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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대학언론상-우수상] 채식주의자의 외로운 점심시간 “밥 한 끼 먹기 힘들어요”

전국 대학 424곳 중 채식주의 식단 운영은 단 3곳뿐

김동현(중앙대 불어불문학과)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11.11(Fri) 17:00:30 | 14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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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식단을 제공하는 대학은 전국에서 3곳뿐이다. 사진은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서울대 학생식당의 모습 © 김동현 제공


 

몇 년째 채식을 해 온 대학생 한예솔씨는 점심시간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혼자 먹는다. 고기·생선은 물론 달걀과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비건 채식을 하고 있어서다. 그는 “친구들을 따라 학생식당에 가봤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맨밥뿐이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나마 도시락이라도 준비해 갈 수 있으면 다행이다. 자취생·기숙사생이 혼자 도시락을 준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시험기간 등 바쁜 시기를 보낼 때는 더욱 그렇다. 차선책으로 학교 앞 식당에 들러 맨밥만 시키거나 특정 재료를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귀찮은 내색과 번거로운 손님이라는 낙인이다. “집에서 해 먹어라” “다른 식당 가봐라”는 식으로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편의점·빵집 등을 들러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다.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식품에 채식 마크가 없어 어떤 제품이 동물성 식품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채식 식당, 전국 대학 중 3곳뿐

 

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은 루카는 요깃거리를 찾기 위해 몇 차례 편의점과 카페에 들렀지만, 제품에 채식 아이콘이 표시돼 있지 않아서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매번 직원들에게 비건 채식주의자가 먹어도 되는 제품에 대해서 물어봤지만, 그들은 채식주의 제품에 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총 인구의 약 2%인 100만 명가량이다. 채식을 지향하는 ‘채식 선호 인구’는 총 인구의 약 30%이다. 최근에는 건강·다이어트·환경·동물보호 등의 이유로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배려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교내 학생식당에서 ‘채식주의 식단’을 제공하는 학교는 전국 424개 대학 가운데 3곳(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 삼육대학교, 서울대학교)뿐이다. 서울의 모 대학에서는 점심식사 기준으로 총 6곳의 학생식당에서 48가지의 메뉴가 운영되고 있지만 채식주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식단은 단 하나도 없다.
 

학교 주변은 어떨까. 전국에 있는 채식식당(비건, 락토, 오보, 락토 오보 전용 메뉴 제공 식당. 빵집 제외)들의 위치와 그 주위의 있는 대학교 캠퍼스들을 직접 분석해 본 결과, 채식식당과 400m 이내에 캠퍼스가 위치한 곳은 30곳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루 중 가장 즐거워야 할 식사 시간이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취재를 통해 채식 커뮤니티 한울벗채식나라, 채식 공감, 그리고 20대 채식 동아리 베지 유니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고충을 들어볼 수 있었다. 대학생 유다님씨는 “식당에 가서 친구들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보니 상대방이 불편해하면 어쩌나 신경 쓰이게 된다”며 “약속을 잘 안 잡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소라씨도 “학생식당에서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으면서 어울리지 못하다 보니 점점 멀어지게 되고 소외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녀는 “전공 특성상 하루 종일 학교에 있는데 그 공간에 먹을거리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하다”고 덧붙였다.

 

채식주의자 식단을 운영하는 서울대의 분위기는 어떨까. 서울대에 다니는 채식주의자들은 친구들과 학생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다. 채식뷔페의 푸짐한 반찬을 자랑하거나 채식 식단을 한 번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그들은 불편할 필요도, 해명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가 선택한 생활습관을 당당하게 실천할 수 있다.

 

6년째 채식을 해 온 교환학생 피터 © 김동현 제공

서울대학교 채식뷔페는 학생들의 노력으로 얻어낸 결과물이다. 2009년에 생긴 서울대학교 채식 동아리 콩밭이 학생들을 상대로 직접 설문조사를 하고 영양사들을 설득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에 끊임없이 요청한 결과, 2010년 10월 처음으로 채식뷔페를 개설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도 채식뷔페는 활기가 넘쳤다. 학생들은 줄을 서서 음식을 받고, 식당 안은 가득 차 있었다. 식단은 12가지 음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6년째 채식을 해 온 피터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그는 “스웨덴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지만 한국에 오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학교 내에서 채식 식단을 먹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피터에 따르면, 채식뷔페를 찾는 사람들 중 일반 학생들의 비율은 상당하다. 채식뷔페를 찾은 김승민씨는 “처음에는 호기심에 한 번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구성이 알차고 맛있어서 계속 찾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친구가 받아온 채식주의 식단이 내가 받은 일반식보다 좋아 보여서 관심이 생겼다. 채식뷔페에 오고 나서 채식에 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점점 채식주의자들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됐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외국은 어디서나 채식 가능”

 

루카의 고향인 독일은 채식주의자 비율이 총 인구의 9% 정도다. 학생식당에서는 물론이고 일반 식당에서도 채식주의자용 식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식당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먹을거리들에는 필수적으로 채식주의 아이콘이 표시돼 있다.

 

독일뿐이 아니다. 이탈리아·오스트리아·영국·캐나다 등 채식주의 인구 비율이 높은 국가들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식당에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채식주의 전용 식단을 운영하고 있다. 채식 인구가 총 인구의 2%로 한국과 비슷한 수치를 가진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의 대학 학생식당은 교육부 산하 학생지원 공공기관인 Crous에서 운영하는데, 채식주의 식단을 만들어서 제도적으로 채식주의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엑스 마르세유 아비뇽(Aix-Marseille Avignon) 지역의 Crous 홈페이지에는 “지역 내 모든 대학의 학생식당에서 채식주의 식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 야채·전분으로 만든 메인 메뉴, 유제품(선택사항)과 2개의 식품 등이 나온다. 가격 또한 3.25유로로 다른 식단들과 비교했을 때 저렴한 편이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유럽연합을 비롯한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채식식당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채식 메뉴가 따로 구비돼 있어 채식을 하기에 어려운 점이 없다”며 “한국에서는 채식을 하려고 해도 채식을 할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이 미비해 채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채식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그리고 곱지 않은 시선이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며 “채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채식을 하기에 편리한 사회 인프라가 구축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가 상징하는 ‘소수에 대한 폭력’

제5회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우수상 수상자  김동현 © 시사저널 임준선

내가 16살이 되던 해, 프랑스라는 낯선 땅에 처음 발을 디뎠다.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답게 다양한 문화들이 뒤엉켜 있었고,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든 적든 간에 누구나 자기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었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는 존중받았고, 소수와 약자는 제도적 보호를 받았다. 한국에 다시 돌아왔을 때 획일적이고 집단주의적인 문화 속에서 생활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평균적인 것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은 부적응자 혹은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피곤한 사람이 된다. 이런 사회는 소수를 위한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을 리 없고, 소수에 대한 존중이 생길 수가 없다.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묘사하고 있다.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채식주의자들의 현실은 소설 속 장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소설 속에서만큼이나 현실에서도 채식주의자들에게는 ‘폭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위로부터 ‘호기심으로 둔갑한’ 조롱과 비난·강요·무시를 당해야 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편견보다 채식주의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먹을거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정말이었다. 회사나 군대는 물론 대학에서조차 채식주의 식단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열심히 방법을 찾아서 시도하고 실패하면 굶기도 했다. 채식주의가 결함처럼 느껴졌다. 이들은 왜 먹기 위해 노력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고 편안하게 하는 식사가 왜 이들에게는 힘들고 불편한 일이 되었을까. 변화가 필요하고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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