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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되살아난 ‘유신 망령’, 박근혜 대통령 “시사저널 본때 보여야”

박근혜 정권 ‘특정 언론 탄압’ 비망록 파문…“선제적으로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 지시

조해수·감명국 기자 ㅣ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11.23(Wed) 13:28:40 | 14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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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의 망령’이 되살아났다. 무려 18년간 지속된 박정희 정권의 철권통치가 30년의 세월을 훌쩍 넘어 재연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바로미터인 언론의 자유가 박정희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에서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은 언론 역사에서 ‘암흑기’로 기록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때로는 채찍을, 때로는 당근을 빼들었다. ‘민족일보 사건’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은 ‘북한의 활동을 고무하고 동조했다’며 민족일보를 같은 해 5월19일 강제폐간하고, 조용수 사장을 ‘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사형에 처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민족일보 사건에 대해 재심권고를 내렸고, 2008년 서울중앙지법은 무죄를 선고했다. 언론탄압의 극단을 보여준 민족일보 사건은 47년 만에 ‘사법살인’으로 판명났다.

언론 장악을 위한 당근책도 주어졌다. 박정희 정권은 1962년 건전신문기업 육성이라는 명분 아래 ‘언론정책’을 발표하는데, 이 정책으로 언론사 사주들에게 엄청난 특혜가 제공됐다. 언론 기업들이 시설확충과 경영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시중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융자받을 수 있게 되면서 언론의 기업화·상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정부에 대한 비판적 논조는 자연히 약화됐다.

 

ⓒ 시사저널


박근혜 정권 언론탄압, 박정희 정권과 판박이

 

그렇다고 박정희 정권이 채찍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박정희 정권은 1964년 만들어진 언론윤리위원회, 1973년 개정 방송법을 근거로 한 심의실 등을 통해 언론 내용을 사전 심의해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보도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1967년부터는 언론 통제를 위해 ‘기관원’이 언론사에 상주하기까지 했다. 당시 언론탄압에 맞서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참여했던 동아일보 기자들은 대량 해임됐는데, 올해 대법원은 박정희 정권의 불법성을 인정하며 정부가 해직기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75년 이들이 해직된 지 무려 41년 만의 일이다.

 

“VIP(대통령) 관련 보도-각종 금전적 지원도 포상적 개념으로. 제재는 민정이.”  

얼핏 보면, 박정희 정권이 언론을 상대로 시행했던 당근과 채찍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이 말은 놀랍게도 박정희 정권이 아니라 현 박근혜 정권에서, 그것도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비판언론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채찍질을 가했고, 보도 내용은 물론 언론사 고위 간부 선임에도 깊숙이 관여해 비판적 보도가 애초부터 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직접 특정 언론사를 거론하며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정황이 나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발본색원(拔本塞源·나무를 뿌리째 뽑고 물의 근원을 없앤다)해야 한다’고 말한 특정 언론사가 바로 시사저널이다. 

 

7/15(화)

(領) 시사저널, 일요신문 → 끝까지 밝혀내야 - 피할 수 없다는 본때를 보여야. 선제적으로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 정무·홍보수석실 조직적·위기적으로 대응

2014년 6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고(故)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이 공개됐다. 이 비망록에는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에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지시한 사항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이 가운데 7월15일자로 기록된 메모에는 시사저널을 직접 언급하며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말이 적시돼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領’이라는 단어를 별도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통령(大統領)을 줄여서 표기한 것으로, 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항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김기춘 실장이 박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데, ‘열성과 근성’을 언급한 대목에서는 실소까지 자아내게 한다. 심지어 ‘본때를 보여야’라는 대목에는 밑줄까지 쳐져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 연합뉴스


김기춘 실장과 맞먹는 문고리 3인방의 힘

 

