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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유명 연예인들의 잇따른 성추문 사태로 뜨거웠던 여름, 그 후……

마녀사냥식 광풍, 그 결과는 ‘대중의 무관심’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0.16(Sun) 14:00:34 | 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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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명 연예인들의 성폭행 논란이 잇따라 터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유명 연예인들이 간혹 추문에 휩싸이기는 하지만 성폭행 의혹은 매우 드문데, 그렇게 드문 사건이 올여름에 약속이나 한 듯이 연달아 터져 충격을 안긴 것이다.

 

충격의 시작은 6월13일 박유천 피소가 알려지면서였다. 그동안 바르고 로맨틱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한류스타 박유천이 성폭행 논란에 휩싸이게 되자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 상대 여성이 속옷 등 증거를 제출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상황이 박유천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갔다. 한 파파라치 매체가 사건의 진행내용을 재구성한 보도를 내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박유천 소속사 측에서 전직 조폭을 내세워 상대를 협박 혹은 회유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기사였다. 그 이후 또 다른 피해 주장 여성들이 나서면서 이 사건은 희대의 초대형 성추문으로 발전했다.

 

보통 전문가들은 감정에 휘둘리는 일반인보다 신중하게 마련인데, 이 사건에선 특이하게도 전문가들이 더 앞장서서 박유천의 혐의를 사실로 확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성범죄 피해 여성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도덕적 판단 때문에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도 일단 여성 쪽으로 기운 것이다. 엄밀하게 사실관계에 근거해서 사안을 해설해야 할 변호사 패널들이 앞장서서 ‘성범죄 사건은 둘만의 은밀한 관계 속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증거가 없어도 피해 여성의 주장만으로 유죄가 입증될 수 있다’라며 박유천의 유죄를 확증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배우 겸 가수 박유천이 6월3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배우 이진욱이 7월17일 성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박유천·이진욱 사건 모두 ‘무혐의’ 결론

 

일이 이렇게 돌아가자 언론보도와 여론이 거의 박유천을 사냥하는 듯한 양상이 됐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끈 후 나온 경찰 수사 결과는 놀랍게도 박유천 무혐의였다. 오히려 처음 박유천을 고소한 여성이 무고 및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그리고 박유천 측에서 조폭을 내세워 상대를 압박한 듯한 파파라치 매체의 보도와는 정반대로, 여성 측에서 폭력조직에 관련된 지인을 내세워 박유천 측을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한 달 동안 한국을 뜨겁게 달궜던 사건이 충격적 반전으로 뒤집힌 것이다. 현재 박유천을 무고한 여성과 그 지인들은 10월 중에 공판이 예정돼 있고, 박유천 측은 “공익근무 기간 중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깊이 사죄하고 앞으로 자숙하겠다”라고 밝힌 상태다.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던 박유천 출연 영화 《루시드 드림》은 내년 1월 개봉이 확정됐다.

 

박유천 사건이 한창 화제가 될 무렵 이민기 사건이 터졌다. 이민기가 올 2월에 성폭행 및 집단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이 논란으로 이민기의 차기작 캐스팅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미 경찰 조사가 무혐의로 정리된 사건인데 매체가 마치 새로운 사건인 것처럼 보도했다는 것이 알려져 사람들을 허탈하게 했다. 이민기는 현재 취재진의 눈을 피해 조용히 공익근무요원을 소집해제한 상태인데, 2월 사건이 뒤늦게 논란이 되면서 경찰이 재조사에 들어가 유선상으로 질의응답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박유천 사건이 일단락될 즈음 이진욱 성폭행 피소라는 또 다른 핵폭탄급 사건이 터졌다. 이진욱 역시 부드럽고 로맨틱한 이미지로 2030 여성들의 큰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성폭행 논란의 충격이 컸다. 이번에도 피해 여성이 증거를 제출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방송에서 범죄사건 해설을 하는 경찰 출신 패널들까지 이진욱의 유죄를 확신하는 듯한 태도여서 이진욱의 입지가 더욱 위태로워졌다.

 

그러나 이 사건도 경찰이 무혐의로 결론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이진욱은 자신을 고소했던 여성을 상대로 무고 소송을 진행하며 차기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산국제영화제 참석도 포기할 정도로 당장의 활동에 타격을 받았다. 이진욱 사건이 정리될 무렵 또 다른 폭탄이 터졌다. 이번엔 육아예능에서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사랑받은 엄태웅이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사건이었다. 현재 엄태웅은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엄태웅이 9월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엄태웅·정준영 사건부터 관심 줄어들어

 

엄태웅 사건 때부터 나타나는 경향은 대중의 무관심이다. 서두에 박유천 사건에 대한 설명은 분량이 많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설명이 간략해지는데, 바로 이것이 매스컴에서 이 사건들에 할애한 분량의 차이이고 대중 관심의 추이였다. 처음 박유천 사건 때만 해도 한 달 내내 모든 의혹을 이 잡듯이 뒤지는 수준으로 보도가 나왔지만, 엄태웅 사건 때는 처음에만 반짝 관심이 있었을 뿐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관심이 금방 수그러들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연예인 성폭행 의혹 사건에 무뎌진 것이다. 원래 사람이 자극에 쉽게 익숙해지는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잇따라 무혐의로 결론이 나자 이제는 결론이 날 때까지 두고 보자는 심리가 커진 이유도 있다. 박유천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더라도 논란 과정에서 로맨틱한 이미지의 손상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한류 멜로 스타라는 그의 위상을 고려하면 피해액을 산정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인데,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피해액이 수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평가다. 이진욱도 CF 계약들이 해지되고 광고주로부터 위약금 요구까지 당하는 등 수십억원대의 피해를 보았다.

 

성폭력 의혹을 받은 것만으로 이렇게 엄청난 피해를 당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일단 관망하자는 심리가 생긴 것이다. 최근 벌어진 정준영 몰카 의혹 사건에도 추이를 지켜보자는 여론이 나타나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동시에, 여성 연예인이 성추문에 휩싸였을 때 이니셜 보도를 하는 것이 특혜라는 여론이 거세졌다. 남성 연예인들이 의혹만으로도 실명이 나와 막대한 피해를 보는 것과 비교된다는 것이다.

 

연예인 성추문이 터졌을 때 너무 쉽게 연예인의 유죄를 단정하고, 연예인 사냥을 부추기듯이 보도하는 일부 방송과 파파라치 매체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졌다. 박유천 사건과 이진욱 사건 때 섣불리 유죄를 확신한 것처럼 비춰진 일부 사건사고 전문 방송 패널들도 큰 타격을 받았다. 전문가들이 성범죄를 당한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론에 너무 함몰된 나머지 판단을 그르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올여름 연예인 성추문 광풍은 앞으로 유사 사건 보도에 있어, 어떤 선입견이나 당위론에도 휘둘리지 않고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과 함께, 방송이 인터넷 사냥을 선동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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