논란의 불을 댕긴 이래 다소 주춤하던 주한미군 문제가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는 한국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세계적으로도 미국의 동맹 정책 변화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기 때문이다. 8월21일 미 의회 하원 군사위원장인 맥 손베리 위원장(공화당)이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외교 전문매체 기고를 통해 “한국은 북한보다 인구가 2배 많고 국내총생산(GDP)은 북한의 10배를 웃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서울이 한·미 동맹의 지상군 수요의 몫을 더 많이 감당하는 게 가능하고 일부 미군 지상군은 다른 우선 임무로 돌릴 수 있다”고 밝혔다. 즉, 한국이 북한보다 훨씬 더 잘사는 국가이니 한국 주둔 지상군의 수요를 더 감당하라는 것이다. 

 

손베리 위원장은 “예산 삭감, 병력 감축과는 반대로 전 세계적인 위협은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차기 미국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입장에 처해 있다”며 “차기 행정부의 전략은 자원을 아끼면서 전반적인 안보 위협을 줄이는 방식인 병력 재구성(realign)이 될 수 있다”고 주한미군 감축을 예로 든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 국방예산을 점점 줄여야 하는 마당에 미국은 주한미군을 감축하고 한국이 그 몫을 더 부담하라는 것이다. 이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트럼프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주한미군’ , 美 동맹의 리트머스 시험지

 

트럼프는 이미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수차례 밝혔다. 트럼프 역시 한국이 주한미군 분담금의 100%를 부담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존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며 논란에 불을 댕긴 바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핵무장을 해서라도 방어하면 되지 않느냐며 이른바 ‘핵무장 용인론’까지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러한 주장은 공화당의 공식적인 정강 정책으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하기 위해 지난 7월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채택된 정강에서는 트럼프가 그동안 극단적으로 주장해 왔던 한국을 비롯한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이나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 핵 무장 용인 검토, 미군 철수 등과 같은 내용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을 ‘노예 국가(slave state)’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또 환태평양 국가들을 동맹과 비동맹으로 구분하고 한국을 동맹에 포함해 안심(?)시켰다. 현실적으로 트럼프의 이러한 강경한 주장이 정강(政綱)에 반영된다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불안과 불만을 그대로 용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정강은 비전 등을 제시하는 명분론이라는 한계가 있다. 결국, 실제로 정책은 대통령이 집행하는데 트럼프의 의중과 추진 방향이 당의 정강에 우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반으로 불개입을 천명하고 있는 트럼프가 언제든지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다시 꺼내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당의 손베리 위원장이 차기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에서 한국이 더 비용을 부담하고 주한미군의 감축을 고려해야 한다는 충고가 가지는 의미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평소 그가 주장한 내용을 실현할 수 있는 카펫을 깔아준 꼴이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7월21일 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한국을 비판했다.


힐러리 “주한미군 건드리지 않는다”

 

트럼프에 비해 동맹 강화를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우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는 주한미군 문제에 관해 거의 불변의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대선후보로서 민주당 소속 대통령인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오히려 힐러리는 국무장관 재임 시절 대(對)중국 봉쇄를 위해 군사적 자산을 중동에서 아시아로 집중하겠다는 이른바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 전략을 내세운 당사자다. 그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기존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삼각 동맹이 강화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한·미 동맹의 상징이 되는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같은 문제는 전혀 건드리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오히려 대선 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을 시사하는 트럼프의 주장을 백분 활용하겠다는 발상이다. 민주당이 대선 정강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그리고 인권유린 행태를 비판하고 힐러리가 인터뷰에서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는 북한의 독재자를 칭찬하는 동시에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포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역내 핵무기 확산을 독려하고 있다”고 트럼프를 신랄하게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미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차원에서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하는 트럼프의 주장에는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힐러리도 지난 6월 인터뷰에서 “우리의 동맹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할 필요가 있으며 나는 트럼프가 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부터 주장해 왔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기존 한·미 동맹의 틀이나 주한미군 문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일정 부분 방위비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1970년대 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공약으로 대표되는 주한미군 문제는 그동안 미국 대선 과정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 

 

2004년 8월 재선 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두고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 6만~7만 명을 10년에 걸쳐 본토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현 국무장관은 물론 주요 언론들도 사설 등을 통해 벌떼같이 들고일어났다. 부시는 전 세계에 있는 미군을 언급했지만, 비판론자들은 하나같이 북한 문제를 예로 들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를 중대하게 저해할 것이고 동맹 관계를 손상할 것이라고 부시를 공격해 역풍을 맞게 했다. 그만큼 미국 외교정책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가장 민감한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그 당시와 상황이 많이 변했다. ‘트럼프 돌풍’의 성공이 말해 주듯이 미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제 내가 낸 세금을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나라를 위해 사용하게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계경찰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논리가 특히, 이번 대선판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방위비 증액 문제는 기본이고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로 언제든지 다시 불똥이 튈 수 있는 것이 이번 미국 대선판의 또 다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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