박근혜 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4년 초, 청와대 비선 실세 논란이 서서히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그 도화선을 당긴 것이 2014년 3월25일자(1275호)에 보도된 ‘박지만 “정윤회가 나를 미행했다”’는 시사저널의 기사였다. 이 기사에서 시사저널은 정윤회씨와 문고리 3인방을 정조준했다. 이 보도로 인해 본지와 기자들은 정씨와 김기춘 실장 및 세 비서관 등으로부터 줄줄이 고소를 당했다. 하지만 시사저널의 의혹 추적은 멈추지 않았다. 4월8일자 ‘“정윤회가 승마협회 좌지우지한다”’, 6월3일자 ‘‘김기춘 딜레마’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 6월24일자 ‘정윤회의 딸,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 논란’, 7월1일자 ‘박근혜 정권 비선 조직 ‘포럼동서남북’ 실체’, 7월8일자 ‘박지만은 정윤회에게 파워게임에서 밀렸다’, 8월19일자 ‘사라진 7시간 꺼지지 않는 의혹의 불씨’ 등을 연이어 보도했다.

 

2014년 5월13일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청와대 측 변호인과 시사저널 데스크 및 기자들이 자리를 마주했다. 당시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4인이 시사저널을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문제 삼았던 본지 기사는 1275호(2014년 3월25일자)에 실린 ‘박지만 “정윤회가 나를 미행했다”’와 ‘“이정현 수석이 김기춘 실장 사퇴 극구 말렸다더라”’ 등 2건이었다. 시사저널이 비선 실세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씨의 당시 남편 정윤회씨를 등장시켰고, 그 배후로 지목된 ‘문고리 3인방’의 청와대 비서실 내 위상을 보도한 데 따른 즉각적인 조치였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에 따라 양측이 정정보도 대신 반론보도를 게재하는 데 합의하고 반론보도문을 작성했다.

 

최종 사인을 하기 직전, 청와대 측 변호인은 “김 실장의 컨펌을 받아야 한다”며 잠시 기다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 자리에서 합의문 내용을 청와대에 팩스로 전달했고, 몇 개의 문구 수정과 함께 김 실장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합의 서명을 진행하려는 찰나, 청와대 측 변호인은 “아직 더 남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세 비서관들에게도 (합의문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 자리에 참석했던 기자가 “이미 비서실장이 사인했는데, 비서관들에게 또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자 청와대 측 변호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이날 세 비서관들의 OK 사인을 받지 못해 조정은 결렬됐다. 조정은 연기됐고 2주 후인 5월27일에야 최종적으로 조정이 끝났다. 당시 청와대는 ‘비선 실세’와 ‘문고리 3인방’에 대한 본지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으면서도, 오히려 조정 과정에서 이런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드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7/2(수)비서실장 지시사항

허무맹랑하고 불합리한 일방적 지적·비판에 대해서는 그대로 두면 안 됨. 반드시 정정보도, 언론중재위 제소, 고소고발 및 손배청구 등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가도록 해야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으므로 철저하게 대응할 것. 

김기춘 전 실장이 언급한 ‘철저한 대응’은 혹독했다. 본지에 대한 연이은 고소·고발은 물론 국세청의 세무조사 및 가판 판매망에 대한 경찰수사까지 단행됐다.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역시 청와대의 공격 대상이었다. 김영한 전 수석 비망록을 보면, 2014년 11월28일 정윤회 문건 보도가 나온 당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세계일보 공격 방안’을 논의한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날 ‘문고리 3인방’의 세계일보에 대한 고소도 이어졌다. 3일 뒤 김기춘 전 실장이 압수수색 장소로 세계일보사를 지목했다는 메모도 나왔다. 또한 비망록에는 ‘세계일보 회장 교체 움직임, 현 사장 지지세력 내분양상’ 등 세계일보의 동향을 파악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도 나와 있다. 세계일보는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사장과 편집국장이 교체되는 내홍을 겪기도 했는데, 세계일보 내부에서도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정윤회 문건 보도 당시 사장이었던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통일교에 압력을 가하고, 그다음에 서울지방국세청 4국에서 통일교 계열사를 세무조사 들어갔다”며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전체적으로 핸들링을 했다. 교문수석실이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이 이 사건을 종무실로 가져와서 통일교에 압박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부는 통일교의 선문대학·선문학원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비선 실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문고리 3인방. 왼쪽부터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청와대-비선 실세-검찰, 한 몸처럼 움직여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정윤회씨가 시사저널을 고소한 시점이다. 정씨는 시사저널의 첫 보도(2014년 3월25일자 ‘박지만 “정윤회가 나를 미행했다”’)가 나간 지 4개월이 지난 7월30일쯤 본지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김기춘 실장과 ‘문고리 3인방’이 보도가 나간 직후 문제를 제기했던 것과 대비된다. 김기춘 실장의 7월2일 ‘일방적 지적에 대한 철저한 대응’ 발언이 있은 후 갑자기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정씨로 대변되는 비선 실세와 청와대가 얼마나 한 몸처럼 움직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와중에서 검찰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자처했다.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검찰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보다 문건 유출에만 집중했다. 검찰은 수사 1개월 만에 ‘찌라시’라고 규정한 청와대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문건 내용은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반면 문건 유출에 관계된 인물들에 대한 기소가 뒤따랐다. 당시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한일 전 경위는 “휴대전화에 최순실씨 국정 농단과 관련된 통화 내용들이 녹음돼 있었다”며 “그런데 검찰수사 때는 아무도 이에 대해 묻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검찰은 고소·고발이 있은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세계일보에 제기한 소송은 지난 7월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됐다. 그러나 정윤회씨가 시사저널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은 2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조사 당시 ‘취재원 색출’에만 관심이 있었던 검찰은 아직까지도 기소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고, 정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기소 여부를 보고 민사 사건을 진행하자”며 공판을 계속해서 연기하고 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사건을 질질 끌면서 언론의 취재 활동을 유·무형으로 압박하고자 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청와대가 제기한 고소·고발 사건조차 이미 무혐의로 종결됐는데, 정씨가 제기한 소송을 지금까지 끌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 비선 실세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본지 기자들은 한국기자협회 시사저널지회 명의로 11월15일 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단일 언론사 기자들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은 성명 중 일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뿌리이자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권력기관을 동원해 언론을 탄압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언론탄압이 사실임이 드러난 이상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가치와 정신에 입각한 헌법기관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기 때문에 비선 실세와 같은 일들이 이 정권에서 벌어진 것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특정 매체의 언론탄압을 지시한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퇴진해야 한다. 

고 김영환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 中 ⓒ TV조선


 

‘국경 없는 기자회’ 발표 ‘2016 언론자유지수’ 한국 70위…2006년 31위에서 두 배 이상 순위 낮아져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의 순위는 70위였다. 2002년 첫 발표 후 가장 낮은 순위다. 광우병 파동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2008년 이듬해인 2009년 이명박 정권 때 받은 69위보다 한 단계 더 낮은 점수다. 당시는 MBC 《PD수첩》에 대한 정권 차원의 강도 높은 탄압과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포털사이트에 글을 올렸다가 구속된 박대성씨 사건 등으로 언론의 자유가 현저히 침해됐던 시기였다. 이때보다 더 순위가 떨어졌다는 사실은 박근혜 정권의 언론탄압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노무현 정권 때인 2005년 34위로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은 37위였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31위를 차지해 역대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당시 51위에 오른 일본은 물론 35위를 차지한 프랑스보다도 더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40위권으로 다시 밀려났고 2009년에는 69위로 곤두박질쳤다. 이명박 정권 하반기에 40위권을 회복했지만 박근혜 정권 출범과 함께 순위는 50위에서 60위, 그리고 70위로 바닥을 쳤다.

 

어떤 정권이든 부침(浮沈)이 있다는 점에서 각 정권이 받은 언론자유지수 순위의 평균값을 내봤다. 노무현 정권은 40.2위, 이명박 정권은 49.2위, 박근혜 정권은 59.25위로 나타났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약 10계단씩 순위가 내려간 것이다. 헌법으로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더 잘 지켜나가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치하에서 언론과 정부 당국 사이의 관계가 매우 긴장돼 있다”며 “정부는 비판을 점점 더 참지 못하고 있고 이미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최대 7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가 미디어 자기검열의 주된 이유이다”며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대중적 토론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방해받고 있다. 이것이 온라인 검열의 핵심 환경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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